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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생각 짧은 글/1. 유쾌한 백수생활

080925 이것도 병의 일종이 아닐까? 공무원병

by 무딘펜 bluntpen 2008. 9. 25.

 사람마다 나름대로 습관과 버릇이 있다. 이것은 어릴 때부터 형성된 것일 수도 있고, 일을 하면서 몸에 밴 것일 수도 있는데, 일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버릇이나 증상을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을진대 나의 경우는 이를 공무원병이라고 칭하고 싶다.

 증상을 얘기하자면 뭐든지 줄을 세우고 반듯하게 놓고 통제가능한 범위 내로 끌어들여 놓아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면 나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반드시 식탁 위에 반듯하게 정렬을 해 놓아야 한다. 술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술병의 위치, 술잔의 위치, 안주까지도 정확히 내가 생각한 위 치에 있지 않으면 불안해서 소화가 안된다.

 나의 책상 위를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전화, 연필통, 서류철 등이 제자리에 있지 않거나 삐뚤어져 있는 것을 나는 용납하지 못한다. 이런 나의 버릇은 집에서도 가끔 작동한다. 물건마다 원래 있는 자리를 떠나서 아무데나 놓여 있는 것은 나의 잔소리 화살을 피해가지 못한다.

 어떤 이들이 이를 보고 정말 깔끔하다며 좋은 습관이라고 얘기하지만, 한편으로 가끔씩 되돌아 보면 정신병적인 증상으로 생각되어지기도 한다. 한번 정신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 볼까나? 참 그런데 이것이 정신병증으로 밝혀진다면 국가배상은 받을 수 있을까?

 좀 여유롭게 살아야 할텐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