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퇴근 길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안양역에서 내려서 집 근처의 신호등을 건너려는데 컴컴한 구석에서 왠 남자가 튀어 나왔다. 손에 시퍼런 배추 잎사귀를 몇 장 들고 흔들면서 말을 거는 것이었다.
"조선일보 보세요. 현금을 드립니다."
"아! 저는 집에서 경향신문 보고 있어요."
"그럼 한국경제도 공짜로 끼워 드릴께요. 조선일보 보세요. 말씀만 하시면 이 돈 당장 드려요."
귀찮았다. 그래서 떼어버릴 딱 한 마디...
"돈이 문제가 아니고 저는 조선일보를 신문으로 보지 않습니다."
결국 그렇게 매정하게 떼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서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언론에서 이 무슨 추태인가? 돈으로 독자를 사려하다니!
이런 행태는 돈의 문제가 아니고 신뢰성에 먹칠을 진하게 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아니 해당신문뿐만 아니라 언론 전체, 나아가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감을 키우는 독버섯이다.
또한 이렇게 돈을 뿌려서 독자 숫자를 늘리면 그 비용은 과연 무엇으로 뽑을까? 그들이 흙을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필연적으로 돈으로 산 신문부수를 들이대면서 광고주에게 돈을 더 내게 할테고, 그 광고주는 물건값에 그 돈을 얹을테고, 그렇게 되면 결국 신문의 독자이며 소비자인 일반시민들만 손해를 보는 셈이 되지 않겠는가?
여러분! 제발 돈에 양심을 팔지 맙시다. 겨우 7만원에...(한 백만원이면 몰라도...ㅋㅋㅋ)
나는 사실 지난해 10월 정도까지 중앙일보를 구독했다. 그런데 지나치게 편파적인 신문내용에 비위가 상해가고 있었는데 대통령 선거에 즈음하여 그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되어 과감히 끊었다. (벌써 1년 이상 구독하였기에 예전에 석달 공짜로 본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때도 끊은 이유는 위에서 말한 것과 똑같다.
"나는 중앙일보를 신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한 마디에 넉아웃이 되두만... 후후~~
그 후에 경향신문을 보게 되었는데, 물론 경향신문도 나름대로 편집방향이 치우친 감이 들 때도 있지만 일단 공짜나 경품이 없고, 찌라시가 없다는 점이 맘에 든다. 그만큼 돈의 힘에 휩쓸리지 않고 주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잘 읽지도 않는 광고 나부랭이가 아침부터 신문에 줄줄 딸려들어와서 쓰레기로 처리해야 하는 것도 마음에 안들고, 그것을 신문사이에 침발라가며 끼워넣었던 배달원 시절의 기억때문에 더욱 반감이 생긴다.
아 참! 나는 고등학교 다닐 때 새벽마다 조선일보 배달을 하였다. 그 때 새벽 4시부터 나가서 찌라시도 많이 끼웠고, 겨울에도 온몸에 땀이 날만큼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만큼 조선일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돈으로 독자를 사려는 조선일보의 작태는 정말 맘에 들지 않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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