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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생각 짧은 글/1. 유쾌한 백수생활

080926 성공적 업무수행은 충실한 자료관리에서 시작된다.

by 무딘펜 bluntpen 2008. 9. 26.

며칠 전에 만화가 허영만씨가 TV에 출연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강호동씨가 진행하는 '무르팍도사'라는 프로그램인데, 허영만씨의 광팬-나의 대학후배 득수라는 녀석도 꽤나 허영만을 좋아했던 것 같다.- 답게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자정무렵까지 시청을 하였다. 허영만씨가 세월이 갈수록 훤해지는 머리때문에 고민이라고 털어놓는 모습에서 동병상련을 느끼기도 했다.

어린 시절에 본 '각시탈'이라는 만화부터 시작하여 고시공부에 열중해야할 대학시절에는 '타짜", '카멜레온의 시' 등 만화가게에서 눈에 띄는 허영만의 만화는 모조리 섭렵을 할만큼 그 분의 작품에 푹 빠졌는데, 허영만씩의 만화는 정말 소재도 다양하고 그 소재들을 다루는 솜씨는 가히 그 분야에서 일해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을만큼 깊이가 느껴진다. 

그런데 이번에 TV를 보면서 나는 어떻게 그 다양한 분야에서 그런 깊이있는 얘기들을 다룰 수 있었는지에 대한 비결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작품을 구상하면서 자료수집을 철저히 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식객'을 그리기 전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식당을 취재하고 사진을 찍고, 관련자료들을 긁어 모은 것이 몇 박스나 되고 10,000페이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 정도로 철저히 준비를 하니까 당연히 스토리마다 그 분야의 달인이 풍기는 포스가 느껴질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공무원으로서 나의 일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공무원은 문서로 말한다고들 한다. 좋은 문서는 창의성을 필요로 하긴 하지만, 그 기본은 바로 철저한 자료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 점은 만화나 업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즘은 종이문서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 이렇게 쓰긴 했지만... 이 말은 정보화에 따라 그럴 개연성에 바탕을 두고 별 생각없이 쓴 것이고 현실적으로 정말 그런지에 대해서 100% 장담은 못하겠다. - 아직도 중요한 문서는 종이 파일철을 해서 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예전에 나의 선배공무원들이 일한 흔적을 보면 대부분 화일철의 맨 앞에는 문서목록이 가지런히 정리가 되어 있고 그 목록에 따라 문서들이 순서에 맞추어 가지런히 철해져 있다.

그런데 요즘은 컴퓨터가 발달해서 대부분의 문서를 전자파일로 편리하게 관리를 하기 때문에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파일철의 앞에 문서목록을 만드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나름대로 순서를 생각해서 정리한다고는 하지만 나 이외의 사람들이 살펴보면 어디에 무슨 자료가 있는지 도대체 알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하긴 나도 필요한 자료를 찾으려면 캐비닛을 온통 헤집어 놓아야 하니까....

그렇다고 해서 컴퓨터로 자료관리를 충실히 하는 것도 아니다. PC를 열고 폴더를 들여다 보면 '내문서'안에 온통 파일이 꽉 차있다. 가끔씩 업무주제별로 폴더를 만들기도 하지만 만들면 뭐하나 수시로 관리를 해서 찾아보기 쉽도록 해야지... 끙~~~
 
연초에 우리 팀의 자료관리규칙을 만들기도 했다. 먼저 파일명의 앞에는 무조건 연월일을 붙여라.(080927처럼) 이렇게 하면 이름에 따라 정렬시키면 만든순서대로 정렬이 된다. 그리고 파일이름을 업무분야+처리방향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도록 10자 이내로 정해라. 마지막으로 괄호를 열고 그 안에 처리결과를 표시해라. 예를 들면 초안, 국장보고, 회의종결 등...

컴퓨터의 폴더생성규칙도 정했다.자신의 업무를 3-4개로 나눈다음 정책/기획-계획-예산-집행-평가-기타로 정형화 하여 관리를 하도록 했다. 그리고 나서 반기별로 팀원들이 생성한 모든 자료를 한꺼번에 모아서 간단한 검증을 거친 후에 팀원 모두가 공유를 함과 동시에 업무참고자료로 영구보존하도록 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결과는 내가 예상한대로 그렇게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자료관리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당장의 성과가 나타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일테고... 내가 지침을 준대로 정확히 이행되는지 일일히 확인을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여튼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일의 기본은 자료관리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여러사람들이 고민을 하여 발전시킨 아이디어가 모아져 있는 자료철보다 뛰어난 생각을 바로바로 해내기는 힘들다. 자료를 보면서 아이디어와 창의가 튀어나오고 이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나도 앞으로는 좀 체계적인 관리를 하도록 노력 좀 해야겠다. 업무뿐만 아니라 생활이나 블로그 관리를 비롯한 온라인 생활에서도.../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