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짧은 생각들

[독서] 이지엽 시인의 "해남에서 온 편지" 외...

무딘펜 2011. 7. 17. 22:49
아버님 제사를 지내고 나서, 홀로 병상에 계신 어머님을 생각하며 몇 편의 시를 옮겨봅니다.

1. 해남에서 온 편지(이지엽)

   이지엽시인의 해남에서 온 편지라는 시를 올려본다.

   투박한 말투에 남도 사투리가 중간중간에 섞여 있지만 서울에 사는 딸아이에게 편지를 보내는 엄마의 징한 마음과 시골생활의 팍팍함이 녹아 있어서 읽는 중간중간 마음이 찡했다.

  홀로 시골에 어머님 생각이 '달구똥마냥 끈해서' 쏘주 한잔 없이 오늘 저녁을 보내기 어려울 것 같다.  이번 주말에는 꼭 한번 찾아뵈야겠다.

해남에서 온 편지 
                                                    이 지 엽

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꾹꾹 쑤신다.

아가 서울 가는 인편에 쌀 조깐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묵거라 아이엠 에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하고 지난 설에도 안와브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것인디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다 나도 얼릉
따라 나서야 것는디 무진 것이 목숨이라 이도저도 못하고 그러냐 안.
쑥 한 바구리 캐와 따듬다 말고 쏘주 한 잔 혔다 지랄 놈의 농사는 지먼
뭣 하냐 그래도 자석들한테 팥이란 돈부, 깨, 콩, 고추 보내는
재미였는디…… 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 너는 이
에미더러 보고 자퍼도
꾹 전디라고 했는디 달구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

복사꽃 저리 환하게 핀 것이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




2. 어머니 발톱을 깎아드리며(이승하)

   우연히 발견한 '문학나눔'(http://www.for-munhak.or.kr/)이라는 사이트에서 도종환 시인의 낭송으로 이 시를 접하는 순간 어쩌면 내 어머니의 모습이 플래시 동영상 위로 스쳐가면서 참으려 했지만 어느새 눈가가 축축해짐을 느꼈다.

   나의 설명이 사족이리라. 한번 읽어 보시길...

http://cafe.naver.com/kskwin48/405


어머니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문학나눔의 플래시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http://for-munhak.or.kr/idx.html?Qy=postman&fld=Z3JvdXBpbmc=&words=1&nid=1&page=6


3. 인터넷에 떠도는 시 하나

    이처럼 멋진 시가 지은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돌아다니다니...

   어느 카페에서 본 시라서 그냥 링크만 시켜줍니다. 위의 두 시들이 애절함이 배어있다면 이 시는 오히려 어머니의 쿨함과 솔직함이 진짜 가슴에 와 닿는 시입니다.  끝.

ps. 죄송... 쓰고나서 연결해 보니 회원가입을 하라네요. 다음에 여유 있을 때 올려 드릴께요. 하지만 아마 한 두번은 보셨을 걸요.

  ☞  http://cafe.naver.com/kskwin48/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