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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다가 말다가

♣ [서평]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유현준 저) - 도시와 건축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by 무딘펜 bluntpen 2018. 2. 26.
"내가 사는 도시와 환경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



[ 책 소개 ]

  이 책은 <알쓸신잡>에 출연하고 있는 건축가 유현준씨가 그동안 여러 칼럼에 게재했던 이야기들을 편집하여 출판한 책으로 15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올 초에 직장에서 실시한 특강을 통하여 저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TV에서 본대로 무척 샤프한 느낌이었고 자신감에 넘치는 이야기 솜씨에 푹 빠져들었다. 이 책은 특강이 끝나고 저자가 무료로 배부한 책이다. 평소에 읽고 싶었지만 그동안 구매하지 못했는데, 특강듣고 책도 얻고...

  편집은 참 깔끔하게 잘 되었고, 칼라로 들어가 있는 관련 그림이나 도판의 충실도 면에서는 매우 칭찬할 만하다.

[ 읽고나서 ]

  건축과 도시계획에 관한 내용은 내 전공분야와 동떨어진 것이긴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건축을 이해하게 될 때 더 좋은 건축물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됨으로써 우리를 감싸고 있는 공간과 도시가 더 좋아질 것이고, 그래야 우리가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 행복하게 독서를 마쳤다.

  이 책의 부제 "도시를 보는 열 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에서 보여 주듯이 건축만의 딱딱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사는 도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에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치면서도 궁금했던 몇 가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인상 깊었던 내용을 몇 가지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제1장(왜 어떤 거리는 걷고 싶은가)에서는, 여러가지 데이터와 분석을 통하여 설득력있게 다음과 같은 공감가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걷는 환경과 너무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한다. 사람은 시속 4Km 정도로 걷는다. 너무 느려도 사람들은 걷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상점의 입구가 자주 나오는 거리(이벤트 밀도가 높은 거리)가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든다." - p.46

<2> 제3장(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에서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주변 경관을 비롯해서 모든 것을 내려다볼 수 있고 본인은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부자들은 많은 돈을 지불하고 맨 꼭대기에 산다. 돈으로 공간의 권력을 사는 것이다. 펜트하우스는 부자들이 권력을 갖는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권력구조를 확실히 보여주는 주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 p.77

<3>  또한 호텔과 모텔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바라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의 차이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모텔은 바깥 세상과 건물 내부를 완전히 차단한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환기의 목적 이외에는 창문이 필요 없다. 이 공간은 항상 밤이기를 원하는 공간이다. 반대로 호텔에서는 바깥 경치를 보기 원한다. 그리고 보이기를 원하다. 건축에서 창문은 안과 밖을 연결해 주는 소통의 요소이자 '바라본다'는 권력을 조절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 p.87

  <4> 제4장(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는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가 나온다.

  "뉴욕에서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있으면 설계사무소가 밀집된 지역의 건물를 사면 된다.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설계사무소는 단위면적당 벌어들이는 돈이 적기 때문에 임대료가 싼 지역에 모인다. 멋을 아는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사는 곳은 자연스레 차별화된 멋스런 상업지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이곳에 IT회사들이 뒤따라 들어오고, 임대료가 오르면 건축가들은 다른 곳을 찾아 떠난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제 홍대 앞에서 쫓겨난 예술가들과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쫓겨나는 건축가들이 가는 지역이 어디인지 알아봐야 할 시점이다." - p.99

 <5> 냉장고와 자동차가 도시발달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는 부분도 매우 재미있다.

  "냉장고의 발명 이후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만 장을 보면 되게 되었다. 음식 부패를 막는 냉장고 덕분에 어 이상 식료품 가게 주변에 모여 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대신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한 시간 달려서 일주일치 음식을 트렁크에 담아와 냉장고에 넣어 두게 되었다. 도시는 기존의 고밀도 도시에서 달걀 프라이처럼 땅에 널리 퍼진 주거지와 고속도로 교차로 주변의 쇼핑몰로 대체되었다." -p.104

  다만 이 책이 다른 매체를 통하여 발표되었던 글들을 모아서 편집을 한 것이다 보니 각 장내에서 이야기 흐름이 통일성을 갖지 못하고 흩어진 느낌을 주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특히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이런 경향이 있다. 그리고 도시계획의 문제보다는 건축에 대한 문제에 약간 더 비중을 둔 듯한 느낌도 받게 된다.


[ 인상깊은 구절 ]

  ㅇ 당시 건물은 지붕이 벽을 받치고 있었는데 그 벽에 창문을 크게 뚫으면 건물이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플라잉버트레스'라는 장치를 만들어서 지붕의 하중을 옆으로 전달시켰고, 덕분에 하중을 덜 받아도 되는 벽에는 큰 창문을 뚫은 것이다. 창문에는 유리로 창을 막아야 했는데, 당시 기술력으로는 유리를 완전한 투명판 유리로 만들기는 어려웠다. 유리라는 것이 작은 조각으로만 제작이 가능했고 게다가 불순물을 정화시킬 기술도 부족했다. 유리는 불순물이 들어가면 색을 띠게 된다. 예를 들어서 철분이 많이 들어가면 녹색을 띤다. 이렇듯 여러가지 불순물이 들어간 다양한 색의 작은 조각유리를 밀랍으로 이어붙이면서 스테인드글라스가 창조된 것이다. 이는 전화위복이 되어 스테인드들라스에 그려진 성화는 최초의 영화관처럼 글을 읽지 못하는 신도들을 감화시킬 수 있었다. p.176

  ㅇ 자동차는 우리로 하여금 멀리 있는 공원에는 갈 수 있게 해 주었지만, 가까이 있던 마당과 거실 같던 골목길을 빼앗아 갔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얻는 것이 많다고 말해 왔지만 사실 우리는 주변의 질 좋은 공간을 팔아서 물건을 산 것일 뿐이었다. -p193

  ㅇ 현대건축의 최고의 적은 형광등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햇볕을 받기 위해서 창을 내어 창가에 살았고, 건축가들은 자연 채광을 들여오기 위해서 재미난 단면을 고안해 내야만 했다. 그러나 값싸게 인공을 빛을 만들 수 있는 형광등이 건축에 도입되면서부터 건축물은 더 이상 해볕이 들어오는 디자인에 신경 쓸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형광등이 건축 공간을 단조롭게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p.216

  ㅇ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미국 중산층 집의 크기는 두 배 가까이 커졌다고 한다. 50년간 사람의 몸이 커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족 구성원의 수는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집은 이렇게 계속 커졌을까? 가만히 살펴버면 커져버린 집의 공간은 물건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눈만 뜨면 이 세상의 TV, 라디오, 신문 같은 매체에서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해져야 더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물건을 사기 위해서 열심히 일한다. 그리고 또 그 많은 물건을 넣기 위해서 더 큰 집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더 큰 집을 사기 위해서 더 많이 일해야 한다. 그야말로 인간의 삶과 자연을 수탈하는 악순환이다. -p238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