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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다가 말다가

♣ "행복한 일은 매일 여기에 있어" - 곰돌이 푸

by 무딘펜 bluntpen 2018. 5. 26.

1.
베스트셀러에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궁금하기도 하다. 도대체 다른 분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 오늘은 Yes24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훑어보았다. 


내가 읽은 유일한 책이 19위에 올라있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이다. 세상을 너무 진지하고 무겁게 살고 있는 분들께 강추한다.

에세이라기보다 철학에 가깝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는 저자는 이 책을 "야매 득도 에세이"라고 명명하였다. 그가 이 책을 쓴 동기는 머리말에 있는 다음 구절에서 엿볼 수 있다.

"시키는 대로 살았다. 인내하며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것이 진리라 생각했고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어째 점점 더 불행해지는 느낌이 드는 건 그야말로 기분 탓일까?

이제 지쳤다. 체력도 정신력도 바닥이다. 에라, 더는 못 해 먹겠다. 그렇다. 마흔은 한창 비뚤어질 나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결심했다. 이제부터 열심히 살지 않겠다고!"

그가 사표를 내고 백수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건 뭘까? 바로 이것이다.

 "포기하면 편하니라"


2.
요즘 베스트셀러 목록의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것은 곰돌이 푸 시리즈다.《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는 철학자 니체의 말들을 상황별로 인용한 책이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야?"
"오늘!(Today)"
"오늘이라고?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야!"

푸근하고 반가운 얼굴, 곰돌이 푸라는 친근한 캐릭터를 통하여 니체라는 '다소 무거운' 철학자의 말을 전한다는기획의도는 좋다.

다만 이 책에서 소개한 구절들이 니체가 한 말임에는 틀림없지만 요즘 내가 흠뻑 빠져있는 니체 철학의 핵심을 제대로 전달해주기에는 다소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영문제목에는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여기에(here)"라는 말이 책 제목에서 빠진 건 좀 아쉽다. "바로 여기, 내 옆에" 있다는 의미가 강조되었다면 좋았을 걸.

4.
이러서 시리즈로 나온 작품은 공자의 말을 전해주고 있는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이다.

공자님 말씀은 구절별로 따로 떼어서 읽어도 의미가 들어온다. 어찌보면 <논어>라는 책 자체가 원래부터 전체 유교철학을 포괄하는 의도로 집필한 책이 아니라 공자의 각각의 말들을 제자들이 짜집기 한 것이라 각각의 어구를 따로 읽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이 점에서 먼저 나온 <1권>과는 상황이 다르다.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다음 말이 가장 가슴에 와 닿는다.

"매일 행복한 건 아니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Every day isn't always happy, but happy things are always here!)


내 딸아이처럼 곰돌이 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림책으로서도 충분히 재미있다고 느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