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면 하루 일정을 확인한 후 바깥으로 나간다. 커피를 곁들여 담배를 피우고 나면 '냥이 집사' 노릇을 한다.
작년 가을 담배를 피다가 옆에 있는 버려진 건물 안에서 새끼를 낳은 고양이를 우연히 발견하였다.
출산 후 무거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고양이를 나몰라라 하기 어려워 거두기 시작한 이후로 아침마다 고양이 가족의 먹거리를 챙겨주는 것이 나의 일상이 되었다.
혼자 남은 새끼 고양이는 잘 자라고 있다. 인연을 맺은 지 어언 1년이 다 되어 가면서 어느새 예전의 어미 덩치만큼이나 커졌다.
그런데 이 녀석은 근 1년 동안이나 집사노릇을 한 나를 아직도 데면데면하게 대한다. 어미는 냉정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를 알아보는 눈빛은 보여 주었는데 이 녀석은 아직도 나를 보면 도망가기 바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녁식사 시간만은 꼭 챙긴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섭섭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나도 무덤덤하다. 나는 내 하고픈 일을 할 뿐이고, 녀석도 그냥 정해진 시간에 들어와서 밥을 먹는 것이다.
어제 용산역에 있는 영풍문고에 들렀다가 흥미있는 책을 만났다. 책 제목은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오마르라는 블로거가 쓴 책인데, "매우 솔직한" 글발이 마음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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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시절 강아지를 좋아했고 고양이에게는 큰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고양이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몇 번의 만남과 이별, 그것을 통해 마음을 주고받는 데에도 완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제올지도 모르는 이를 문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 그런 게 사랑의 본질이라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 영원할 것 같던 충성과 순종은 어느 순간 부담과 피로감으로 다가왔다
"너를 사랑하지만 우리에게는 각자의 세계가 필요해."
고양이의 우아한 몸짓에는 그런 언어가 있다. 나는 그것에 늘 매료된다. 그래, 우리 이 정도의 거리는 두는 게 좋겠지. 그리고 가끔 그 두 세계가 포개어 질 때 느껴지는 사랑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럽다.
진정으로 고양이 같은 사람이 있다면 나는 아마 영원히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가 되기에는 우리는 너무 약한 영혼들이라 때때로 강아지가 된다.
그것이 강아지도, 고양이도 아닌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덕에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채 아프고 또 행복하다.
작년 가을 담배를 피다가 옆에 있는 버려진 건물 안에서 새끼를 낳은 고양이를 우연히 발견하였다.
출산 후 무거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고양이를 나몰라라 하기 어려워 거두기 시작한 이후로 아침마다 고양이 가족의 먹거리를 챙겨주는 것이 나의 일상이 되었다.
혼자 남은 새끼 고양이는 잘 자라고 있다. 인연을 맺은 지 어언 1년이 다 되어 가면서 어느새 예전의 어미 덩치만큼이나 커졌다.
그런데 이 녀석은 근 1년 동안이나 집사노릇을 한 나를 아직도 데면데면하게 대한다. 어미는 냉정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를 알아보는 눈빛은 보여 주었는데 이 녀석은 아직도 나를 보면 도망가기 바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녁식사 시간만은 꼭 챙긴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섭섭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나도 무덤덤하다. 나는 내 하고픈 일을 할 뿐이고, 녀석도 그냥 정해진 시간에 들어와서 밥을 먹는 것이다.
어제 용산역에 있는 영풍문고에 들렀다가 흥미있는 책을 만났다. 책 제목은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오마르라는 블로거가 쓴 책인데, "매우 솔직한" 글발이 마음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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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시절 강아지를 좋아했고 고양이에게는 큰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고양이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몇 번의 만남과 이별, 그것을 통해 마음을 주고받는 데에도 완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제올지도 모르는 이를 문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 그런 게 사랑의 본질이라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 영원할 것 같던 충성과 순종은 어느 순간 부담과 피로감으로 다가왔다
"너를 사랑하지만 우리에게는 각자의 세계가 필요해."
고양이의 우아한 몸짓에는 그런 언어가 있다. 나는 그것에 늘 매료된다. 그래, 우리 이 정도의 거리는 두는 게 좋겠지. 그리고 가끔 그 두 세계가 포개어 질 때 느껴지는 사랑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럽다.
진정으로 고양이 같은 사람이 있다면 나는 아마 영원히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가 되기에는 우리는 너무 약한 영혼들이라 때때로 강아지가 된다.
그것이 강아지도, 고양이도 아닌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덕에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채 아프고 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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