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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생각 짧은 글/1. 유쾌한 백수생활

[일상사] 눈이 많이 오는 날

by 무딘펜 bluntpen 2010. 1. 4.


백년 만의 폭설... 눈 치우는 병사들을 보며 새삼 다른 사람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묵묵히 고생하는 사람들의 고마움을 생각해 본다.


어린 시절에는 눈 오는 것이 정말 좋았다. 변변한 방한대책이 없어서 귀가 떨어져 나갈 듯이 아려도 그냥 눈이 펑펑 쏟아지면 좋았다.

동무들이랑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는 것도 좋고, 먹이 찾아 날아드는 참새를 덫을 놓아 잡는 것도 재미있었다.

가끔은 길바닥을 문질러 미끄럽게 해놓고 누군가 지나가다 넘어지는 걸 숨어서 지켜보며 키득대는 개구장이 노릇도 재미있고, 새벽 일찍 일어나 혼자서 마당이랑 집앞 길을 깨끗이 쓸어놓고 은근히 어른들의 칭찬을 기대하는 맛도 괜찮았다.

어제 저녁부터 정말 많은 눈이 왔다. 26센티니 27센티니 매스컴마다 100년 만의 폭설이라고 야단이다. 차들은 거북이처럼 느리고 허둥대며 도로를 힘겹게 기어가고 있고, 새들도 먹이를 못찾아 초조하게 이 나무 저 나무를 폴폴 날아다니며 눈가루를 흩뿌려놓고 있다.



눈때문에 제일 안스러운 건 병사들이다. 내가 근무하는 곳에는 병사들이 많이 근무하는 데 오늘은 아침부터 하루종일 눈을 치우고 있다. 그런데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눈... 사회에 있었으면 손도 대지 않았을 눈을 치우느라 병사들의 어깨가 쳐져있다.

아침에 출근할 때 보니 청사 정면의 계단에는 아예 병사들이 배치되어 연신 빗자루질을 하고 있다. 20여개의 층계로 이루어진 제법 높은 계단인데 만약 얼어 붙으면 아마도 여러사람이 다칠 것이다. 그런데 병사들 덕분에 아무 위험없이 다닐 수 있다. 고마워라...

지나가면서 "고생들 많다."라고 한 마디를 해주니 "감사합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고생하는 걸 말이나마 알아주니 기분이 좋은 가보다. 아니, 어찌보면 내가 미안하고 또 고마운 건데...

눈... 정말 많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