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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생각 짧은 글/2. 비스듬히 세상 보기

[시] 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

by 무딘펜 bluntpen 2016. 12. 8.
어제 JTBC에서 손석희 앵커가 꺼지지 않는 촛불, '빈자일등'에 대하여 이야기 하면서 화면에 비추어 준 시가 눈에 들어 오길래 찾아보았더니 노혜경 시인의 시네요.

    이미 당신은 문밖에서 저문다
    굳센 어깨가 허물어지고 있다

    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
    내가 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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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 보면, 세계는 갸륵한 연대로 구성돼 있다. 한 세대가 이루지 못한 것을 다음 세대가 이룬다.

[노혜경 시인]

 문밖을 넘어오지 못하고 허물어지는 “굳센 어깨”들이 얼마나 많은가. 거기, 저무는 사람은, 어두워지기 전에 거기로 가고 있는 ‘나’를 기억하라. 저무는 자리는 그리하여 다시 밝아지는 자리이다. 

  이 연대가 눈물 나는 것은 거기, 한 존재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고, 이 연대가 자랑스러운 것은, 거기 무너지는 존재에 힘이 되기 위하여 “내”가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감과 사랑의 연쇄가 역사를 이룬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