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터넷을 처음 고안한 사람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클릭을 발명한 괴짜들>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2차 대전 당시 미국의 혁신적 군사기술을 이끌어낸 버니바 부시라는 물리학자에 대한 이야기 중에 그가 활쏘기, 담배 파이프 깎기, 사진 찍기, 잡다한 기계 만들기 등 취미가 다양했었고, 그것이 그이 창의성의 뿌리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
'별걸 다' 관심을 가지는 버시바 부시를 머리 속에 생각하다가 문득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라는 노래가 생각나서 찾아보니 1990년대 초에 노영심이 부른 노래였다.
3.
들어보니 가사가 너무 재미있어서 올려본다. 이 노래 말고도 변진섭의 <희망사항>이라는 재밌는 가사의 노래도 노영심 작품이다. 유투브에서 노래를 찾아 들어보면서 나처럼 옛날 추억에 잠겨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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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 노영심
나를 처음 본 게 정확히 목요일이었는지 금요일이었는지 그 때 귀걸이를 했는지 안 했었는지 기억할 수 있을까
그런 시시콜콜한 걸 다 기억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겠지만 내 생일이나 전화번호를 외우는 건 너무 당연하지 않아요
내가 전화걸 때 처음에 여보세요 하는지
죄송합니다만 그러는지 번호 8자를 적을 때 왼쪽으로 돌리는지 오른쪽으로 돌려쓰는지
지하철 1호선과 4호선 안에서 내 표정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내 모습까지도 기억하는 남자
같이 걷던 한강 인도교의 철조 아치가 6개인지 7개인지 그때 우리를 조용히 따르던 하늘의 달이 초생달인지 보름달인지
우리동네 목욕탕 정기휴일이 혹시 첫째 셋째 수요일에 쉬는지 아니면 둘째 넷째 수요일에 쉬는지 그걸 기억할 수 있을까
나를 둘러싼 수많은 모습과 내 마음속의 숨은 표정까지도 오직 나만의 것으로 이해해주는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
내 새끼 손가락엔 매니큐얼 칠했는지 봉숭아물을 들였는지, 커피는 설탕 2스푼에 프림 한스푼인지 설탕 하나에 프림 둘인지
그런 사소한 것까지 다 기억을 한다면 얼마나 피곤할까 생각하겠지만 아주 가끔씩만 내게 일깨워준다면 어때요. 매력 있지 않아요
어릴적 동화 보물섬 해적선장 애꾸눈 잭은 안대가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만화 주인공 영심이를 좋아하는 남학생이 안경을 썼는지 안 썼는지
고깃집에서 내가 쌈을 먹을 때 쌈장을 바르고 고기 얹는지 아니면 고기부터 얹고 쌈장을 바르는지 기억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는 날 일깨워 주듯이 볼 때마다 새로움을 주는 사람이면 그 어떤 능력보다 소중하지요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
지난 겨울에 내가 즐겨 끼던 장갑이 보라색인지 분홍색인지 그게 벙어리 장갑인지 손가락 장갑인지 기억할 수 있을까
나를 처음으로 집까지 바래다주던 날 어느 정류장에서 들리던 노래가 목포의 눈물인지 빈대떡 신산지 혹시 기억할 수 있을까
나를 처음 만난 날 내가 구두를 신었는지 아니면 운동화를 신었는지 그때 화장을 했었는지 안 했었는지 기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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