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연히 카톡을 통하여 '책세상 독서단'이라는 곳에 접속하여 출간 전에 읽어볼 기회를 얻었다. 대부분 온라인 서점을 통하여 책을 구매하는 나로서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혼자 쉬고 싶다>라는 제목의 책을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저자의 휴식에 대한 생각이 나와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그가 휴식의 개념으로 제시한 "우리는 일하기 위해 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쉬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라는 구절은 내가 일주일 전 쯤에 포스팅한 <나는 놀기 위해 일한다>라는 글의 내용과 너무나 비슷했다.
독일의 명상가이자 경영컨설턴트인 저자는 젊은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깊은 휴식'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후 불교와 명상에 대해 연구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대인들이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휴식'의 원리를 전하고자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시행에 따라서 앞으로 '잘 노는 문제'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이 책에서 강조하는 휴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것은 나에게 매우 유익한 기회가 되었다.
2.
1) 휴식이란 무엇인가?
모든 사람이 간절히 바라는 휴식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단순한 기분전환과 휴식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슈테판 슈미트 교수의 말을 빌려 휴식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휴식이란 시간의 지배 아래 시간에서 해방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현재에 머무르기 때문에 현재라는 순간에 폭넓은 공간이 펼쳐지는 반면, 시간의 체감은 뒷전으로 물러나게 되고 우리는 시간의 지배에서 벗어난다."
2) 휴식의 현대적 재발견
이 책에 따르면 고대에는 휴식을 통찰의 수단 또는 인생의 목표로 여겼으나 중세 이후 기독교의 영향으로 아무일도 하지 않는 것, 즉 휴식을 죄악과 부도덕이라고 여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현대인들은 다시금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 즉 휴식의 힘을 재발견하고 있다는 것이다.
3) 휴식은 나와의 사랑이다.
저자는 우리의 정신상태가 항상 뭔가에 취해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단한다. 생활과 사람과 일에 취하여 나를 들여다 보고 보살필 수 있는 시간보다는 밖에서 들어오는 자극에 끊임없이 반응하느라 바쁘다고 한다.
이런 나를 일깨우고 제대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 바로 휴식이다. 그래서 휴식은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과의 소통이며, 자기 자신과의 사랑이다.
4) 일상에서의 휴식
물론 절이나 외딴 곳에서 정신을 집중하고 휴식을 취하기가 더 쉽겠지만 저자는 일상생활에서도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일상에 존재하는 휴식할 수 있는 여유를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휴식은 내 자신의 본질이 아닌 무엇인가를 포기하고 내려놓기라고 말하면서 그것은 무언가를 내다버리는 개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그대로 둔다'는 의미라고 본다. 즉 무엇인가를 내 의지대로 조종하고 통제하려 하지 말고 조용히 바라보라고 권한다.
3.
이 책을 읽으며 생각나는 장면이 두 가지 있다.
"우리가 바쁘게 살수록 우리 자신에 대한 감각은 점점 더 무뎌지고 우리는 정작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게 된다"(72쪽)는 구절이 있다. 회색빛 도둑들에게 시간을 강탈당하고 '바쁘다 바뻐!'를 외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나지 않는가? 바로 미하엘 엔데의 '모모'에서 얘기하는 바이다. 이럴 때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시간'인데, 아무도 이런 시간을 원하지 않고, 심지어 이런 시간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두번째로 생각나는 것은 바로 아래 그림... 구데타마(제가 그려 봤어요.)
게으른 것과 휴식은 물론 다르다는 것은 알지만, 그 차이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매우 적다고 본다. '일'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일과 적당한 거리를 두어도 살아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는 점을 깨닫는 게 진정한 휴식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이 책을 읽으며 약간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
1) 나는 일상적 의미의 휴식, 즉 위에서 말한대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서 남는 시간을 어떻게 나를 위해서 쓸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얻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 책의 뒷 부분으로 갈수록 일반적인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의미의 '휴식'보다는 '명상'에 많은 설명을 할애하는 편이었다.
물론 저자는 명상하는 사람에게는 결국 휴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긴 하지만 "휴식과 명상은 별개다"고 말하고 있다. 못할 것도 없겠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이 '명상'에 접근하는 것은 쉬운 결심은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저자가 말하는 '기분전환'과는 다른 '진정한 의미의' 휴식에 대하여 내 나름대로 고민을 해보아야겠다.
2) 중간 중간에 나오는 일본식 문화의 표정이 가끔 마음 한곳을 툭툭 치는 느낌이었다. 이런 감정이 나의 본래 감정이 아니고 외부에서 교육받아서 생겨난 것임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어쩌랴! 나도 한국 사람인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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