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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생각 짧은 글/1. 유쾌한 백수생활

야후 블로그 - 21. 염치와 얌체

by 무딘펜 bluntpen 2008. 9. 4.
21. 염치와 얌체
2007/02/06 오 전 9:40 | 스쳐가는 짧은 생각들 | [느티나무]

90년대 초 직장생활을 시작하며서 부천에서 출퇴근을 하였다. 한 시간이 넘게 전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따분함을 느끼는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는 전철 창밖을 바라보며 공상에 잠기거나 지나가는 풍경을 음미하곤 했다.

그런데 덜컹대는 전철에 몸을 맡기고 아무 생각없이 창밖을 바라보다 보면 평소에 눈에 띄지 않던 것들이 가끔 눈에 들어온다.

그 중의 하나가 개봉역 주변의 학교처럼 생긴 건물의 벽에 씌어져 있는 다음과 같은 한자였다.

"廉恥"

나중에 사전을 찾아보니 "염치"라는 말이었고 의미는 '체면을 차리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고 되어 있었다.

생각해 보면 에티켓을 지키고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하여 창피함을 느낄 줄 아는 인간의 기본적인 마음을 의미하는 것인데, 사실 이 말이 이상하게 변하여 온 "얌체"라는 말때문에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사전을 자세히 보니 얌체라는 말은 염치없는 줄을 알면서도 무릅쓰고 한다는 의미의 '모몰염치(冒沒廉恥)'가 변하여 '몰염치'라는 말로 변하였고, 이 말이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는 '염치없다'라는 말로 주로 쓰였다. 그러다가 서서히 반대의 의미를 가진 '얌체'라는 홀대어로 변하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
(제가 국어학자는 아니라서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하여튼 나는 앞으로 '얌체'가 되지 말고 '염치를 아는 사람'이 되도록 해야겠다.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고 이를 고치려는 노력을 다하도록 노력하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