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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수의 일상사153

내 삶의 오래된 흔적 1. 집안 정리를 하다가 구석에서 발견한 진짜 오래된 자명종! 결혼하여 부천에서 첫 살림을 차렸던 1990년 즈음에 샀던 것이다. 내가 서울에 있는 직장까지 두 시간 가까이 출퇴근을 했어야 했기에 이 자명종의 역할은 우리 가족의 밥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었다.(너무 과장인가? ㅎㅎ) 뽀얗게 탄 먼지와 때를 물티슈로 한참을 문지르니 겨우 옛 모습을 되찾는다. 오랫만에 만났지만 하나도 안 변한 옛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2. 이 시계와 만났던 그 시절, 시골에서 올라와 막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나와 대학을 갓 졸업한 아내가 만나 낮에도 전등불을 켜야했던 지하 단칸방에서 겨우 신접 살림을 차렸다. 옷장 하나, 간이 화장대 하나, 냉장고와 가스렌지, 밥상과 이불이 살림의 전부였던 그 시절, 그래도 그곳에서 우리는.. 2018. 6. 10.
생각에도 매뉴얼이 필요하다. 1. 자기 나름대로 생각의 틀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갑자기 닥친 일을 처리할 때 우와좌왕하지 않고 정해진 '틀'에 따라서 차분히 하나씩 처리하는 것은 타인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믿음을 주게 된다. 이것은 어떤 일을 처리할 때 짚어봐야할 요소가 무엇인지, 어떤 프로세스로 처리하는지에 대한 일종의 생각의 매뉴얼이라고 불러도 된다. 문제는 반사적으로 튀어 나오도록 습성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익숙해진 틀은 일처리의 가장 유용한 도구이다. 2. 예를 들어 질문은 5W1H - 나는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유용한 사고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 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것에 맞추어 필요한 질문을 하면 궁금한 사항을 대부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 우리에게 닥치는 문제는 6가지를 일일히 다.. 2018. 6. 9.
재밌는 얘기도 내가 하면 김이 빠진다. 난 참말로 말솜씨가 없다. 금방 읽은 책에 대해서도, 내가 맛있게 먹은 냉면 이야기도 남들한테 실감나게 이야기해 주질 못한다. 오늘은 직원들 몇 명과 어울려 직장근처에 있는 봉피양이라는 음식점에서 평양냉면을 먹었다. 나는 음식을 가려먹는 편이 아니지만 또한 특별히 선호하는 음식도 없다. 그렇지만 내가 여름철이면 자주 찾는 음식이 이 집의 메밀로 만든 심심한 냉면이다.대부분의 평양냉면이 그렇듯이 봉피양의 냉면은 한 마디로 "맛이 없다." 맛이 나쁜 것이 아니라 별다른 맛이 없다는 것이다. 메밀의 심심한 맛에 육수의 약간 달착지근한 맛이 느껴질 뿐이다. 거기에 기호에 따라 식초와 겨자를 약간 첨가하여 먹는다. 그런데도 "맛있게 맛없다". 한 마디로 끌린다! 다른 냉면집들과는 달리 별도로 얼음을 넣는 것이 아.. 2018. 5. 25.
정 안되면 고양이 이야기를 써라.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국내도서저자 : 곽재식출판 : 위즈덤하우스 2018.05.09상세보기 며칠 전에 딸애가 책을 사달라는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곽재식이라는 작가가 쓴《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 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라는 책입니다.글쓰기를 직업으로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중도에 포기하지말고 어떻게든 꾸준히 글을 쓰라는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가 흥미있는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글을 쓰다가 쓸거리가 떨어졌을 때 사용하는 비상수단을 몇 가지 일러주고 있는데, 우선 꿈이야기를 써라, 확 건너 뛰어서 '5년 후...'라고 써라, 누군가를 죽여라, 비밀 이야기를 써라 등이 그것입니다. 제가 웃음이 빵 터진 것은 작가가 제시하는 최후의 비상수단인 아래 글.. 2018. 5. 24.
나눔과 차별, 그리고 불평등 우리는 무언가를 나누고, 차이점을 비교하고, 비슷한 점을 분석하면서 그 사물과 현상을 알아 나가게 된다. 동물을 인간과 그 이외의 동물로 나누고, 사람을 남자와 여자, 선한 자와 악한 자로 분류하고 그 단면들을 면밀히 살펴보고서야 비로서 우리는 '사람은 000다'라는 인식에 도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류하지 않고서는 무엇인가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곤란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분류하지 않고서 사물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는 어쩌면 우리의 인식능력에 한계가 있고 또한 통째로 이해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분석하는 방향으로 문화가 발달되어 온 탓인지도 모른다. 다만 이렇게 분류한다는 것이 결국 차별과 불평등의 기원이 되고 만다는 슬픈 현실이다. 모든 세상만물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모.. 2018. 5. 20.
맛이 익어가는 장소, 장독대 장독대가 청결하고 반듯해 보이면 왠지 그 집의 살림살이와 음식맛에 신뢰가 가기 마련이다. 요즘은 고추장, 된장, 간장과 같은 우리 음식에 반드시 필요한 장류들을 집에는 담그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마트에서 구입한다. 우리집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 부모 세대만 하더라도 이런 "보물"들은 오랜동안 인내의 시간을을 거쳐야만 비로소 우리의 밥상머리에 오를 자격을 갖출 수 있었다. 그 양념들이 맛이 배어들기 위한 단련의 시간을 거치는 신성한 장소가 바로 장독대였다. 화학 조미료가 없던 시절에 집집마다의 음식맛을 결정하는 거의 유일한 바로미터는 바로 주부의 손맛과 장맛이었는데, 손맛은 노력과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변하지 않는 맛의 상수는 바로 장독대에서 결정되었다. 그만큼 장독대 관리는 그 집 안주.. 2017.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