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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생각 짧은 글/1. 유쾌한 백수생활

야후 블로그 - 26. 짖궂은 장난

by 무딘펜 bluntpen 2008. 9. 4.
26. 짖궂은 장난
2008/07/16 오후 2:40 | 스쳐가는 짧은 생각들 | [느티나무]


어제 퇴근할 때 겪었던 일이다.

사무실에서 밀린 일을 처리하고 8시 경에 퇴근을 했다. 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려고 부지런히 발길을 옮겨 삼각지 지하철역 근처를 지나 내가 항상 퇴근시에 이용하는 용산역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였다.

내 나이보다 좀 어려보이는 어떤 여성분이 반대쪽에서 급히 걸어오다가 다짜고짜로 묻는 것이다.

"저, 삼각지역 13번 출구가 어디죠?"

나는 삼각지 근처 직장에 다닌지 어언 20년이다. 근처 지리는 거의 안다. 허나 누구에게나 비슷하겠지만 지하철 역의 몇 번 출구가 어디인지는 물으면 자판기처럼 즉시 답이 나오기는 어려운 일 아닌가?

그래서 옆을 쳐다보니 바로 3번 출구이다. 지하철역의 출구번호는 시계방향으로 매겨진다는 사실은 예전에 들은 적이 있기 때문에 시계반대방향으로 3, 2, 1,...그 다음 어디쯤이겠지? 그럼... 평양집(삼각지 근처에 양곱창으로 유명한 집...) 근처일지 아마?

이렇게 몇 초간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이 성급한 여자분 왈

"잘 모르시나 보네... 됐어요."

그 말의 어감이 길 묻는 사람답지 않게 무척 뻗뻗하게 들렸다. 순간적으로 기분 팍! 뭐 이런 거시기한 분이 다 있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했던 반대방향, 즉 신용산 역 쪽을 가리키면서

"저 쪽 방향으로 한 5분정도 걸으면 13번 출구가 나올 것 같은데요."라고 친~절~하게 일러 주었다.

"예, 알았어요."

이 여자 인사도 안한다. 하여튼 같은 방향으로 조금 걸어서 나는 신호등을 건넌 다음 용산역쪽으로 내 갈길을 찾아 유유히 휘파람을 불며 갔고... 그 거시기한 여자분은 더운 날씨에 13번 출구를 잘 찾으셨는지 모르겠다.

내가 좀 심한 건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