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생각 짧은 글/1. 유쾌한 백수생활
190122(화) 마키아벨리는 공화주의자다.
무딘펜 bluntpen
2019. 1. 22. 10:53
1.
지금 이 자리로 오기 전까지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에게 매일 아침편지를 썼습니다. 제가 모셨던 존경하는 분을 따라해 본 것인데, 꽤 오랜 시간 꾸준히 해보니 습관이 되었습니다.
자리를 옮기고 편지쓰기를 그만 둔 지금, 조금 편하기는 하지만 제 생각과 생활이 정리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특별히 수신인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다시 펜을 듭니다.
2.
어제는 처음으로 관사에서 혼자 잠을 잤답니다. 아내와 큰 딸이 어제 저녁에 이불이랑, 식기, 옷가지 등 기본적인 살림살이를 날라다 주고 돌아갔습니다. 큰 딸이 그러더군요. 이런 집에서 혼자 오래 생활하면 도인이 되는 것 아니냐고. 사실 한동안은 그렇게 지내고 싶은 내 맘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국제식 당구대를 들여놔도 공간이 남을 듯하고 가구조차 별로 없어서 약간 썰렁한 거실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마치 먼 산골에 있는 콘도에 놀러온 느낌입니다. 외롭고 쓸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으로 뭔 일이 내 앞에 나타날까 싶어서 살짝 설레는...
3.
아침에는 산새들의 노랫소리에 잠을 깨고, 눈부신 아침햇살을 반사하는 한강을 바라보며 담배를 한 대 물었습니다. 그동안 쫓기듯 살아오면서 방전된 듯하던 내 인생이 조금은 충전이 되는 느낌입니다.
사무실까지 겨우 3분 거리. 안양에서 출퇴근 하던 때보다 아침에 두 시간이 남아 돕니다. 세상에 아침에 두 시간이라니! 앞으로 게을러 질 것 같아서 산책이라도 하려고 했더니 아뿔싸, 운동화가 없네요. 아직은 어설픈 살림입니다.
4.
어제는 <민주주의를 만든 생각들 - 근현대편>(구민정, 권재원 편저, Humanist 2011)을 읽었습니다. '마키아벨리에서 아렌트까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바탕이 되는 생각들을 처음으로 내보인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쓴 책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마키아벨리에 대한 평가가 인상 깊었습니다. <군주론>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오해이며, 마키아벨리 사상의 진정한 가치는 <로마사 논고>를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지금 <로마사 논고>를 읽고 있는 중이라 더욱 맘에 와 닿습니다.
관련 내용을 아래와 같이 발췌해 보았습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군주정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 아닙니다.
"그대가 군주정을 선택한 이상 덕은 기대하지 마라. 오직 권모술수만 있을 뿐이다." 이것이 마키아벨리의 일관된 주장입니다.
'덕'은 오직 공화정에서만 발현될 수 있으며, 공화정은 오직 시민의 덕성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군주론>은 '거꾸로 쓴 공화론'입니다. 똑바로 쓴 공화론은 바로 <로마사 논고>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인민과 통치자가 덕을 가지고 있으면 타락하지 않고, 제도가 절대 권력을 견제하도록 되어 있을 경우에만 공화정이 가능하며, 공화정이 귀족정이나 군주정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키아벨리의 뛰어난 점은 이상에 치우치지 않고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사이의 사회적 갈등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개탄하기 보다는 어떻게 엄연히 존재하는 계급들 간의 균형을 맞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p.31)'는 말은 날카롭게 다가옵니다.
즐거운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