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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수의 일상사

190122(화) 마키아벨리는 공화주의자다.

by 무딘펜 2019. 1. 22.

1.
지금 이 자리로 오기 전까지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에게 매일 아침편지를 썼습니다. 제가 모셨던 존경하는 분을 따라해 본 것인데, 꽤 오랜 시간 꾸준히 해보니 습관이 되었습니다.

자리를 옮기고 편지쓰기를 그만 둔 지금, 조금 편하기는 하지만 제 생각과 생활이 정리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특별히 수신인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다시 펜을 듭니다.

2.
어제는 처음으로 관사에서 혼자 잠을 잤답니다. 아내와 큰 딸이 어제 저녁에 이불이랑, 식기, 옷가지 등 기본적인 살림살이를 날라다 주고 돌아갔습니다. 큰 딸이 그러더군요. 이런 집에서 혼자 오래 생활하면 도인이 되는 것 아니냐고. 사실 한동안은 그렇게 지내고 싶은 내 맘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국제식 당구대를 들여놔도 공간이 남을 듯하고 가구조차 별로 없어서 약간 썰렁한  거실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마치 먼 산골에 있는 콘도에 놀러온 느낌입니다. 외롭고 쓸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으로 뭔 일이 내 앞에 나타날까 싶어서 살짝 설레는...

3.
아침에는 산새들의 노랫소리에 잠을 깨고, 눈부신 아침햇살을 반사하는 한강을 바라보며 담배를 한 대 물었습니다. 그동안 쫓기듯 살아오면서 방전된 듯하던 내 인생이 조금은 충전이 되는 느낌입니다.

사무실까지 겨우 3분 거리. 안양에서 출퇴근 하던 때보다 아침에 두 시간이 남아 돕니다. 세상에 아침에 두 시간이라니! 앞으로 게을러 질 것 같아서 산책이라도 하려고 했더니 아뿔싸, 운동화가 없네요. 아직은 어설픈 살림입니다.

4.
어제는 <민주주의를 만든 생각들 - 근현대편>(구민정, 권재원 편저, Humanist 2011)을 읽었습니다. '마키아벨리에서 아렌트까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바탕이 되는 생각들을 처음으로 내보인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쓴 책입니다.

편저자들의 말처럼 학교의 정치수업을 염두에 두고 구성한 것이라 깊이 면에서는 약점이 있지만 기본적인 내용을 빠뜨리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읽어볼 만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마키아벨리에 대한 평가가 인상 깊었습니다. <군주론>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오해이며, 마키아벨리 사상의 진정한 가치는 <로마사 논고>를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지금 <로마사 논고>를 읽고 있는 중이라 더욱 맘에 와 닿습니다.

관련 내용을 아래와 같이 발췌해 보았습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군주정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 아닙니다.

"그대가 군주정을 선택한 이상 덕은 기대하지 마라. 오직 권모술수만 있을 뿐이다." 이것이 마키아벨리의 일관된 주장입니다.

'덕'은 오직 공화정에서만 발현될 수 있으며, 공화정은 오직 시민의 덕성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군주론>은 '거꾸로 쓴 공화론'입니다. 똑바로 쓴 공화론은 바로 <로마사 논고>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인민과 통치자가 덕을 가지고 있으면 타락하지 않고, 제도가 절대 권력을 견제하도록 되어 있을 경우에만 공화정이 가능하며, 공화정이 귀족정이나 군주정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키아벨리의 뛰어난 점은 이상에 치우치지 않고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사이의 사회적 갈등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개탄하기 보다는 어떻게 엄연히 존재하는 계급들 간의 균형을 맞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p.31)'는 말은 날카롭게 다가옵니다.

즐거운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