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 백수의 일상사

독서는 두부 만들기다!

by 무딘펜 2018. 6. 11.
1.
휴일에는 두부 만들기를 시도했다. 콩을 불려 믹서기에 갈고 끓인 후 비지를 제거하고 간수대신 간장 희석시킨 걸 부으니 순두부 비슷한 게 생겼다. 그러나 아무래도 간수 없이 제대로 두부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아 인터넷을 통해 간수를 주문했다.


2.
책을 읽는 것은 두부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물리적 수고와 간수라는 화학적 반응, 그리고 긴 기다림의 시간이 가미되어야 한다.

3.
두부를 만드는 과정은 꼬박 반나절 이상을 콩을 불리는 일에서 시작된다. 불린 콩을 요즘이야 믹서기에 갈면 되지만 예전에는 맷돌에 갈았다. 한 손으로 맷돌을 돌리면서 한 손으로는 맷돌 주둥이에 타이밍 맞춰 수저로 콩을 떠넣는 일은 상당한 기술과 인내심을 요한다.

4.
다음은 불 앞에서의 사투다. 콩물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불조절을 해가며 끓인 콩물을 보자기에 넣고 짜낸다. 한 방울이라도 낭비되지 않도록 뜨거운 보자기를 비트는 과정은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다. 비지를 따로 걸러낸 콩물을 다시 끓인다. 겉표면에 살짝 얇은 막이 생길 때 되면 불을 빼내고 간수를 골고루 뿌린 후 기다린다.

잠시 후 열어보면 콩단백질끼리 뭉쳐서 순두부가 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다음은 이것을 보자기에 담아 두부틀에 넣는다. 그리고 또 오랫 기다림... 드디어 두부가 만들어 진다.

5.
독서도 마찬가지이다. 얇아도 최소한 2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는 것은 반나절은 족히 시간을 요구한다.

단순히 눈으로 읽는 것은 당장은 쉬워도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중요한 부분에 줄을 긋거나 노트에 따로 인용하고 내 생각을 적어 두기도 한다.

가장 결정적인 시간은 독후감이다. 책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요약하고 내 감상을 써 넣는 작업을 통하여 드디어 책을 읽으면서 뽑아낸 조각 지식들이 뭉쳐서 모양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것을 꾹 눌러두었다가 어느날 내 머리에서 꺼내어 새로운 생각으로 발전시키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주는 일이 최종적인 책을 읽는 목적이 되는 것이다.

6.
담백하고 맛있는 두부를 위해서는 땀과 시간과 기술을 발휘해야 하듯이 나의 지식을 넓히고 삶을 가꾸기 위해서도 지긋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