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군가 기가 죽어 아주 작은 소리로 대답하면 우리는 가끔 '모기소리만 하다'고 표현한다. 나도 가끔 그런 표현을 쓴다.
오랫 만에 일찍 잠자리에 든 밤, 부지런한 모기 한 마리가 귓가에 작은 싸이렌 소리를 울리며 날아다닌다. 비몽사몽간에 듣는 모기소리는 집요하고 잔인하다. 소리가 귀를 통해 들리는 것이 아니라 뇌에 직접 전달되기에 그 어떤 소리보다 또렷하다. 나는 앞으로 '모기소리만 하다'는 표현은 죽어도 안 쓸 테다.
불을 켜고 몇번이나 소탕을 시도하다가 실패했다. 그러다가 눈에 띤 것이 《난쟁이 피터》다. "인생을 바꾸는 목적의 힘".
나는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인생을 살고 있는가?
2.
이 책은《마시멜로 이야기》, 《바보 빅터》 등을 쓴 호아킴 데 포사다 Joachim de Posda의 작품입니다. 내용은...
'옐로캡' 택시운전사로 근무하던 피터에게 자원봉사를 하는 소아마비 의사가 윌리엄 프랭크 교수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여자친구로부터 그 책을 선물받아 읽고 큰 감명을 받습니다. 더구나 우연히 그의 택시에 타게 된 그 책의 저자인 프랭크 교수를 만나 다음과 같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보다 가치있고 의미 있는, 흔히 말하는 성공한 삶을 살아가려면 높은 차원의 구체적인 목적을 추구해야만 한다. 행복은 그 구체적인 목적을 실천하는데서 온다. 그 실천이란 다른 사람의 삶을 사랑하고, 그들이 행복해지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행위를 뜻한다. 성공할 만한 사람이 성공하게 되고, 행복할 만한 사람이 행복하게 되는 것. 이것이 인생의 법칙이다." -p.143
이후의 스토리는 그 깨달음을 마음에 간직하고 근면성실하게 노력하여 성공한다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얘기입니다.
3.
제가 보기에 프랭크 교수의 가르침이 그를 성공으로 이끈 모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피터에게는 남들이 갖기 어려운 세 가지 힘이 있었습니다.
1) 첫번째는 돌아가신 어머니와 도서관 사서인 크리스틴 선생님, 회사동료 가브리엘, 여자친구 미셸 등 주변 사람들의 믿음과 사랑이었습니다. 그것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를 지탱해주는 힘이었습니다.
2) 두번째는 자신의 신념이었습니다. 그의 인생이 바뀌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옐로캡 택시노조의 파업현장에서입니다. 파업을 방해하는 사측의 끄나풀인 덩치 마틴과 싸우면서 "이길 때까지 싸우면 이긴다"라고 생각합니다.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그의 모습이 TV에 나오면서 여론이 노조편으로 기울고 결국 파업은 성공함으로써 그는 영웅이 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자기 인생에 자신감을 갖게 되고, 주위의 신망을 얻게 됩니다.
3) 세번째는 독서의 힘입니다. 학생시절 왕따를 당했을 때 숨어들었던 도서관에서 크리스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읽은 책들이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줍니다.
독서에 대한 크리스틴 선생님의 이야기를 한 구절 소개합니다.
"독서란 일종의 숨은 그림찾기 같은거야. 똑같은 책을 읽어도 그.안에 담긴 진리를 보는 사람이 있고,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거든. 행간에 숨은 뜻을 찾는 게 독서의 참재미란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봐야 해. 많이 읽다보면 마법처럼 네 눈에 들어오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거야. 그.이야기가 너의 숨은 재능, 관심, 희망, 미래, 꿈에게 말을 걸게 될거야." - p.64
저는 크리스틴 선생님의 이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습니다. 피터의 성공도 바로 독서의 힘에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 말을 들은 후에 독서도 열심히 하고 특히 '독서노트'를 꼬박꼬박 쓰게 되었거든요. 그런 바탕 위에서 그의 신념이 생겨나게되고, 운좋게 성공의 기회를 잡게 된 것이라고 봅니다.
(사족으로 책에서 찾고자 하는 숨은 그림은 독자마다 다르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데, 글이 길어질 것 같아 다음 기회로 미룹니다.)
4.
이 책에서 말하는 성공하고 행복해지려면 "높은 차원의 구체적 목적"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높은 차원의 목적은 봉사나 헌신과 같은 추상적이고 이념적인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읽힙니다. 그러나 이런 것에 집착하다 보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높쳐버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5.
《난쟁이 피터》는 다소 신데렐라적인 성공담의 냄새가 풍겨서 저에게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지 방황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도 제가 강조했지만 독서의 힘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입니다. //
'📚 읽다가 말다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지금 이 순간, 나를 위한 카르페 디엠 - <혼자 쉬고 싶다>/니콜레 슈테른 (1) | 2018.07.11 |
---|---|
♣《만화 십팔사략》에서 읽는 '공성신퇴' - 주공, 범려, 장량 (1) | 2018.07.11 |
♣ 머리속의 원숭이를 잘 돌보아야 (1) | 2018.07.05 |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 (0) | 2018.07.04 |
♣ 프랑스 혁명이 포르노소설 때문이라구? (1) | 2018.06.27 |
♣ 인생론일까 독서론일까- 《죽을 때까지 책읽기》 (0) | 2018.06.22 |
♣ 나를 '우리'라는 우리 속에 가두지 말라. (4) | 2018.06.17 |
♣ 당구는 가장 불공평한 게임? (1) | 2018.06.05 |
♣ 이 한 구절이 당신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지도 모릅니다. (2) | 2018.06.01 |
♣ [서평] 사람을 자연스럽게 그리는 방법 - 비주얼 씽킹 (1) | 2018.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