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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나의 살던 고향은44

081121 순해네 집앞의 연못 직장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건물 몇 층에서 떨어지면 사망할까 하는 황당한 소재가 나왔다. 4층이니 5층이니 별 쓰잘데 없는 얘기를 나누는 중에 갑자기 어린시절에 순해네 연못의 빨래터 옆 버드나무 위에서 떨어져서 죽을 뻔 했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순해는 내 어릴적 죽마고우다. 지금은 10가구도 안되는 피폐해진 깡촌마을이지만 그 당시에는 20가구 쯤 살았는데 같은 나이의 남자친구들이 서넛 있었고 그 중에서 순해와 나는 유독 같이 놀기를 좋아했다. 하긴 내가 순해와 많이 어울리게 된 것은 다른 이유도 있었다. 순해네 집에 동네에서 제일 잘 사는 집이라서 가끔 가면 먹거리를 챙겨줄 때가 있다는 점과 집에 책들이 제법 있다는 점이었다. 어릴 적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던 나는 동네에 있는 책은 거의 대부.. 2008. 11. 21.
081006 댑싸리비와 몽당빗자루 며칠 전 청계산을 다녀오다가 우연히 어느 집 담장 옆에 가지런히 가꾸어져 있는 댑싸리를 보았다. 여름이 가고 초가을이건만 아직도 뽐내는 그 싱싱함이라니! 그 초록빛깔과 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을 보니 눈과 마음까지도 시원해졌다. 나 어릴 적 시골집들을 보면 집집마다 뒤뜰이나 길 옆의 빈터에 댑싸리를 줄지어 심어 놓곤 했다. 이 댑싸리란 놈은 밑둥치에서부터 잘게 잘게 수많은 가지를 쳐 나가는데 그물코가 무색할만큼 촘촘하다. 더구나 자라는 속도가 놀랍도록 빨라서 아침에 보고나서 학교갔다 오면 어느새 커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가지가 워낙 촘촘한지라 그 아래는 정말 시원한 그늘이 지는데 그래서 생긴 속담이 '댑싸리 밑의 개팔자'라는 말로 시원한 여름철에 잎이 무성한 댑싸리 나무 아래서 꾸벅꾸벅 오수를 즐기.. 2008. 10. 6.
080922 한편의 대하드라마를 연출했던 전쟁놀이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은 승부에 민감하다. 나 역시도 어릴 적부터 승부가 걸린 일이라면 이겨서 손해를 보는 일이라 할지라도 남에게 지기 싫어서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끝장을 보고 나서야 직성이 풀리는 점은 어른이 된 지금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나 어릴 적에는 함께 어울려서 정답게 노는 일은 가시나들이나 하는 일이고 남자애들은 무조건 몸으로 뛰고 부딪쳐서 상대를 제압해야 승부가 끝나는 놀이에 열중했다. 더구나 온 들판이 놀이터인 시절이었으니 지금 애들이 골목이나 놀이터에서 깨작대는 것과는 스케일이 다른 한판의 승부였던 셈인데, 가장 우리들이 좋아하고 흠뻑 빠졌던 것이 - 어찌보면 끔찍한 어감을 가졌지만 - 전쟁놀이였다. 전쟁놀이도 시대에 따라 많이 그 방법이 달랐는데, 주로 TV 연속극의 .. 2008. 9. 22.
080922 가부시끼라는 말을 아십니까? 나 어릴 적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고 어른들이 자주 쓰는 일본어를 따라서 쓰곤 했다. 그 중의 대표적인 말이 '가부시끼'인데, 점잖은 우리말(한자어)로 하면 '추렴' 정도가 될려나? 바쁜 농사철을 지나고 나서 찬바람이 솔솔부는 계절이 되어 얼추 가을걷이까지 끝내고 나면 이른 바 농한기가 된다. 그러면 동네 어른들은 개울바닥을 뒤져 물고기를 잡아 한 솥 가득 민물 매운탕을 끓이거나, 뒷집의 통통하게 살진 암탉 몇 마리를 잡아서 함께 거나하게 술 한잔을 걸치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럴 때 그 비용은 참여하는 사람들이 일정액씩 걷어서 충당하곤 했는데, 이런 경우를 '가부시끼'라고 했다. 근래 들어 젊은 축이 많이 쓰는 말로는 '1/n'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고, 유식한 외국어를 끌어대자면 'Du.. 2008. 9. 22.
070705 모교인 동대초등학교 건물 관리에 관한 기사 모교관리에 관한 기사 출처 : 초등카페 http://cafe.daum.net/mydongdae21/xhx/353 작년도 2월 달에 동대초등학교 교사 입찰에 관련된 기사인데... 임대료가 2000만원 정도 된다고 하네... 나중에 우리도 돈 모아서 사버릴까? 지금은 사실 정말 관리가 안되고 있어서 폐가처럼 보이던데... 주변, 특히 운동장 쪽만 잘 정리해도 깔끔해 보일텐데... 너무 아쉽다. 하여튼 참고해라.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93&article_id=0000002819&section_id=101&menu_id=101 2008. 9. 12.
아련한 기억들 - 4. 물고기 잡기 우리 동네에는 소백산 기슭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이 용진강을 향하여 흘러 가는 동대천이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길가다 목마르면 무릅꿇고 엎드려 개울물을 꿀꺽꿀꺽 마시기도 했는데 그 정도로 물이 맑고 깨끗했기에 민물고기도 많이 살고 있었다. 날이 풀리기 시작하는 초봄이나 바쁜 농사철 틈틈이 개울을 뒤져서 물고기를 잡아서 영양보충을 하는 것이 시골생활의 또 다른 즐거움 중의 하나였었다. 절대로 혼자서 고기를 잡는 경우는 없다. 동네에서 누군가 물고기를 잡으러 간다는 얘기가 퍼지면 집집마다 장화를 신고 양동이나 세수대야 같은 고기를 담을 그릇을 들고는 모여든다. 물고기를 잡는 것도 마을의 협동작전인 셈이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가장 초보적인 방법으로 손으로 잡는 것이다. 물론 깊은 물.. 2008.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