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1권 읽기/--01) 내가 읽은 책

디테일하지 못한 《디테일의 힘》

먹머구리 2018. 11. 13. 09:05

1.
책을 읽다보면 내가 왜 이 책을 선택했나 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 솔직히 꽤 많이 - 있습니다.

그래도 일단 손에 잡은 책은 가능하면 끝까지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일부분이라도 맘에 드는 부분을 찾아보려는 나름대로의 노력도 해 봅니다. 하지만 한번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책은 읽어가면서 자꾸 거슬리는 부분이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지요.

2.
왕중추의 <디테일의 힘>이 그렇습니다. 구입한 지는 꽤 됐는데, 읽다간 만 책입니다. 그런데 다른 책을 읽다가 좋은 책이라고 추천하기도 했고, 400만부 라는 판매부수를 기록했으니 아마 '뭔가'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최근에 손에 잡았습니다.

경영이나 관리를 하는 데는 치밀함이 필요하다는 걸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서 설명한 평범한 책입니다. 그런데 몇 군데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한번은 베이징대학에서 강연을 하다가 '왕중추식 2.18점 이론'에 대해 설명하게 되었다. 사람의 지능은 크게 지력과 비지력으로 나뉘는데 사람의 일생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본다면 지력이 40%를 차지하고, 지력은 다시 지식과 기능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지식이 4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지식은 다시 학문적 지식과 사회적 지식으로 나뉘고 학문적 지식이 실제 생활에서 응용되는 비중은 40%이다. 그러므로 한 학생이 시험에서 85점의 성적을 거두었다고 할 때, 그 가운데 학문적인 지식에 의해서 얻는 점수를 계산해보면 85×40%×40%×40%×40%=2.18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85점 가운데 학문적인 지식에 의지해서 얻어낸 점수는 고작 2.18점에 불과한 셈이다."(p.164)

남보다 우수한 인재가 되고 싶다면 아무리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인데...

위 내용을 살펴보면 40%를 세번만 얘기하고 계산에는 네번을 곱했습니다. 그리고 왜 뜬금없이 85점인가? 그리고 계산결과는 정확하게는 2.176인데 맘대로 반올림을 해버렸습니다.

VTR의 표준 경쟁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JVC에서 생산한 테이프의 기록용량이 SONY에서 생산한 테이프보다 1시간이 길어서 결국 기술경쟁에서 승리했다고 합니다.(p.158) 

그런데 이 이야기는 워낙 유명하여 그렇게 승리요인이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JVC에서 포르노를 대량으로 활용한 것이 승리 요인이라는 설까지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마치 초등학생에게 설명하듯 너무 단순화하였습니다.

4.
제가 굳이 이렇게 심하게 얘기하는 이유는 이 책이 '디테일의 힘'이기 때문입니다. 디테일을 강조하긴 했지만 자신이 쓴 책에 나오는 디테일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런 점 이외에도 서너 가지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더 있었지만 부정적인 서평은 이 정도로 해두겠습니다.

5. 

이 책에서 인상적인 구절은 두 부분입니다. 첫번째는 대담함과 세심함이 무엇인지에 대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한 의과대학 교수가 첫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말했다.
"의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건은 대담함과 세심함이네.”

간단하게 말을 마친 교수는 손으로 실험대 위에 놓인, 소변이 가득 담긴 컵을 가리키더니 손가락을 컵 속에 집어넣었다가 빼서는 다시 입 속에 넣었다. 그러고는 소변이 든 컵을 학생들에게 건넸다. 학생들도 자신이 했던 것과 똑같이 하라는 것이었다.

모든 학생들이 손가락을 컵에 깊숙이 넣었다가 다시 입에 넣었다. 모두들 구토를 참느라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 꼴을 본 교수가 웃으며 말했다.
"좋아. 모두들 아주 대담해."

이어서 교수는 근엄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다만 모두들 세심함이 부족한 게 아쉽군. 내가 컵에 넣은 것은 둘째손가락이고 입 속에 넣은 것은 셋째손가락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학생이 하나도 없는 걸 보면 말일세."(p.71)

교수가 말하는 세심함이 바로 디테일입니다. 관심과 열정, 그리고 열린 마음이 있으면 손가락이 보입니다.

두번째로는 다음 문구를 발견하고서 디테일이 작은 한 부분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그를 통해 전체를 볼 수 있는 창(바로미터)이구나 하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디테일한 부분 때문에 성공의 기회를 거머쥐는 일은 얼핏 보면 우연인 것 같지만 실은 필연적인 것이다. 디테일한 부분은 어딘가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물보라가 바다의 아름다움을 표현해주지만, 바다를 떠나서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p.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