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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수의 일상사

081112 마음 다스리기에는 당구가 최고!

by 무딘펜 2008. 11. 12.

어제는 오랫만에 친한 후배랑 당구를 쳤다. 그 녀석은 당구실력이 400이고 나는 300. 실력에서 밀리는 건 당연하지만 250씩 놓고 히로없이 맞붙었다. 왜냐하면 사실은 이번 주말에 당구대회에 출전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어서 그 룰대로 한번 해 본 것이다.

결과는?
첫 게임은 1승 2패, 두번째 게임은 스트레이트 2패로 코가 납작해졌다. 실력차이는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오랫만에 당구를 쳐보니 정말 마음대로 안된다. 나야 원래부터 후루쿠(압니다. 표준어가 아니라는 것...ㅋㅋ)로 배운 당구라서 '감'에 의존해서 치는 스타일인데 오랫동안 큐를 잡지 않아서 녹이 많이 슬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정작 당구를 치면서 더 절실하게 느꼈던 것은 몸이 맘대로 안 따라주는 것 보다는 마음이 예전과는 달리 평정심을 잃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치건 상대방이 치건 '몸 씨나루'가 자주 들어가게 되고, 당점과 자세와 호흡이 흐트러지고... 결국 내가 칠 수 있는 볼도 실수로 못치게 되고... 또 다시 불안해지고...

당구가 끝나고 통닭에 맥주를 한잔 하면서 내가 당구치면서 느꼈던 감정을 얘기했더니 본인도 그러하단다. 그러면서 자신은 다른 스포츠도 비슷하지만 당구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단다. 조금만 마음이 흔들리면 큐도 흔들리고 결국은 실수로 연결될 수 밖에 없는 운동이라면서...

예를 들어서 구석에 있는 공의 뒤로 작은 구멍이 있어서 빠지면 어떡하나 하고 생각을 하고 치면 반드시 빠지는 상황이 한 두번이 아니란다. 그 틈으로 일부러 빼려고 생각하면 그것이 맞히는 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인데도 말이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도 평상시에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멋진 방범창살이 덧씌워져 있는 창문이 있다. 창문을 향하여 밤알만한 짱돌을 던지면 어떻게 될까? 전체 면적에서 창살이 차지하는 면적을 계산하면 확률이 나올 것이다. 아니면 아무 생각없이 수백번을 던져보면 아마 개략적으로 답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실제로 던지지 말고 머리 속으로 생각을 해보자. "저 창살을 꼭 맞추어야겠다."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왠지 창살을 피해 창문을 맞추게 될 것 같지 않은가?

거꾸로 이번에는 내가 이 짱돌로 저 창살을 피하여 창문을 깨지 못하면 뒤에서 누가 총으로 내 뒤통수를 쏘아 죽인다고(ㅋㅋㅋ 너무 험악한가?) 생각해보자. 이상하게도 돌멩이는 창살을 향하여 날아갈 것 같지 않은가?

아마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이리 저리 많이 재고 생각이 많은 나로서는 위와 같이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게 뭐란 말인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데...??? 바로 머피의 법칙이다.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어김없이 잘못되어 간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보고 싶은 것은 확률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잘못될 가능성에 대한 염려'가 우리의 두뇌에 요상스런 작용을 일으켜서 무의식 중에 - 마치 운명의 새끼줄에 코두레를 꿰어 질질 끌려가듯이 - 잘못된 방향으로 일을 끌고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한 가지 주제를 너무 길게 얘기하니까 머리 아프다. 하여튼 뭔가 해야할 일이 있으면 이게 잘못되면 어떡하나 하고 앉아서 고민하지 말고 신발끈을 질끈 묶고 '아무 생각없이' 뛰어보는 것이 오히려 성공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나같은 햄릿형 인간들에게는!

다음부터는 당구칠 때 아무 생각없이 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