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 백수의 일상사

맛이 익어가는 장소, 장독대

by 무딘펜 2017. 10. 11.

장독대가 청결하고 반듯해 보이면 왠지 그 집의 살림살이와 음식맛에 신뢰가 가기 마련이다.


요즘은 고추장, 된장, 간장과 같은 우리 음식에 반드시 필요한 장류들을 집에는 담그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마트에서 구입한다. 우리집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 부모 세대만 하더라도 이런 "보물"들은 오랜동안 인내의 시간을을 거쳐야만 비로소 우리의 밥상머리에 오를 자격을 갖출 수 있었다.


그 양념들이 맛이 배어들기 위한 단련의 시간을 거치는 신성한 장소가 바로 장독대였다. 화학 조미료가 없던 시절에 집집마다의 음식맛을 결정하는 거의 유일한 바로미터는 바로 주부의 손맛과 장맛이었는데, 손맛은 노력과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변하지 않는 맛의 상수는 바로 장독대에서 결정되었다. 그만큼 장독대 관리는 그 집 안주인의 아주 중요한 역할이었다. 


외형이 내실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단정한 외모가 그것에 기울인 정성을 가늠할 수는 있는 것처럼, 장독대가 청결하고 반듯하면 왠지 그 집안 살림과 음식맛에 신뢰가 가기 마련이다.



옥천 처가의 옆집에 가지런히 놓인 장독대 사진이다. 이 곳을 둘러보면 요즘은 별로 교류가 없는 듯 하지만 예전에 김장하러 내려오면 곧잘 오셔서 일손을 거들어 주던 털털하면서도 깔끔한 성격의 여주인 얼굴이 떠오른다.

장독대 뿐만 아니라 요즘같은 시대에 누가 편지를 부칠까마는 별로 구실을 못하는 우체통마저 소품처럼 예쁘게 관리하고 있는 걸 보면 집주인의 인생에 대한 철학마저 느껴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