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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생각 짧은 글/2. 비스듬히 세상 보기

✒️백수의 정의

by 무딘펜 bluntpen 2024. 5. 25.

친구들과 카톡을 하다가 나눈 대화 중 일부이다. 갑자기 백수에 대하여 내 나름대로 정의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백수는 먹고 노는 사람이 아니다. 백수는 놀고 먹는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놀고, 출출해지면 먹을 뿐"

백수는 먹기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 즉 생계를 위하여 자기의 노동을 팔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논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 지 않고 무위도식한다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엄청 바쁘다. 백수 과로사라는 얘기를 들어보셨는지.

가장 중요한 일은 먹고 살기 위해 근 반평생을 방치해 둔 나 자신을 창살없는 감옥에서 꺼내어 깨끗이 빨고 햇볕에 잘 말리어 다림질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남의 인생을 살아왔다면 앞으로는 잘 다림질된 나를 걸치고 나답게 살아 보아야겠다.

두번째는 이제까지 먹고 살기 위해 하던 일은 집어 치우고, 뭘하며 놀 것인지를 고민하며, 그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여행과 독서와 요리와 기타와 당구와... 아!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경제활동만이 나의 존재가치를 보장한다는 생각을 버리니 새 삶이 보인다.

이 부분에서 돈이 끼어들면 죽도 밥도 안된다. 백수는 돈을 떠나야하고, 돈을 떠나보내야 한다. 돈없이 청빈하게 살라는 얘기가 아니라 자기가 가진 돈의 범위 내에서 살면 된다는 것이다. 돈이 많을수록 백수생활이 즐거울 거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돈이 많으면 나 자신도 그 끈을 놓기 힘들뿐만 아니라 타인들이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돈이 많을수록 진정한 백수가 되기 힘든 까닭이다.

세번째는 이렇게 살려면 가족과 친구와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새로 정립해야하는 문제가 생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기본은 간결담백이다. 혼자서도 잘 놀 수 있어야 남과도 잘 어울린다. 명심하라. 백수는 '독고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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