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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의 그늘

채만식의 에 나오는 윤직원의 좌절을 보면 통쾌함과 착잡함이 교차한다. 불행에 빠진 사람이 자기보다 더 불행한 사람을 보면서 위로받는 마음은 인간적이다. 하지만 나의 불운한 처지에 다른 누군가 안도하고 있다면, 그때도 인간적이라고 여겨줄 수 있을까. 자신의 불행에만 골몰하면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 위험한 사람이 되고, 자신의 행복에만 골몰하는 사람은 부도덕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된다. 사회를 이뤄 살아가는 존재인 한, 우리에게는 서로 들키지도 드러내지도 말아야 할 인간성의 그늘이라는 게 있다. - 이수은 p.41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 YES24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부터 정세랑의 『옥상에서 만나요』까지불안하고 답답한 일상에 지친 당신이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고전 독서 테라피!베테랑 외국문학 편..

싸우지들 마세요

(노자에 따르면) 세상을 제대로 다스릴 사람이라면 자기 스스로 귀히 여길 보물이 없어야 한다. 자기가 꿈꾸는 세상이 옳다 하여 그 세상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벗어나면 갈등과 분열, 혼란과 파국이 그의 책임 하에 찾아올 것이다. 무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외곬은 아니어야 나라 살림을 맡길 수 있지 않겠는가! 박종인, p.33 1. 노자를 편애하면서 30년 가까이 여행기자라는 특이한 경력으로 살아온 박종인 씨가 쓴 책이다. 2003년 출판되어 품절된 것을 중고로 구했다. 여행을 좋아하는데다가, 제대로 이해는 못하지만 무조건 노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게으른 성격 탓에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오히려 탈이 난다는 노자의 생각이 내 맘에 딱 든다) 2. 자기가 생각하는 옳은 세상..

여정의 독서 : 대니얼 C. 데닛,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1

1. 어제까지 를 읽으며 마치 여행하면서 본 것, 생각난 것을 맥락없이 적어가듯이 독서하면서도 그렇게 글을 써 보았다. 쉽지 않았지만 독서하면서 내가 하는 생각을 놓치지 않고 모두어서 끌고가는 재미는 있었다. 이번에는 소설도 아닌 과학서적류, 페이지도 680이 넘는 책을 한번 도전해 보겠다. 이 책이 3부로 나누어져 있으니 나도 3개로 쪼개어 글을 써본다. 2. (데닛은 누구?) 저자는 대니얼 데닛. '과학과 철학을 가로지르는 우리 시대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이자 심리철학, 인지과학, 생물철학의 선구자'라고 소개되고 있다. 과학과 철학을 섭렵했으니 대단한 건 알겠는데, 그 다음에 나오는 이상한 학문은 도대체 뭘 연구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류의 저자소개가 제일 싫다. 이런 소개를 통하여 독자들에게 주고 ..

여정의 독서 : 파트리크 쥐스킨트, <좀머씨 이야기>

나는 길을 걸으며 글을 쓴다. 글이라고 해서 뭐 대단한 작품을 쓰는 게 아니라 내가 본 것, 내가 생각한 것들을 짧은 단상으로 남기는 것이다. 여행의 장면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내 글도 앞 뒤가 맥락없이 마구 넘어 간다. 어떠면 나는 길을 걸어 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감각과 나의 생각을 따라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나의 여행방식대로 책을 읽어보고자 한다. 죽 읽어가면서 맘에 드는 구절에 대하여 옮겨 적거나 내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보는 방식이다. 그 동안 내가 고수했던 독서 스타일과는 약간 다른 방식이라 어떻게 진행될 지 나도 궁금하다. 일단 시도해 본다. 1. (작가 쥐스킨트는 누구인가) 벗겨진 머리가 나와 닮은 은둔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트. 라는 다소 독특한 소설로 내게 인상을 준 ..

요리를 하면서 배우는 것들

요리에서 레시피보다 중요한 것은 칼질과 웍질, 그리고 재료와 불을 다루는 방법이다. 이것을 제대로 익히면 어떤 요리도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 모든 일이 그러하다. 기초가 튼튼해야 더 높이 쌓아올라갈 수 있다. 튼튼한 기초는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바로 '습'이다. 남들이 나에게 방법을 가르쳐 줄 수는 있다. 그리고 그 방법을 내가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것을 제대로 실행하는 것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해야하는 것이고, 반복하여 몸에 각인을 시켜야 비로소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단계에 오른다. 이 반복되는 익힘의 과정이 바로 '습'이다. 이 과정은 난이도가 높은 것이 아니다. 지루하다. 한 마디로 재미가 없다.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는 사람만이 고수가 되는 바탕을 만..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1. 글쓰기에 도움을 받기 위해 아래의 책들을 자세히 읽어보고 있다. 1) 나탈리 골드버그 2) 유시민 3) 은유 * 은유의 책 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4) 브렌다 유랜드 5) 김형수 ​ 2. 지금까지 이 책들에서 한결같이 내게 말해 주는 것은 책을 읽는다고 글쓰기가 느는 것은 아니고, 꾸준히 써야 한다는 충고이다. 한 마디로 '엉덩이로 글을 써라.' 뭔가를 시도할 때 준비작업에 손이 많이 가는 나의 성격상 그들의 고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우니 책을 읽으며 글을 써야겠다. ​ 일단 두번째인 유시민의 책을 독서대에 올렸다. 예전에 한전 읽어본 적이 있는데 '논리적'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되는 명저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1.08.16

해파랑길 마지막날(7/22일) : 47 - 50코스 [삼포해변 ~ 통일전망대]

> 1. (삼포해변의 아침 놀) 마지막 날의 아침은 해변가의 신비한 놀과 함께 시작하였다. 마지막이라는 것은 참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생각한대로 목표를 도달하기 직전에 느끼는 성취감, 그리고 꽤 오랫동안 계속되어 이제 익숙해진 방랑생활을 끝내야 한다는 아쉬움... 이 즈음에는 그동안의 고생이 오히려 추억으로 변하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근처의 해수욕장을 지나서 송지호로 향했다. 도중에 마주친 편의점의 보라색 의자가 눈길을 끈다. 2. (송지호 철교와 전망대) 바람 한 점 없는 송지호의 물빛은 마치 유리알처럼 하늘을 그대로 비쳐낸다. 송지호역 근처에는 옛날 양양과 원산을 오가던 동해북부선 철길의 일부를 그대로 보존한 곳이 눈길을 끈다. 송지호 전망대는 호수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세워져..

해파랑길 17일차(7/21일) : 43 - 46코스 [동호해변 ~ 삼포해변 ]

1. (인어연인상) 설악항을 지나면서 해변가에 자그마하게 설치되어 있는 인어연인상이 보인다. 다정하면서도 뭔가 서글픔을 안고 있는 듯이 보여 뭔가 스토리가 있을 듯하다. 물어봐도 말이 없다. 대포항도 난전과 관광객을 위한 수산시장까지 갖춘 매우 큰 어시장을 갖고 있다. 지나쳐 온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시기의 그리고 특히 오전의 수산시장은 한산하다. 시장 한가운데에 새우, 오징어, 낙지 등 해산물 튀김집이 보여서 출출한 김에 먹어보고 싶었는데, 손님들이 너무 많이 기다려서 아쉽지만 발걸음을 재촉했다. 2. (오늘의 카페 : 속초의 'Grand coffee') 속초해수욕장은 그래도 좀 사람이 보인다. 그런데 이곳도 역시 해수욕보다는 서핑과 같은 수상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을 상대로 하는 상점..

해파랑길 16일차(7/20일) : 39 - 43코스 [안목해변 ~ 동호해변]

> 1. (안목의 커피 거리) 이곳이 안목커피거리란다. 커피잔이나 커피콩 모양의 조형물들이 해변가에 늘어서 있다. 강릉이 커피가 유명한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그 중심지역이 이곳 안목해변인 줄은 처음 알았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원래 이곳 안목은 '길커피거리'로 유명했다고 한다. 길커피는 자판기 커피를 말하는데, 다른 곳에서는 공장에서 온 커피를 그대로 자판기에 넣어서 맛이 천편일률이었는데, 이곳에서는 자판기 주인들이 커피와 프림과 설탕의 적당한 비율을 연구했고, 어떤 이는 우유나 미숫가루 등을 섞어서 자판기마다 각각의 맛이 달라서 주변의 택시기사들, 관광객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맛의 자판기 앞에 줄을 서기도 했다고 한다. 이후에 서울에서 커피점을 운영하던 우리나라 1호 ..

해파랑길 15일차(7/19일) : 35 - 36코스 [정동진 ~ 안목해변]

> 1. (정동진의 멋진 아침) 35코스를 마무리 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산뜻하게 출발하였다. 해가 막 솟아오를 무렵 해돋이 광경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해변가에 나와 있었다. 해가 돋는 광경이 뭐라고 이렇게 일찍들 나와서 뭔가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옹기종기 모여있을까? 어쩌면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그 동안의 어려움을 모두 떨치고 새로운 날들이 내 앞에 시작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아닐까? 나 역시도 오늘은 평탄하고 기분좋게 걸을 수 있는 길이 내 앞에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해가 돋는 광경을 보며 근거없는 희망이라도 걸어보고 있다. 해맞이 나온 분에게 부탁하여 오랫만에 기념사진을 남겼다. 정동진은 설정되어 있는 포토존들도 그럴 듯 하고 다른 풍경들도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