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소백산 기슭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이 용진강을 향하여 흘러 가는 동대천이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길가다 목마르면 무릅꿇고 엎드려 개울물을 꿀꺽꿀꺽 마시기도 했는데 그 정도로 물이 맑고 깨끗했기에 민물고기도 많이 살고 있었다.
날이 풀리기 시작하는 초봄이나 바쁜 농사철 틈틈이 개울을 뒤져서 물고기를 잡아서 영양보충을 하는 것이 시골생활의 또 다른 즐거움 중의 하나였었다.
절대로 혼자서 고기를 잡는 경우는 없다. 동네에서 누군가 물고기를 잡으러 간다는 얘기가 퍼지면 집집마다 장화를 신고 양동이나 세수대야 같은 고기를 담을 그릇을 들고는 모여든다. 물고기를 잡는 것도 마을의 협동작전인 셈이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가장 초보적인 방법으로 손으로 잡는 것이다. 물론 깊은 물속에서 손으로 고기를 잡는다면 그건 매스컴을 탈만한 재주일테고, 사실은 먼저 내려오는 물줄기를 다른 곳으로 돌려서 수량을 줄여야 한다.
물줄기가 갈라지는 곳에서 한쪽을 돌로 막고 돌 사이를 흙이나 비닐을 이용하여 막는 것을 물을 뗀다고 했는데 이렇게 물을 떼면 고기들은 도망갈 곳이 없다. 그리고 나서는 개울 속의 돌을 치우거나 물을 퍼내고는 오 갈데 없는 녀석들을 손으로 움켜 잡는 것이다.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긴 해도 가장 손맛을 느낄 수 있고 스릴이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가재나 다슬기(우리는 골뱅이라 했다.)를 잡는 것도 다른 도구 없이 손으로 잡았다. 물이 워낙 맑은 곳이라 돌을 치우면 가재가 두 세마리씩 숨어 있곤 했기에 그냥 손으로 잡아 올리면 된다. 골뱅이는 돌에 붙어 있거나 바닥의 모래에 기어다니고 있었기에 어린 아이들에게도 가장 만만한 상대가 되곤 했다.
두번째 방법은 도구와 함께 힘을 이용하는 방법인데 이때 쓰이는 것은 지렛대와 족대 또는 큰 돌망치(우리는 꼰메라고 불렀다.)을 이용하는 것이다. 먼저 고기가 많이 있을 만한 큰 돌 주변에 족대를 설치한다. 그리고 나서 지렛대를 이용하여 돌을 움직여 주면 그 속에 있던 물고기들이 놀라서 도망나오다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족대로 뛰어드는 것이다. 그것으로 작전 끝이다. 족대를 들어올려 그 안에 든 녀석들을 주워 담으면 되는 것이다.
꼰메를 이용하는 방식은는 큰 돌을 쇠망치로 후려치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고기들이 그 진동에 놀라 기절을 해서 물 위로 흰 배를 드러내 놓고 둥둥 떠다닌다. 손으로 움켜 잡아 그릇에 담으면 끝이다.
세번째 방법은 가장 효율적이고 편한 방법이지만 좀 잔인할 뿐만 아니라 반 환경적인 방법이라서 요즘은 이 방법은 쓰면 다른 동네 사람들의 타박을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 방법은 물에다 싸이나나 농약 등 독극물을 뿌리는 방법이다. 그러면 고기들이 그것을 먹고 허옇게 죽어 나오면 그냥 줍어 담는 것이다.
거의 물고기 씨를 말리는 방법이고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의 양이 많으므로 이 경우는 동네 전체가 동원되어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잡은 고기의 내장을 빼내는 작업을 다른 경우에 비해서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비슷한 방법이지만 물에다 백회를 뿌리는 방법이 있다. 백회 반 포대만 뿌려도 개울물이 온통 뿌옇게 되고 물고기들이 호흡곤란으로 물위로 떠오르게 되며 이 때 잽싸게 고기를 잡는 것이다. 농약보다는 덜해도 역시 환경오염이 심해서 요즘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방법의 응용으로 아이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여뀌라는 풀을 짓찧어서 물에다 푸는 방법인데, 이것이 독성이 있어서 물고기들이 힘을 못 쓸 때 손으로 잡는 방법인데 물이 아주 적은 웅덩이에서나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또 한가지 무지막지한 방법은 꽝주기라고 해서 물에다 다이나마이트를 터뜨리는 방법인데, 얕은 물보다는 용진강에서 가끔 사용하던 방식이다. 꼰메를 사용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충격에 의해 물고기들이 죽거나 기절하면 건져 올리는 방식인데, 수확하는 양보다 죽어서 떠내려 가는 물고기가 많아서 역시 추천할 방식을 못된다.
마지막 방식은 시간이 많거나 물고기 잡이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낚시나 어항, 투망 등 최신화된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이며, 요즘도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고 본다. 다만 어항은 투명한 유리로 된 타원형 용기 속에 한 쪽은 헝겁으로 막고 한쪽은 들어갈 수는 있으되, 나오기는 어렵게 오목한 구멍이 나 잇는 모양인데 그 안에 떡밥을 넣고 물고기를 유인해서 잡는 방식을 말한다.
가끔 어린 아이들도 싸리나무 낚시대에 지렁이를 끼운 낚시를 드리우고 피라미를 낚거나, 낚시줄 끝에 개구리 뒷다리를 끼워서 가재를 낚기도 했다. 가재랑 놈이 육식성이라 개구리 뒷다리에 몇 마리씩 달려 드는데 낚시줄을 올려서 그것조차 모르고 그냥 매달려 있곤 했다. 식욕이 생명을 앗아가는 처량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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