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짧은 생각들

[시] 그 소, 애린 1 - 김지하

무딘펜 2013. 1. 30. 18:26


경향신문에 실린 '지하보다 아름다운 현진'이란 시론을 읽다가 소개된 시가 너무 맘에 들어 옮겨봅니다. 그런데 사실 그 시론에서 말하고자 했던 건 변심한 김지하보다 최근에 <뜨겁게 안녕>이란 책을 쓴 김현진이라는 작가가 훨씬 더 마음에 와 닿는다는 얘기였습니다.


어찌되었건 김지하의 아래 시는 제 맘에 쏘옥 듭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그 소, 애린 1 


                      김지하 


단 한 번 울고 가 

자취 없는 새 

그리도 가슴 설렐 줄이야  


단 한 순간 빛났다
 

사라져가는 아침빛이며 
눈부신 그 이슬 
그리도 가슴 벅찰 줄이야 
한때 
내 너를 단 하루뿐 
단 한 시간뿐 
진실되이 사랑하지 않았건만 
이리도 긴 세월 
내 마음 길 양식으로 남을 줄이야 
애린 
두 눈도 두 손 다 잘리고 



이젠 두 발 모두 잘려 없는 쓰레기 
이 쓰레기에서 돋는 것 
분홍빛 새살로 무심결 돋아오는 
애린 
애린 
애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