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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수의 일상사

재밌는 얘기도 내가 하면 김이 빠진다.

by 무딘펜 2018. 5. 25.

난 참말로 말솜씨가 없다. 금방 읽은 책에 대해서도, 내가 맛있게 먹은 냉면 이야기도 남들한테 실감나게 이야기해 주질 못한다.


오늘은 직원들 몇 명과 어울려 직장근처에 있는 봉피양이라는 음식점에서 평양냉면을 먹었다. 나는 음식을 가려먹는 편이 아니지만 또한 특별히 선호하는 음식도 없다. 그렇지만 내가  여름철이면 자주 찾는 음식이 이 집의 메밀로 만든 심심한 냉면이다.

대부분의 평양냉면이 그렇듯이 봉피양의 냉면은 한 마디로 "맛이 없다." 맛이 나쁜 것이 아니라 별다른 맛이 없다는 것이다. 

메밀의 심심한 맛에 육수의 약간 달착지근한 맛이 느껴질 뿐이다. 거기에 기호에 따라 식초와 겨자를 약간 첨가하여 먹는다. 

그런데도 "맛있게 맛없다". 한 마디로 끌린다! 다른 냉면집들과는 달리 별도로 얼음을 넣는 것이 아닌데도 먹고나서 느끼는 시원한 기분은 한참을 간다. 먹고나서 오늘 점심은 제대로 먹었구나 하는 만족감이 샘솟는다.

식사를 즐기면서 어제 구매한 하완 씨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라는 책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공감하며 읽은 책이라 할 말은 많았다.

그러나 3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화제는 고양이 이야기로 넘어갔고, 그 자리에 참석한 누구도 그 책을 읽어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에 돌아오니 식당을 예약해 준 여직원이 그 심심한 평양냉면을 무슨 맛에 그리 자주 찾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한참을 나름대로 설명했지만 아마도 나의 어눌한 이야기는 그녀의 입맛을 유혹하지는 못한 것 같다.

왜 재미있는 화제도 내 입만 통하면 김빠진 맥주가 되는 것일까? 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