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소재, 평범한 스토리 라인"
님과 함께 전8권 박스세트 - 주호민 작 / 애니북스(2017. 7. 10)
[책 소개]
차태현이 주연을 맡아 천만 관객을 돌파하였다고 하여 흥미를 가지게 된 웹툰 만화이다. 가격이 다소 부담되었지만 가족과 같이 읽기에 부담없을 것 같아 과감히 구매하였다.
세트는 저승편 3권, 이승편 2권, 신화편 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승편은 김자홍이라는 평범한 회사원이 죽어서 저승에 가서 49일 동안 진기한이라는 똘똘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7번의 심판을 받고 드디어 환생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부수적인 스토리로는 군대에 가서 억울하게 사고사하여 원귀가 된 병사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다.
이승편은 철거예정인 산동네에서 폐지를 주우며 손자와 어렵게 살고 있는 할아버지와 그 집에 붙어사는 성주신, 조왕신, 측신, 장독신 등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마지막 신화편은 제주도 신화를 중심으로 우리의 전래 이야기를 몇 가지로 나누어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는데, 사실 저승편, 이승편은 권선징악적 요소와 다소 밋밋한 스토리 구성으로 괜히 책값을 비싸게 지불했다는 느낌이었으나, 신화편을 읽고 나서 겨우 본전은 건졌다는 느낌이 들 만큼 내용이 흥미로웠다. 물론 신화편도 옛이야기 특유의 권선징악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읽고나서]
'신과 함께'에서 말하는 '신'이란 기독교적인 유일신이 아니라 우리의 토속신앙, 특히 다신교적인 전래의 무속신들을 아우르는 의미의 신을 말한다. 작자도 무속신앙에서 이 글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제주도의 설화에서 주로 많이 차용하였고, 다른 지역, 예를 들어 경기도의 성주풀이의 배경이 된 설화에서도 이야깃거리를 빌려 왔다.
앞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저승편, 이승편보다는 신화편이 재미를 주었다. 그 중에서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저승차사 세사람(강림도령, 해원맥, 이덕춘)의 이야기가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특히 생시에 국경의 수비대장이었던 해원맥과 오랑캐 소녀인 이덕춘의 인간에 대한 따뜻함과 서로에 대한 믿음은 별도의 소설로 써내도 괜찮을 것 같다. 혹시 나중에라도 이 사람들에게 인도받아 저승에 갈 일이 생긴다면 말하리라. 당신들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아프지만 멋진 삶을 산 사람들로 기억하고 있다고.
요즘 핫하다는 웹툰이라서 읽긴 읽었는데 결과적으로는 So-So이다. 20대인 두 아이 중 큰 애는 '매우 재미있다.', 작은 애는 '꽤 재미있다.'라는 평인데, 나는 그냥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시간 나면 한번 읽어 보세요. 그리고 스스로 평가하세요." ㅎㅎ 너무 무책임한가요?
영화는 어떨까 하는 호기심은 있지만, 소문난 잔치에는 별로 가지 않는 성격인데다, 책을 읽고나서 영화를 보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알기에 나중에 TV에서 공짜로 보는 게 좋을 듯 하다.
[기억할 만한 구절]
"부모 가슴에 박힌 못을 빼낼 수는 있지만 구멍은 남는다." - 불효자를 심판하는 세번째 심판관인 송제대왕이 김자홍에게 한 말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히는 것... 그것은 함부로 내뱉은 말입니다." - 5번째 발설지옥을 관할하는 염라대왕이 한 말
"지금껏 집에만 있다가 요즘 세상 구경을 하니 많은 걸 느낀다. 인간들의 세상은 참으로 이상하다. 한쪽이 살려면 다른 쪽이 죽어야 한달까? 문제는 누구든지 자신은 사는 쪽일 거라 생각하는 거지." - 철거예정인 산동네의 허름한 집에 붙어살다 집의 철거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성주신이 하는 말
"이로써 인간들은 자존감을 갖게 될 것이다. 그들의 힘으로 무엇이든 바꿀 수 있다는..." - 모든 사람들이 태양을 향해 활을 겨누도록 하여 사람들을 괴롭히는 두 개의 태양 중 하나를 없앤 후 대별왕(옥황상제의 큰 아들로 저승을 다스리며, 이승을 다스리는 동생을 도와주기 위해 이승에 출장 옴)이 한 말
"당신과 헤어지고 나서 깨달았지.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것,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그걸 깨닫는 데 너무나 많은 눈물을 쏟았소." - 저승의 서천꽃밭을 다스리는 사라도령이 아내인 원강아미를 다시 만나서 하는 말
"말했잖아요. 하얀 삵을 잡을 거라고... 내가 지금 하면 나중에 동생들이 안해도 되니까." - 오랑캐 고아들을 보살피던 이덕춘이 국경수비대장을 칼로 찌르면서 하는 말
"정말로 좋아하는 일은 왜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 세상 최고의 목수로 뽑혀 저승의 궁궐을 짓기 위해 차사들을 따라가면서 황우양이 하는 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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