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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촌놈의 영국 유학기(10) 아침운동을 마치고는 곧바로 어제 저녁에 운전연습을 했던 2차선 도로로 다시 차를 몰고 나갔다. 아직 날이 완전히 새지는 않았지만 시야는 야간운전보다는 훨씬 좋았다. 날씨도 상쾌하고 새벽공기가 신선하여 창문을 살짝 열어두고 운전을 하였다. 이제는 차가 조금씩 길이 들어가는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차에 길들여 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속 40마일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한바퀴를 도니까 35분 정도 걸렸다. 돌아와서 보니 정확히 아침식사시간이다. 오전 수업 전에 글로리아를 만났다. 어제 운전 연습한 얘기를 했더니 너무 위험하다고 걱정을 한다. 오전의 Keith 수업은 자기 나라에 누가 관광차 간다면 어떤 곳을 추천하겠느냐는 내용이었다. 나는 서울과 경주와 제주도를 간단히 소개하였는데 막상 알아듣게 설명하려고 .. 2008. 9. 4.
좌충우돌 촌놈의 영국 유학기(9) 제2부 : 자리를 잡다.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일어나자 마자 조깅을 끝내고 샤워를 마치고 나니 일곱 시다. 샤워를 하고서 돌아오며 창밖을 보니 나의 애마가 늠름한 모습으로 자랑스럽게 서 있다. 아침식사가 7시 45분부터 시작이니까 시간이 좀 남는다. 일단 간단히 옷을 차려 입고 주차장으로 나갔다. 차 키가 묵직하니 느껴진다. 일단 올라타고 시동을 걸었다. 엑셀을 몇 번 밟아보니 정말 미세한 힘에도 민감하게 작동한다. 브레이크도 밟아본다. 몇 번씩 밟으며 감각을 익힌 후 전진기어를 넣었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 차가 스스로 움직인다. 조심하여 일단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다행히 아직 차는 거의 다니지 않는다. 어제 배중령과 같이 연습했던 코스를 따라 천천히 차를 몰아갔다. 시속 20마일 정도를.. 2008. 9. 4.
좌충우돌 촌놈의 영국 유학기(8) 이제는 이 생활이 습관이 많이 들었다. 아침에 눈이 번쩍 떠져서 시계를 보니 여섯 시다. 조금 후에 알람이 울렸다. 운동복을 갈아입고 조깅을 나섰다. 오늘은 정말 춥다. 어제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올해는 1월말부터 2월까지 강추위가 몰아칠 것 같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는데 정말인가 보다. 조금 달리니까 몸은 훈훈해 지는데 손이 너무 시렸다. 손을 비비며 한참을 달렸다. JSCSC 건물 앞을 지나가는데 문 앞에 두 사람이 서 있다. "Good Morning!" 힘차게 인사를 하였더니 그들도 "Hello!" 하면서 정답게 인사를 받아준다. 두 번째 바퀴를 도는 데도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 장난끼가 발동하여 "Good morning, again!" 했더니 웃으면서 "Hello, again!" 한다. 옆에 사람.. 2008. 9. 4.
좌충우돌 촌놈의 영국 유학기(7) 일요일이니까 마음 놓고 잤다. 일어나 보니 일곱 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오늘은 비는 내리지 않지만 기온이 많이 내려가 있다. 얼른 운동복으로 갈아 있고서 바깥으로 나갔다. 춥다고 움츠리기 시작하면 한이 없다. 여기서는 춥다고 해 보았다. 영하 1도나 2도 정도이니 우리나라의 강추위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그러나 역시 나오니 춥다. 어제 빨래를 해 널어둔 속옷이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아 운동복만 걸치고 나왔더니 추위가 뼈 속으로까지 파고든다. 길바닥은 얼어서 하얗고 조금 미끄러웠다. 같은 코스를 돌고 들어갈까 생각하다가 오늘은 오전에 특별히 할 일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일단 Defence Academy 외곽을 샅샅이 돌아보기로 하였다. 일곱 시인데도 아직 상당히 어둡다. 도로 쪽으로 다니는 차도 거의 보.. 2008. 9. 4.
좌충우돌 촌놈의 영국 유학기(6) 아침 달리기를 한 후에 오늘도 Tea 아줌마가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오늘은 "Sugar and Cream, Please!"로 정상적인 커피를 마셨다. 그러나 아무리 맛을 보아도 우리나라의 자판기에서 뽑아먹는 마담커피가 최고다. 아침식사는 일부러 간단하게 달걀 후라이 한 개와 후레이크로 때웠다. 훨씬 속이 편하고 좋았다. 대부분의 음식이 칼로리가 높아서 부담스럽다. 어김없이 9시에는 쩔렁이 아저씨가 방문을 하여 조금 수다를 떠시다가 나갔다. 오늘 첫 시간은 Keith가 담당이다. 오늘은 Lottery에 대하여 토의하는 것이었는데, St. Ambrosia라는 섬나라에서 Lottery를 통하여 천만 달러를 모았는데 이것을 어떤 사업에 얼마씩을 쓸 것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복권을 추첨하는 .. 2008. 9. 4.
좌충우돌 촌놈의 영국 유학기(5) 아침부터 몸이 좀 처진다. 그래도 일어났다. 간단히 잠자리를 정리하고는 여섯시부터 조깅을 하였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내가 도착한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까지 4일 연속하여 해가 반짝 떴었는데 어제부터는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진다. 배중령한테 물어본 결과 며칠 전처럼 겨울 날씨가 좋은 경우는 매우 드물단다. 아마도 내가 영국에 온 것을 환영하는 의미로 며칠간 연속 날씨가 좋은 것이라나. 후후. 식사 후에 방으로 돌아왔다. 방의 티 테이블에 보니 팻말이 있다. 한 쪽은 "Tea, Please!" 다른 쪽은 "Don't disturb me!" 오늘은 이걸 연구해 보아야겠다. 오늘은 방이 세탁물로 좀 어지러우니 청소부 아저씨가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 "Don't Disturb me"를 걸었.. 2008. 9. 4.
좌충우돌 촌놈의 영국 유학기(4) 어제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다섯시에 잠이 깨었다. 침대를 정리하고는 홍차를 한잔 마시며 영어 테이프를 몇 번 들으니 6시가 되었다. 간단한 운동복 차림으로 어제 정해둔 코스를 따라서 조깅을 했다. 군인들이 많아서인지 이 시간에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잘 아는 영어 중의 한가지인 "Good Morning!"을 남발하면서 두 바퀴를 돌고 나니 땀이 비 오듯 한다. 단언하건대 영국의 겨울 날씨는 별루 추운 것이 아니다.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거의 없고 우리 늦가을 날씨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오늘은 조금씩 이슬비가 내린다. 어차피 우리나라처럼 쏟아지는 비가 아니니까 다른 사람들도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운동 후 샤워를 하고 돌아와서 방을 정리하다 보니 빨래.. 2008. 9. 4.
좌충우돌 촌놈의 영국 유학기(3) 어제 저녁도 무척 뒤척이며 잤는가 보다. 베개가 방바닥에 떨어져 있다. 그리고 머리도 영 개운치가 않다. 이 곳 기숙사는 2평 정도의 넓이에 낡은 침대가 하나 덜렁, 그리고 책상하나, 옷장하나, 책장 2개, 그리곤 세면대가 끝이다. 옷걸이도 없어서 그냥 옷을 펼쳐두고 있고 슬리퍼도 없다.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으므로 나는 보통 때는 그냥 맨발로 다닌다. 불편한 점은 화장실이 조금 떨어져 있다는 것이고 더욱 불편한 것은 화장실과 붙어 있는 샤워장에 더운 물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개운하게 샤워나 하러 가서 옷을 벗고 샤워기를 작동시켰다가 기겁을 했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머리위로 쏴--- 추워 죽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 또한 어쩌랴. 몸을 달래가며 간신히 샤워를 마쳤다. 빨리.. 2008. 9. 4.
좌충우돌 촌놈의 영국 유학기(2) 시차 때문인지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침대가 좀 오래되었는지 심하게 삐걱거린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공항 구석에서 노숙자처럼 잠을 잘 처지에서 구식 철제 침대나마 이불 덮고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으니. 그러나 잠깐씩 잠이 들었다 깨는데 자꾸만 꿈만 꾼다. 재미있는 것은 꾸는 꿈마다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내가 잘 아는 사람을 만나서 반가워하는 내용이다. 오라! 내가 현재 기대하는 가장 큰 바램이 무엇인지 알겠다. 그러나 그건 바람일 뿐 이루어 질 수는 없는 일임을 나는 알고 있다. 뒤척인 끝에 할 수 없이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서류정리와 내일 할 일을 생각하다가 기숙사가 문을 여는 6시에 운동복 차림으로 밖으로 나가서 주변을 산책하였다. 이곳 Kitchener Hall과 옆에 있는 Roberts.. 2008. 9. 4.
좌충우돌 촌놈의 영국 유학기(1) 이 글은 제가 2004년 초에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처음 한달 가량의 생활을 일기 형식으로 쓴 것을 한국의 직장친구들에게 편지로 보낸 내용을 그대로 실은 것입니다. ************************** 안녕하세요! 모두들 별고 없으신지요? 조직개편이랑 진급, 보직 등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상당히 뒤숭숭한 마음들이실 줄로 알고 있습니다. 저만 혼자 이곳에서 편안하게 지낸다는 것이 조금 죄스러운 생각도 듭니다만 이왕 선택한 길이니 주어진 기간동안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이미 전화를 드려서 알고 있겠지만 저는 무사히 영국에 도착하여 우여곡절 끝에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하여 재미있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는 랭귀지 센터에서 하루에 두 타임씩 세 시간을 영어 강습을 받고, 나머지 시간은 나름대로.. 2008. 9. 4.
아련한 기억들 - 4. 물고기 잡기 우리 동네에는 소백산 기슭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이 용진강을 향하여 흘러 가는 동대천이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길가다 목마르면 무릅꿇고 엎드려 개울물을 꿀꺽꿀꺽 마시기도 했는데 그 정도로 물이 맑고 깨끗했기에 민물고기도 많이 살고 있었다. 날이 풀리기 시작하는 초봄이나 바쁜 농사철 틈틈이 개울을 뒤져서 물고기를 잡아서 영양보충을 하는 것이 시골생활의 또 다른 즐거움 중의 하나였었다. 절대로 혼자서 고기를 잡는 경우는 없다. 동네에서 누군가 물고기를 잡으러 간다는 얘기가 퍼지면 집집마다 장화를 신고 양동이나 세수대야 같은 고기를 담을 그릇을 들고는 모여든다. 물고기를 잡는 것도 마을의 협동작전인 셈이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가장 초보적인 방법으로 손으로 잡는 것이다. 물론 깊은 물.. 2008. 9. 4.
아련한 기억들 - 3. 그 때는 라디오 시대 요즘은 세상돌아가는 소식을 주로 신문이나 TV를 통하여 알게 되지만 70년대까지만해도 주로 라디오를 통하여 바깥소식을 접할 수 밖에 없었으므로 집집마다 대개 한 대씩 가지고 있는 라디오는 소중한 재산목록이었다. 특히 내가 살던 시골에는 신문이라고는 가끔 서울에서 오는 물건의 포장지로나 볼 수 있거나, 아니면 도배를 위하여 특별히 구하지 않으면 찾아보기 어려웠고, TV도 7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겨우 보급이 되었기 때문에 라디오의 소중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70년대 초반에 전기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건전지(이 녀석을 우리는 후래쉬약이라고 불렀다.)를 이용하여 전원을 공급하였기 때문에 자주 라디오를 켤 수도 없었으며, 듣지도 않으면서 라디오를 켜두면 어머님의 잔소리를 감수해야만 했다. 우리집에도 처음에.. 2008.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