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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생각 짧은 글/1. 유쾌한 백수생활

2024년,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면 믿으실까요?

by 무딘펜 bluntpen 2024. 11. 26.


■ 오랫만에 예전에 근무하던 용산 삼각지에 왔습니다. 일년에 두 세번씩 예전 다니던 치과에 들르기 위해서입니다. 마치 숙제 검사 맞듯이 원장님께 진찰을 받고, 야간의 꾸중(?)을 듣고, 스케일링을 하고 나왔습니다.

저녁식사 약속까지는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아서 비는 오지만 우산을 쓰고 이곳 저곳 둘러봅니다.


■ 삼각지에 비밀처럼 감추어진 오래된 추억의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삼각지 골목 안쪽에 있는 아주 오래된 재래식 화장실입니다.

1990년대 초 처음 본 모습 그대로, 30년 넘게 한 직장생활을 마치고 내가 삼각지를 떠날 때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꿋꿋한 장소입니다.

삼각지 시장 골목의 '옛집국수'와 '숯불나라' 사이로 들어가면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조그마한 공터가 있고 그 주변에 신림순대라는 포장마차비슷한 식당과 몇 개의 옛날식 화랑들이 있습니다.

'신림순대 곱창볶음'과 '은화랑' 사이에 바로 문제의 화장실이 있답니다. 멀리로 화려한 고층 아파트 자이가 보이는군요



■ 허름하고 약간 냄새나는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놀랍게도 옛날식 알미늄 문짝을 달고 있는 남녀 화장실이 바로 옆에 붙어 있습니다.


볼 일을 본 후에 저 파이프에 붙어 있는 주홍색 레버를 위로 올리면 물이 나와 변기를 씻어줍니다. 처음 보시는 분도 있겠죠.


이 화장실의 조명은 1970년대식 백열전구 입니다. 어떻게 불을 켜고 끄는지 이해가 되시면 꽤 연세가 드신 겁니다.




■ 어떠세요? 요즘 이런 화장실 본 적 없으시죠. 요즘 가장 핫한 동네로 불리는 삼각지, 대통령이 집무하는 동네 앞에 이런 화장실이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언젠가는 없어지겠지만, 제 생각에는 깨끗하게 관리하면서 그냥 놔둬도 나름 괜찮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이곳은 꽤 술이 취하거나 아주 급할 때가 아니라면 사용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곳이긴 하지만, 옛날에는 이랬단다, 하는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곳이기도 하니까요.

참고로 문은 잠겨있지 않고 당연히 무료입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