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은 태어나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이 말 뒤에 숨어 있는 다른 말은 또한 우리 인간은 불행을 감당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행복해져야 한다.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행복을 누가 가져다 주는가? 나의 불행은 누군가의 책임이고 나의 행복은 당연히 내가 누려야할 권리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나는 종교인은 아니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불교경전에 심취한 적이 있다. 그 때 종교로서는 아니지만 인생철학으로서 불교의 가르침에 대하여 많은 부분 공감을 느꼈는데 결국 인생은 '괴로움'이 근본이고, 행복은 장마 중에 가끔 얼굴을 비추는 햇볕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불교의 근본을 이루고 있다고 본다.
이렇게 불행을 대처하는 방법에 집중할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에 다가갈 수 있으며, 오히려 행복을 추구하다 보면 불행에 빠질 경우가 많다. 아니 행복이라는 것 자체가 무지개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하긴 행복의 정의부터가 불분명하다. 혹자는 불행이 없는 상태라는 말장난을 하기도 하지만 어찌되었건 근래 여러가지 매스미디어에서 부추기고 있는 괘락이나 단초적인 즐거움이 우리에게 궁극의 행복을 주지는 못하며 오히려 그러한 종류의 행복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불쾌감만 줄 뿐이다.
행복이건 불행이건 나에게 닥친 일을 조금만 비켜서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순간 그것이 별 것이 아니라는 것. 나의 본질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결국은 모든 것이 나에게서 시작하여 나에게로 끝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불행에도 그리고 행복에도 좀 더 초연하여 흔들리지 않으면서 내 자신을 찾고 그 안에서 진정한 행복감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어떤 경우는 남들의 불행을 보살피고 배려해 주는 가운데 그 불행의 뿌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한편으로 나의 존재에 대한 일각의 성찰을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
갑자기 비가 오고 날씨가 구릿하니 나의 개똥철학이 다시 살아난다. 아무 생각없이 살아야겠다.
'✒️ 긴 생각 짧은 글 > 1. 유쾌한 백수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려 (0) | 2013.02.01 |
---|---|
[일상사] 카페와 블로그 (0) | 2011.08.31 |
[일상사] 까치의 생김새에 대한 나의 환상 (0) | 2011.08.17 |
[생각] 철이 듦과 사고의 유연성 (0) | 2011.08.13 |
[일상사] 나의 학교생활 (0) | 2011.07.30 |
[일상사] 면허증 재발급 10분이면 끝! (0) | 2011.07.22 |
[일상사] 오랜 자취생활에서 터득한 인생의 진리 (0) | 2011.07.14 |
[일상사] 눈이 많이 오는 날 (0) | 2010.01.04 |
090907 당구를 잘 치는 방법 - 당구병법 (0) | 2009.09.07 |
090814 이슬과 배와 피만 먹고 사는 남자 (0) | 2009.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