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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생각 짧은 글210

제 책이 발간되었습니다... "업노트 사용법" ■ 겨우내 방안에 웅크리고 앉아서 책을 썼습니다. 내가 가장 관심있는 분야인 메모, 그 중에서 내가 애용하는 메모앱 "UpNote"에 관한 책입니다. Upnote 설립자인 Thomas Dao씨가 검토를 해주고, 친절하게 추천사까지 써 주었습니다.■ 첫 책이다보니 좌충우돌 고생도 했지만 온라인 서점에 떡하니 나오는 걸 보니 기분이 좋네요. 따뜻한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업노트 사용법Bluntpen 저"UpNote 설립자가 검토하고 적극 추천한 최고의 설명서"메모 도구는 빠르고 단순해야 한다. 이 책은 내 생각을 빠르고 적고, 깔끔하게 정리하는데 특화된 최고의 디지털 도구, UpNote에 대한 가장 친절한 설명서이다.메모는 왜 하는가? 메모는 일상의 번잡한 일들을 빠르게 머리 속에서 꺼내어 정리하고, 그것을.. 2025. 2. 28.
따뜻한 자리끼 ■ 겨울이 끝나가는 무렵에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장거리 걷기 대회에 참가했다. 대한체육진흥회에서 주관하는 3.1절 기념 무박 120km 걷기대회.평소에 걷기와 여행을 즐기는 나였기에 나름 걷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120km는 부담스러웠다. 더구나 계속 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겨우 내내 책을 한 권 출간해 보자고 체육복 차림으로 방안에서만 푹 절어 있다가 120km 걷기라니! 쉽지는 않은 도전과제임이 분명해 보였다.그렇지만 목표했던 책의 출간도 거의 마무리되고 이제 기지개를 켜듯이 뭔가를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걷기 아닌가? 좀 무리해서라도 참가를 덜컥 해버렸다.■ 결과는 초죽음이었다. 간신히 24시간 이내에 골인은 했다. 처음 출전치고 참가자 중 10번째로 들어.. 2025. 2. 24.
설계도는 집이 아니며, 레시피는 요리가 아니다. ■ 아인슈타인이 말한다. "배운다는 것은 경험한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참고할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경험한다는 것은 바로 우리 몸의 감각기관을 통하여 무언가를 접촉한다는 말이다. 그러한 접촉없이는 아무런 배움도 성사되지 않는다.책에서 배울 수는 없다. 강의에서 배울 수는 없다. 그것은 우리에게 영감을 줄 뿐이다. 이렇게 하면 될 것같은 가능성을 보여줄 뿐이다.그것을 계기로, 듣고 본 내용을 내가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볼 때 드디어 배움은 시작되는 것이다.■ 책이나 강의에서 하는 말은 설계도나 밑그림에 지나지 않는다. 설계도는 집은 아니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이 필요하며, 특히 나의 몸뚱아리가 필수적이다. 설계도만 손에 쥐었다고 모든 걸 배웠다고 생각하거나, 레시피만 다운 받았다고 요리가 밥.. 2025. 2. 24.
2024년,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면 믿으실까요? ■ 오랫만에 예전에 근무하던 용산 삼각지에 왔습니다. 일년에 두 세번씩 예전 다니던 치과에 들르기 위해서입니다. 마치 숙제 검사 맞듯이 원장님께 진찰을 받고, 야간의 꾸중(?)을 듣고, 스케일링을 하고 나왔습니다.저녁식사 약속까지는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아서 비는 오지만 우산을 쓰고 이곳 저곳 둘러봅니다.■ 삼각지에 비밀처럼 감추어진 오래된 추억의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삼각지 골목 안쪽에 있는 아주 오래된 재래식 화장실입니다. 1990년대 초 처음 본 모습 그대로, 30년 넘게 한 직장생활을 마치고 내가 삼각지를 떠날 때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꿋꿋한 장소입니다. 삼각지 시장 골목의 '옛집국수'와 '숯불나라' 사이로 들어가면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조그마한 공터가 있고 그 주변에 신림순대라는 포장마차비슷한 식.. 2024. 11. 26.
다대포의 추억 11월 초부터 약 3주간 서울에서 오륙도까지 걸어간 다음, 내친 김에 갈맷길을 따라 영도, 송도, 다대포까지 걸어가서 낙동강 어귀에 이르른 다음 집에 돌아왔다. 몰운대공원 뒤편의 화손대라는 곳은 정운 장군이 왜군과 싸우다 전사한 부산포대첩으로 유명한 곳이다. 쌀쌀한 날씨에도 낚아올린 숭어를 듬성듬성 썰어 막소주잔을 건넨 인심에, 추위야 물렀거라! 2024. 11. 22.
코리아둘레길 4500km 공식 완보증 도착 ■ 아침에는 경건한 마음으로 다부동 전투 전적지에 들렀습니다. 이념의 좌우에 따라 백선엽장군에 대한 평가는 갈리지만, 피아간에 2만 5천 명 가까운 피를 흘린 이 전투의 승패가 오늘날 우리가 살고있는 정치, 경제체제를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걸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철모른다'는 표현을 이 늦은 가을에 피어오른 예쁜 광대나물꽃에게 쓰기에는 너무 안스럽습니다. 곧 닥칠 추위에 이들은 어찌될까요?■ 대구를 하루 만에 통과를 했지만 역시 역사의 숨결이 깊이 서린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달성공원, 삼성상회 옛터, 대구근대역사관, 경상감영 등이 인상적이었습니다.그리고 길거리에 다니는 분들의 옷차림과 표정에서 쓸데없는 형식보다는 솔직함과 내실을 기하는 분위기를 .. 2024. 11. 13.
오래된 시골모텔 이야기 ■ 오늘은 경기옛길-영남로 9코스, 10코스를 걸었습니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호호 손을 불며 병인양요 때 천주교 순교지인 죽산성지에 도착하니, 절묘하게도 때맞추어 하늘에서 햇빛이 내려옵니다. ■ 조용한 분위기의 10코스 '이천옛길'을 걸어 영남로의 최종점인 어재연 고택에 도착하였습니다. 드디어 경기옛길 7개 코스를 모두 완보하였습니다. 2년 전 경기둘레길을 걸었으니 제가 사는 경기도의 둘레와 방사선으로 뻗은 도내의 주요 지역은 대강 훑어본 셈입니다. ■ 지금까지는 경기옛길 앱의 도움을 받으며 편하게 걸어왔습니다. 이제부터는 누군가가 걸은 기록을 다운받아서 약간은 긴가민가하면서 부산까지 걸어가야 합니다. 더구나 이 길은 제대로 검증된 길도 아닌데다가, 도로를 접하여 걷는 구간이 많아서 상당히 위험합니다.. 2024. 11. 7.
여행과 그림감상의 공통점은? ■ 미술평론가 선동기 씨의 '그림으로 세상읽기'라는 칼럼을 읽으면서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는 눈을 기른다는 게 참 필요하면서도 어렵다는 생각을 해 본다. ■ 그림을 읽는 힘은 풍경을 읽는 힘과 다르지 않고, 풍경을 읽는 힘은 빛나는(솔직하고 꾸밈없는) 글 속에 드러나는 삶의 진실과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능력과도 닮았다. ■ 다음은 선동기 씨가 러시아 화가 레비탄의 그림에 대하여 쓴 칼럼 '봄날은 간다' 중 일부이다. "화면 정면에 거대한 검은색 구름 덩어리가 솟아 있습니다. 화면의 오른쪽과 왼쪽에서 흘러온 강물이 언덕 위 성당 앞에서 하나로 모였습니다. 언덕 밑의 바다처럼 넓은 회색 강물을 보면 얼마 전까지 많은 비가 내린 듯 합니다. 세상은 회색이 절반을 차지하지만, 풍경은 갓 씻어낸 과일처럼 맑습니다. .. 2024. 11. 4.
뭔 재미? 뭔 고생?... "중장거리 트레킹" ■ 나는 블로그를 여러 개 운영하고 있다. 요즘은 그 동안의 여행기록을 정리하여 '나를 찾아 길위에 서다'라는 내 여행 블로그에 주로 글을 올리고 있다. 글을 올리면서 문득 내 블로그에 있는 이 여행기록들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내 취미가 무엇이라고 정의할 지 궁금해진다. '여행'이라고 하시는 분도 있을 테고, '걷기'라고 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며, '배낭여행'이라고 하실 수도 있겠다. ​ ■ 모두 맞는 얘기다. 다만 내 나름대로 생각하는 것은 "중장거리 트레킹"이다. 일반적인 여행보다는 내 두 다리에 의지하는 바가 크고, 걷기임에는 틀림없지만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처럼 하루 이틀 걷는 게 아니라 연속해서 일주일 이상 걷는 점이 약간 다르다. 그리고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을 배낭에 짊어지고 다니긴 해도 풍경.. 2024. 10. 23.
"말의 고삐" 제대로 잡기 ■ 아침에 작은 딸애랑 식사를 하면서 재미있는 얘기를 나누었다. ㅡ 딸 : 밀크티를 먹고 싶어서 빽다방에 가려고 하면 왜 꼭 비가 올까요? ㅡ 나 : 과연 그럴까? 내가 보기엔 너는 비가 안오는 날에도 빽다방에 자주 들락거린 것 같은데... 비오는 날만 유독 기억을 많이 하는 것 아닐까? ㅡ 딸 : 그런가? 머피의 법칙, 한 마디로 편향적인 선택적 기억의 성향인가요? ㅡ 우와, 무슨 그런 어마무시한 용어를 사용하냐? 놀랍구나. ■ 매일 집에서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하는 딸아이한테서 그런 단어가 나오다니! (오해는 마시라. 딸아이는 게임도 즐기지만 게임 관련 일을 하는 프리랜서다) 나도 여행이 아니면 집에 붙어 있고, 딸아이도 거의 집안에서 생활하니 자주 얘기를 나누는데, 특히 단어와 개념에 대한 이야.. 2024. 10. 22.
하루 41km씩 111일간 걸어 "코리아둘레길 그랜드 슬램 달성" ★ "단독•무지원•연속 완주로 4,500km '코리아둘레길 그랜드 슬램' 달성" ■ 지난 9월 23일에 강화도 평화전망대를 출발한 지 13일만에 고성 통일전망대에 도착해서 "DMZ 평화의 길"을 완보했다. 우회코스를 포함하여 36개 코스, 521km를 쉬지 않고 걸었다.  ■ 2021년 7월 해파랑길에서 시작하여 같은 해 남파랑길, 22년에 서해랑길에 이어, 이번에 DMZ 평화의 길을 완보함으로써 111일 만에 코리아둘레길 그랜드슬램을 공식 달성하였다. 21년 7월 5일에 부산 오륙도에서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코리아둘레길의 첫걸음을 뗀 이후로 모든 길은 단독, 무지원, 연속으로 진행하였고, 1일 평균 걸은 거리는 4개 둘레길 비슷하게 약 41km이다.  나의 걸음이 빠르지 않아서 시간당 3.5km 정도.. 2024. 10. 16.
111일만에 4,500km 걸어... 10월 초 "코리아둘레길 그랜드 슬램" 달성 ㅡ 13일간의 DMZ 평화의 길 완주기록 ✅️ 지난 10월 5일, 토요일에 통일전망대에 닿아 "DMZ 평화의 길"을 완보하였다. 9월 23일 평화의 길이 정식 개통한 직후, 강화 평화전망대에서 출발한 지 13일 만이다. ✅️ 이로써 코리아둘레길 4,500Km를 "공식적으로" 111일 만에 완보하였다. 물론 비공식인 완보는 2022년 10월에 평화누리길을 걸음으로써 달성하였지만, 이번 9월 23일 10시에 두루누비가 오픈하자마자 이를 이용하여 공식적으로 달성한 기록이다. ✅️ 백두대간이나 코리아둘레길을 비롯한 다른 둘레길을 걸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길을 걸으며 가급적 꼼꼼하게 여행기록을 챙겼다. 코스별로 십여 페이지 정도의 자료와 사진과 내 생각들을 정리하였다. 여행기는 나의 기록임과 동시에 다음에 이 길을 걸을 분들을 위한 조그만 밑걸음이.. 2024. 10. 15.
✒️백수의 정의 친구들과 카톡을 하다가 나눈 대화 중 일부이다. 갑자기 백수에 대하여 내 나름대로 정의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백수는 먹고 노는 사람이 아니다. 백수는 놀고 먹는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놀고, 출출해지면 먹을 뿐"백수는 먹기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 즉 생계를 위하여 자기의 노동을 팔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논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 지 않고 무위도식한다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엄청 바쁘다. 백수 과로사라는 얘기를 들어보셨는지.가장 중요한 일은 먹고 살기 위해 근 반평생을 방치해 둔 나 자신을 창살없는 감옥에서 꺼내어 깨끗이 빨고 햇볕에 잘 말리어 다림질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남의 인생을 살아왔다면 앞으로는 잘 다림질된 나를 걸치고 나답게 살아 보아야겠다.두번째는 이제까지 먹고 살기.. 2024. 5. 25.
✒️ 진달래와 보리피리 설겆이를 하다가 문득 주방 창으로 내다본 뒷산에 분홍빛 안개가 어른거린다. 해마다 이맘 때에 아파트 뒷곁에 핀 진달래를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건 안양천을 앞에 두고 삼성산을 뒷곁에 둔 배산임수 아파트에서 즐길 수 있는 계절의 호사다. 진달래 핀 걸 보니 문득 문둥이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린 시절 참꽃(진달래) 핀 곳에는 혼자 가지 말라고 어른들이 타일렀 다. 그곳에 문둥이가 있어서 어린 아이들의 간을 빼먹는다고. 문둥병에는 어린아이 간이 특효약이라는 말과 함께. 그 때도 설마하는 마음에 믿지는 않았지만 혼자서 진달래 핀 곳을 지나치노라면 어른들한테 들은 그 말이 생각나 주변을 조심스레 둘러 보기는 했다.이런 말을 들으며 자란 애들이 문둥병 환자를 보면 외면하는 것은 당연했으리라. 어른들 역시 진실과.. 2024. 5. 25.
✒️꽃을 보는 세 가지 방법 1.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지만  두고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ㅡ 주자 풀도, 꽃도, 사람도... 내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은 존재가치와 그로 인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풀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그 안에서 더 큰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은 바로 내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잡초로 보려하면 잡초가 보이고, 꽃으로 보려하면 꽃이 보이는 것이다. 이왕이면 꽃으로 보면서 이 길을 걸어가자. 세상 모든 것이 꽃이고 나는 꽃길만 걷는 셈이다.​2.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ㅡ , 나태주 모든 것을 대강 훑어 보지 말자. 모든 사물은 내 머리속에서는 퉁쳐서 '그게 그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각각의 존재형태는 모두가 개별적이고 특별한 것이.. 2024. 5. 23.
싸우지들 마세요 (노자에 따르면) 세상을 제대로 다스릴 사람이라면 자기 스스로 귀히 여길 보물이 없어야 한다. 자기가 꿈꾸는 세상이 옳다 하여 그 세상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벗어나면 갈등과 분열, 혼란과 파국이 그의 책임 하에 찾아올 것이다. 무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외곬은 아니어야 나라 살림을 맡길 수 있지 않겠는가! 박종인, p.33 1. 노자를 편애하면서 30년 가까이 여행기자라는 특이한 경력으로 살아온 박종인 씨가 쓴 책이다. 2003년 출판되어 품절된 것을 중고로 구했다. 여행을 좋아하는데다가, 제대로 이해는 못하지만 무조건 노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게으른 성격 탓에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오히려 탈이 난다는 노자의 생각이 내 맘에 딱 든다) 2. 자기가 생각하는 옳은 세상.. 2022. 10. 26.
나도 꼰대일지 모른다. 1. 외국 출장 후에 며칠간 코로나 때문에 자가격리 중이다. 덕분에 며칠간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새벽에 항상 하는 걷기를 하고, 오후에도 산책삼아 한 두 시간 걷는다. 오늘도 점심 식사 후에 산책길에 오른다. 사람들이 많은 낮 시간에는 소음을 신경 쓰기 싫어서 거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오늘 들은 음악은 . 최백호 버전을 좋아한다. 그리고 같은 제목의 다른 노래, 김윤아의 도 좋다. 친구들에게 최백호의 노래를 들으며 산책하고 있다고 카톡에 올렸다. 최백호 노래 정말 좋은데 요즘 젊은 애들은 그 유명한 가수를 잘 모르고, 그래서 그의 노래 얘기를 하면 꼰대 취급 당하기 십상이라서 씁쓸하다는 친구의 답글이 올라온다. 꼰대! 하긴 나도 산책할 때 어르신들이 뽕짝을 크게 들으며 지나가면 눈쌀을 .. 2021. 2. 28.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 1. 인터넷을 처음 고안한 사람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2차 대전 당시 미국의 혁신적 군사기술을 이끌어낸 버니바 부시라는 물리학자에 대한 이야기 중에 그가 활쏘기, 담배 파이프 깎기, 사진 찍기, 잡다한 기계 만들기 등 취미가 다양했었고, 그것이 그이 창의성의 뿌리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 '별걸 다' 관심을 가지는 버시바 부시를 머리 속에 생각하다가 문득 라는 노래가 생각나서 찾아보니 1990년대 초에 노영심이 부른 노래였다. 3. 들어보니 가사가 너무 재미있어서 올려본다. 이 노래 말고도 변진섭의 이라는 재밌는 가사의 노래도 노영심 작품이다. 유투브에서 노래를 찾아 들어보면서 나처럼 옛날 추억에 잠겨 보시길... -----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 노영심 나를 .. 2020. 12. 25.
떠나야할 때 맥문동이라는 식물이 있다. 마치 난처럼 길쭉한 이파리가 나 있고 하얀꽃에 검정색 열매가 다닥다닥 열리는데, 신기하게도 콩과란다. 뿌리를 캐보면 콩과식물 특유의 뿌리혹박테리아를 볼 수 있다. 한겨울에 흰눈을 머리에 소복하게 이고도 파랗게 생명력을 뽐내는 녀석들이라서 조경식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내가 사는 관사를 올라가는 나무로 만든 계단 좌우측에도 맥문동이 줄지어 심어져 있다. 사계절 내내 싱그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그런데 강추위를 이겨낸 맥문동도 힘을 못쓰고 시들어 사라지는 때가 있다. 바로 뿌리에서 새잎이 날 때이다. 봄이 한창일 즈음 겨울철을 견뎌낸 잎들 사이에서 붓끝처럼 가느다란 새순이 돋는가 싶더니 금방 파릇한 이파리가 씩씩하게 올라온다. 그러면 그동안 고난늘 견디고 질긴 생명을 지켜왔던 오래된.. 2019. 5. 8.
190122(화) 마키아벨리는 공화주의자다. 1. 지금 이 자리로 오기 전까지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에게 매일 아침편지를 썼습니다. 제가 모셨던 존경하는 분을 따라해 본 것인데, 꽤 오랜 시간 꾸준히 해보니 습관이 되었습니다. 자리를 옮기고 편지쓰기를 그만 둔 지금, 조금 편하기는 하지만 제 생각과 생활이 정리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특별히 수신인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다시 펜을 듭니다. 2. 어제는 처음으로 관사에서 혼자 잠을 잤답니다. 아내와 큰 딸이 어제 저녁에 이불이랑, 식기, 옷가지 등 기본적인 살림살이를 날라다 주고 돌아갔습니다. 큰 딸이 그러더군요. 이런 집에서 혼자 오래 생활하면 도인이 되는 것 아니냐고. 사실 한동안은 그렇게 지내고 싶은 내 맘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국제식 당구대를 들여놔도 공간이 남을 듯하고 가구조차 .. 2019. 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