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부분은 주로 동양고전을 통한 세계 인식을 작가 특유의 해박함으로 해석하여 들려주고 있고, 뒷 부분은 작가의 경험, 특히 통혁당 사건으로 치룬 30 여년간의 교도소 생활 중에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통한 사람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 4. 20 ♣ 쪽수 : 428 ♣ 구매 : 2016. 8. 12 / Yes24 ♣ 읽음 ① 2017. 2. 10 ② |
[읽고 나서]
소주 "처음처럼"을 보면 신영복 선생이 생각난다. 그 친근해 보이면서도 맑은 글씨체(쇠귀체)는 마치 그리 잘나지 못하고 또한 그다지 돈도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 기쁘나 슬프나 격려와 위안이 되어주는 소주의 맑은 빛깔을 닮았다. 이 글씨는 신영복 선생이 감옥에서 쓴 글씨인데, 두산에서 이 글을 요청하자 서민들이 마시는 소주에 쓸 것이라 한 푼도 받지 않고 흔쾌히 주었다고 한다.
담론, 이 책은 신영복 선생이 작고한 후 한동안 최고 인기를 누렸는데 베스트셀러에 대한 막연한, 웬지 이유는 나도 모르는 거부감으로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여름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탁한 색깔에 비싸 보이지 않는 종이 질까지, 제법 수수한 책 표지에 이끌려 - 한편으로는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의 하나로서 이 책은 꼭 읽어보아야지 하는 채무감도 쪼금 있었다. - 구매했다.
그러나 이 책을 산 이후 당장 손에 잡히지는 않아서 서너달 묵혀 두었다가 근래에 읽게 되었다.
앞부분은 주로 동양고전을 통한 세계 인식을 작가 특유의 해박함으로 해석하여 들려주고 있고, 뒷 부분은 작가의 경험, 특히 통혁당 사건으로 치룬 30 여년간의 교도소 생활 중에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통한 사람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맨 앞 부분에서 인식의 틀로서 문사철보다는 시서화악을 통한 직관적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과 뒷부분에서 상품과 자본에 대한 논의를 통하여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전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
특히 안도현의 시 '스며드는 것'을 소개받은 것은 큰 행운이다. 덕분에 당장 그 시가 실린 시집을 구매했다.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는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기본적으로 선생의 생각이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라서 이것만 마음에 두고 읽는다면 생각의 균형을 잃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뒷편에 있는 '상품과 자본'이라는 부분은 자세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출처 및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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