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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수의 일상사

081208 나의 이상한 버릇

by 무딘펜 2008. 12. 8.


나는 나도 이해못할 묘한 버릇을 두 개 가지고 있다. 집 화장실을 사용하고 소등을 안하는 것과 글씨를 쓰면서 '남'자와 '만'자를 바꾸어 쓴다는 것. 이유 - 나도 모른다.


마누라가 항상 나에게 불평을 하는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담배를 너무 많이 핀다는 것이고, 둘째는 화장실을 사용하고 나서 불을 안 끄고 나온다는 것이다.

담배 문제에 대해서야 모든 애연가들이 집 안팎에서 귀에 딱정이 앉도록 듣는 얘기일테니 그렇다 치고, 화장실 소등문제는 내가 생각해도 심각하다.

나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화장실 전등스위치는 출입문 바로 오른쪽에 붙어있다. 화장실 문을 나오자 마자 살짝 손만 뻗으면 되는 위치다. 그런데 나는 거의 - 항상 - 불을 켜 놓은 채로 거실로 직행한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마누라 왈

"또 안껐지?"

고개를 비죽이 돌려 화장실을 바라보면 정말로 화장실 불이 켜져있다. 방금 내가 들어갔다 왔기 때문에 딸아이들 핑계를 댈 수도 없다. 할 수 없이 일어나서 불을 끄고 자리에 앉는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한 두 번이 아니고 지속적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일부러 화장실 불을 안 끄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 왜 그럴까? 나도 모른다.

혹시 마누라가 자꾸 잔소리를 하니까 나도 모르게 내 의식 속에 자리잡은 청개구리 심리가 발동하여 그런 것인가? 아니면 속담에 있듯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너무 달라서 그런가? 하여튼 의문이다.


또 한가지 내가 이유를 알 수 없는 버릇이 있다. 바로 '남'자와 '만'자를 바꾸어 쓴다는 점인데, 이건 정말 미치겠다. 별 신경을 쓰지않고 글을 쓰다보면 '만'자를 쓸 자리에 '남'자가  들어가 있거나 어떤 때는 그 반대이다. 정확히 계산해 본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쓴 경우와 이 이상한 버릇이 발동하는 경우가 반반 정도 되는 것 같다.

이것 역시 내가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하긴 두 글자는 'ㄴ' + 'ㅏ'+'ㅁ'의 자음 두개, 모음 한개로 이루어졌다는 공통점은 있다. 즉 모음을 사이에 두고 ㄴ과 ㅁ의 순서를 바꾸어 쓴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나두 몰러요! 미치겠어요.

한 가지 이 버릇과 관련이 있을 듯 한 것은 국민학교 때 배운 시조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남구만의 이 시조가 가끔 나를 혼란에 빠뜨리는 원흉일까?]

사실 이 내용이 문제가 아니고, 그 저자가 문제다. 이 시조의 지은이가 '남구만'이다. 바로 내가 헷갈리는 두 글자를 앞과 뒤에 가지고 있는 이름... 발음을 해보시라. 쉬운 것 같으면서도 발음이 무척 어색하다. 다섯번만 열번 정도 연속해서 발음하면 뭔가 이상하고 발음이 헛나온다.(나만 그런가?)

그렇지만 남구만 선생님은 일종의 단서일 뿐 왜 내가 그 두 글자를 헷갈리는지에 대한 논리적이고 명쾌한 설명은 못하겠다.

참! 이상도 하다. 사람의 버릇이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