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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수의 일상사

090521 보리밭에 밀이 나면 잡초일 뿐이다.

by 무딘펜 2009. 5. 22.

담배는 백해무익이라고 하지만 한참을 업무에 시달리다 잠깐 시간내어 시원한 바람 맞으며 한 대 태우는 끽연의 시간은 내겐 활력소가 된다.

오늘은 담배를 물고 주변을 둘러보다 우연히 잔디밭에 눈길이 갔다. 어제 온 비로 인하여 잔디들은 소란스럽도록 파랗게 쑥쑥 크고 있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잔디밭은 잔디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클로버도 있고 민들레도 있고 제비꽃도 있고 심지어 코스모스싹과 그 외에도 이름모를 작은 풀들이 뒤엉켜 자라고 있다.

잔디밭 저편에는 커다란 햇빛가리개가 달린 모자를 쓰고 몇 사람이 제초작업을 하고 있다. 잔디 이외의 다른 식물들을 뽑고 있는 것이다. 즉 잡초제거인데... 잔디 이외의 다른 풀들은 모조리 뿌리채로 뽑고 허리를 댕강댕강 잘라버린다.

그들의 작업하는 모습을 잠시 살펴보다가 갑자기 한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다른 곳에 있으면 아름답다거나 쓸모있다거나 하는 민들레며 코스모스가 자리를 잘못잡아 잔디밭에서 자라는 바람에 잡초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담배 한 대를 더 피며 곰곰히 생각해보니 결국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자기가 있어야할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하고 있으며 화초로 대접받는 것이고, 자기의 자리를 벗어나면 잡초로 여겨지는 것이다.

술자리에 가서 업무를 열심히 한다거나 사무실에서 사적인 일을 열심히 한다거나 하는 것은 모두 열심히 해봤자 소용없는 잡초와 같은 행동일 수 밖에 없다.

나는 지금 잡초인가 화초인가?

내가 화초로 자라기 위해서는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