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작은 딸애랑 식사를 하면서 재미있는 얘기를 나누었다.
ㅡ 딸 : 밀크티를 먹고 싶어서 빽다방에 가려고 하면 왜 꼭 비가 올까요?
ㅡ 나 : 과연 그럴까? 내가 보기엔 너는 비가 안오는 날에도 빽다방에 자주 들락거린 것 같은데... 비오는 날만 유독 기억을 많이 하는 것 아닐까?
ㅡ 딸 : 그런가? 머피의 법칙, 한 마디로 편향적인 선택적 기억의 성향인가요?
ㅡ 우와, 무슨 그런 어마무시한 용어를 사용하냐? 놀랍구나.
■ 매일 집에서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하는 딸아이한테서 그런 단어가 나오다니! (오해는 마시라. 딸아이는 게임도 즐기지만 게임 관련 일을 하는 프리랜서다)
나도 여행이 아니면 집에 붙어 있고, 딸아이도 거의 집안에서 생활하니 자주 얘기를 나누는데, 특히 단어와 개념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특히 우리는 이런 질문을 서로에게 많이 던진다.
"왜 이런 상황에서 요런 단어를 사용하는 걸까?"
그 단어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모르는 건 인터넷과 사전을 검색하다보면 '말'에 대한 여러가지 새로운 사실과 생각을 익히게 된다.
■ '편향적인 선택적 기억의 성향'... 좀 어색한 표현이긴 하지만 머피의 법칙을 꽤 잘 설명해 주는 단어의 묶음이다. 다만 과연 이 말에 나오는 편향적, 선택적, 기억, 성향 등의 단어에 대하여 딸아이는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 걸까?
워낙 꼼꼼하고 신중한 아이라서 함부로 말을 내뱉는 성격이 아닌 걸 알기에 아마도 의미도 모르면서 입밖에 내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더 많은 공부와 그에 따른 생각과 고민이 뒤따라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 인터넷에서 뉴스나 블로그 글을 읽다보면 구사하는 언어수준에 따라 그 사람의 사고수준을 짐작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내가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의 언어와, 아울러 사고의 높이와 깊이를 갖추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 글들은 곱씹어가면 여러 번 열심히 읽어본다.
다른 이들은 구사하는 언어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서 이해는 쉽지만 깊이는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엄청 어려운 단어와 개념을 사용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는 '따라쟁이'들도 꽤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말의 고삐"를 제대로 휘어잡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말이 제멋대로 날뛰어 자신도 제대로 제어를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읽는 사람도 불편하고, 글을 쓰는 본인도 답답할 것이다. 어디서 듣기는 한 단어인데 제대로 적확하게 구사를 못하니 말이다.
■ ... 사실은 내가 바로 이런 최악의 글을 쓰는 사람이다. "말의 고삐"를 제대로 거머쥐지 못하여 글을 쓰면서도 항상 두렵고 불안한 어설픈 글쟁이.
나는 언제쯤 내 생각이 내 언어가 조화롭게 어울리며, 내 '말'을 타고 훨훨 날아다닐 수 있을까?
■ 말의 고삐를 제대로 잡기는 참으로 어렵다. 노력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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