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우주관을 보면 땅을 코끼리들이 떠받치고, 그 코끼리들을 거북이가 떠받치고, 그 밑에서 뱀이 떠받치고 있다.
"스님, 질문이 있는데요, 그 뱀은 무엇이 떠받치고 있는지요?"
진리는 이런 맹랑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1.
조진호 선생님의 "어메이징 그래비티"가 <그래비티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으로 개정 발간되었다. 내용은 구판과 대동소이하다고 하는데 오랫만에 읽어보니 나에겐 마치 처음 읽는 것 같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 책을 쓴 목적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중력은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이기도 했고, 중심방향으로 당겨지는 현상이기도 했으며, 물질끼리 끌어당기는 형상이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이 대지 위에 서 있고 무게를 감지하고 비슷하게 적응했는데 중력을 이렇게 다르게 인식했다는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 책을 통하여 그러한 인식의 변화를 살펴보는 동시에, 중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시시각각 변해온 우주관에 대해서도 알아나가면 좋겠다."
내가 재미있게 - 또한 유익하게 - 읽은 책을 꼽을 때 항상 앞 자리에 위치시키는 이 책의 매력은 어려운 내용을 쉽게, 더구나 만화라는 우리에게 친숙한 형식을 통하여 전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너무 얕보고 덤비지는 말기 바란다. 쉽게 설명한다고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동을 느꼈던 부분은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장이던 에라토스테네스가 지구의 크기를 알아내고, 나아가 달의 크기와 달까지 거리, 태양의 크기와 태양까지 거리를 구하는 장면이었다. 단지 간단한 자와 각도기, 눈과 두뇌 만으로...
이 이야기는 알렉산드리아 남쪽에 있는 도시 '시에네'의 깊은 우물에서 시작된다. 1년 중 여름 한 날에 그 우물을 들여다보면 바닥에 해가 비치는데 그날 온 주민들이 모여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같은 시각, 시에네와 달리 알렉산드리아에서는 해가 하늘 위 정중앙에서 살짝 비껴 있는 점에서 에라스토테네스는 다음과 같이 착안하였다.
그는 한 발의 보폭이 일정하도록 훈련된 일꾼을 데리고 시에네까지 걸어가서 그 거리(D)를 구하고 이를 적용하여 지구의 둘레를 알아내는데 이것이 오늘날 측정치와 10% 정도의 오차밖에 나지 않는다니!
이어서 그는 달의 크기를 구했는데, 이는 아리스타르코스의 아이디어에 기초했다.
이제 그는 팔을 쭉 뻗어 새끼손가락의 크기와 달의 크기를 비교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하여 1) 달까지의 거리 2) 태양까지의 거리 3) 태양의 크기를 각각 구할 수 있었다.
3.
아리스타르코스는 이미 이때부터 '지동설'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증거를 댈 수 없었기에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는 없었지만...
아리스타르코스와 에라스토테네스, 우리나라로 치자면 고조선 시대인 기원전 200년 경 사람들이 우주에 대하여 이렇게 측정하고 이해하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포자'라서 피타고라스의 이름만 들어도 멀미를 일으키는 나조차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전해주는 <그래비티 익스프레스>라는 이 책을 내가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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