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이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 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홀로서기 3편, 다시 홀로서며 6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시로서 전문은 꽤 길다.
홀로서기 1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놓이 쳐들고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이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작은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 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 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 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 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이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 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나의 삶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 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홀로서기 2
1 추억을 인정하자 애써 지우려던 내 발자국의 무너진 부분을 이제는 지켜보며 노을을 맞자. 바람이 흔들린다고 모두가 흔들리도록 버려 둘 수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또 잊어야 했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 순간은 육신의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다. 내 가슴에 쓰러지는 노을의 마지막에 놀라며 남은 자도 결국은 떠나야 한다.
2 아무도 객관적인 생각으로 남의 삶을 판단해선 안된다. 그 상황에 젖어보지 않고서 그의 고민과 번뇌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가 가졌던 그 숱한 고통의 시간을 느껴보지 않고서, 그 누구도 비난해선 안된다. 너무 자기 합리화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지만 그래도 가슴 아득한 곳에서 울려나오는 절망은 어쩔 수 없고 네 개의 가시로 자신은 완전한 방비를 했다면 그것은 가장 완전한 방비인 것이다
3 나로 인해 고통 받은 자 더욱 철저히 고통하게 해주라. 고통으로 자신이 구원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남이 받을 고통 때문에 자신을 희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아닌 것은 아닌 것일 뿐 그의 고통은 그의 것이다. 그로 인해 일어난 내 속의 감정은 그를 더욱 나약하게 만들 뿐 아닌 것은 언제나 아닌 것이다 그로 인한 고통이 아무리 클지라도 결국은 옳은 길을 걸은 것이다.
4 나의 신을 볼 얼굴이 없다 나의 긴 인생길을 따라다니며 내 좁은 이기심과 기회주의를 보고 웃으시는 그를, 내 무슨 낯을 들고 대할 수 있으리
부끄러움으로 인해 자신을 돌아보지만 자랑스레 내어 놓을 것이라곤 하나도 없기에 좀 더 살아 자랑스러운 것 하나쯤 내어 보일 수 있을 때가 되면 자신있게 신을 바라보리라지만, 언제가 되어질지는, 아니 영원히 없을지도 모르겠기에 <나>가 더욱 작게 느껴지는 오늘 나를 사랑해야 할 것인가, 나는
5 나 인간이기에 일어나는 시행착오에 대한 질책으로 어두운 지하 심연에 영원히 홀로 있게 된대도 그 모두 나로 인함이기에 누구도 원망할 수 없으리 내 사랑하는 내 삶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 나, 유황불에 타더라도 웃으려고 노력해야지. 내가 있는 그 어디에도 내가 견디기에는 너무 벅찬데 나를 이토록 나약하게 만든 신의 또다른 뜻을 무엇일까
홀로서기 3
1 보고 싶은 마음을 오래 참으면 별이 된다고 작은 창으로 바라보는 하늘이 유난히 맑다.
늘상 시행착오 속에 살면서 나를 있게 해준 신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숱한 밤을 밝혀도 아직도 나는 나의 얼굴을 모르고 있다.
2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역에서 그냥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있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지만 발길을 막고 서 있는 건 내 속에 나 혼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인가 새로운 자리를 찾아나서는 풀씨들만큼 충실한 씨앗이 되지 못했다.
그리움이 익으면 별이 된다고 내 속에서 빛나는 건 미처 못 지운 절망의 아픔들만 아직도 눈을 뜨고 있다.
3 노래가 질펀한 거리를 그대는 걷고 있다. 시간은 내 속에 정지해 있고 어쩌면 눈물만이 아프다.
혼자 불끄고 누울 수 있는 용기가 언제쯤이면 생겨날 수 있나 모든 걸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 때가 나에게 있을까
잊음조차 평온함으로 와 닿을 때 아, 나의 흔들림은 이제야 끝났는가
4 내가 준 고통들이 지금 내가 안고 궁그는 아픔보다 더 크고, 그럴지라도 그 맑은 미소가 다시 피어나길 기도하는 것조차 알량한 자기 위안일 뿐 나에게 손 내밀어줄 신이 정말 있을까
흔들리지 말아야겠다는 숱한 다짐들이 어떤 바람에도 놀라게 한다. 굳건히 설 수 있을 때까진 잊어야지 내 속에 흐르는 강물이 결국은 바다로 간다는 걸 깨닫기까지
5 나는 여기 있는데 내 마음은 어디를 다니고 있는지 아직 알 수가 없다.
아프게 살아온 날들이 모두 돌아볼 수 없도록 참담하고 흔들리는 인간이 흔들리는 나무보다 약하다. 지하도를 빠져 나오는 느낌이 모두 같을지라도 바람부는 날 홀로 굳건할 수 있다면 내 속에 자라는 별을 이제는 하늘로 보내 줄 수 있을텐데
아직도 쓰러져 있는 그를 위해 나는 꽃을 들고있다.
6 술잔 속에서 그대가 웃고 있을 때, 나는 노래를 부른다, 사랑의 노래를. 보고 싶은 마음들은 언젠가 별이 되겠지 그 사랑을 위해 목숨 걸 때가 있다면 내 아픔들은 모두 보여주며 눈물의 삶을 얘기해야지 연기처럼 사라지는 인생을 위해 썩어지는 육신을 위해 우리는 너무 노력하고 있다.
노을의 붉은 빛을 닮은 사랑의 얼굴로 이제는 사랑을 위해 내가 서야한다. 서 있어야 한다.
7 안다. 너의 아픔을 말하지 않아도 나만은 그 아픔을 느낄 수 있기에 말하지 않는다 절망조차 다정할 수 있을 때 그대는 나의 별이 되어라. 흔들리는 억새풀이 애처롭고 그냥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었다 지는 들꽃이 더욱 정겹다.
그냥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사랑하기 위해 애쓰자 사랑없는 삶으로 우리는 자신을 속일 수 없다 내 꿈으로 띄운 별이 이제는 누구의 가슴에 가 닿을지를
고민하지 말아야지.
다시 홀로서며 1
마른 풀들이 서걱이는 바람소리만 홀로 허허로운 추억의 강가에 서서 잠시 쉬어가는 철새 떼들의 모래 속에 묻어야 할 기억들 이젠 떠나야 하리, 홀로서기 위해 쓰러져도 다시 서 있는 미류나무. 사랑의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할 수 없다는 걸,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되고 마음 속으로 끝난다는 걸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다시 홀로서며 2
가야 한다면 가고 아직 고통스럽다면 오래 방황해야 한다. 그저 바람 지나는 들풀처럼 온 몸으로 맞으며 흔들리고 흔들리면서도, 그 들판의 삶을 사랑하는 그런 삶을 살아야지.
사랑한다는 말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없다.
다시 홀로서며 3
이젠 떠나자 전생의 끈으로 이루어오던 사랑도 다 나무 밑을 지나는 바람인 것을 가슴 속에 살아 있는 어느 유목민의 사랑 흔적조차 별빛 아래에서 빛나는 먼 전설이다.
그냥 기다림으로 계속되는 사랑을 찾아 헤메다 깨어진 자신의 삶을 그래도 살아야 하고
이제 사랑은 내 속에서 찾아야 한다. 내 삶에서 진실을 보여야 하고 그리고 사랑하여야 한다. 먼 훗날 또 하나의 전설을 위해.
다시 홀로서며 4
하늘 푸른 들녘에 그대 홀로 서서 나에게 손을 내민다. 쓰러진 내 모습이 가련해서라면 나는 그 손을 잡을 수 없다. 그대 아직도 나를 위한 촛불을 꺼뜨리지 않았다면 나는 그대의 손을 잡고 기꺼이 그대의 밤을 밝히는
촛불이 되어 타리다.
다시 홀로서며 5
사랑의 상처를 또다른 사랑으로 치유해선 안된다. 고통은 밤하늘 개울음처럼 자꾸만 서로를 불러내올 뿐 아픔은 결국 내 속에서 고쳐야한다.
절망하며 사랑으로 난 문을 닫아도 가슴 속 깊은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다시 홀로서며 6
먼 훗날 사랑으로 하여 내 몸이 깨어질지라도 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두를 나는 바칠 수 있다. 아침은 언제나 춥고 긴 어둠 뒤에 오는 것. 사랑을 위해 바칠 수 있는 목숨이 있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