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긴 생각 짧은 글/2. 비스듬히 세상 보기

✒️꽃을 보는 세 가지 방법

by 무딘펜 bluntpen 2024. 5. 23.

1.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지만

  두고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ㅡ 주자

 

풀도, 꽃도, 사람도... 내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은 존재가치와 그로 인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풀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그 안에서 더 큰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은 바로 내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잡초로 보려하면 잡초가 보이고, 꽃으로 보려하면 꽃이 보이는 것이다. 이왕이면 꽃으로 보면서 이 길을 걸어가자. 세상 모든 것이 꽃이고 나는 꽃길만 걷는 셈이다.

2.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ㅡ <풀꽃>, 나태주

 

모든 것을 대강 훑어 보지 말자. 모든 사물은 내 머리속에서는 퉁쳐서 '그게 그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각각의 존재형태는 모두가 개별적이고 특별한 것이다. 그냥 제비꽃이 아닌 '바로 이' 제비꽃이며,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목련이 아닌 '바로 이' 목련꽃인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나태주 시인의 마지막 싯구가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너도 그렇다."

3.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ㅡ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꽃이 단지 이 길을 걷는 나의 눈을 호강시켜 주기 위해 피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꽃은 나름의 존재이유가 있는 것이고 그것을 위하여 숱한 투쟁 끝에 현재의 모습에 이른 것이다. 더구나 현재의 아름다운 모습 뿐만 아니라. 그 꽃이 피기까지의 흔들림을 짚어보고,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자. 지금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냥 얻어낸 것이 결코 아니다. 꽃 송이에는 아름다움을 담고 있지만 그 뿌리에는 다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지 아니한가.

// #23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