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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생각 짧은 글/1. 유쾌한 백수생활

야후 블로그 - 3.엘레베이터를 타면서

by 무딘펜 bluntpen 2008. 9. 4.
3. 엘레베이터를 타면서
2007/01/04 오 전 9:54 | 스쳐가는 짧은 생각들 | [느티나무]

아침마다 늦장을 부리다 결국 시간에 쫓겨 신발 뒤축을 구겨 신은 채로 아파트 문을 나서서 종종걸음으로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것이 일상의 시작이다. 엘레베이터를 내려서 달리듯이 조금 걸음을 빨리하여 지하철역에 도착하면 서울역 급행열차시간에 거의 맞출 수 있다. 이 차를 놓치면 사무실에 조금 늦게 도착할 수 밖에 없기때문에 항상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나는 23층 아파트의 21층에 산다. 복도식인데 엘레베이터 2대가 운행되고 있다. 그만큼 엘레베이터를 타는 시간이 길고 엘레베이터가 나의 아침 출근시간의 지각여부를 좌우한다고도 할 수 있다. 내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어 엘레베이터가 우리 층 근처에 있으면 그것처럼 고마운 일도 없다. 그런 날은 운이 무척 좋을 것이라는 예감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가끔은 간신히 엘레베이터를 타더라도 중간 중간에 내리고 타는 사람때문에 열차시간에 늦을까 봐 마음을 졸이게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어떤 경우에는 문이 열렸는데 아무도 안 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누군가 양쪽 엘레베이터의 버튼을 눌러놓고 먼저 내려오는 쪽을 타고 사라진 경우로 생각된다.

이럴 때 나는 무척 분노한다. 아니 한 쪽만 눌러서 타고 가면 될 걸, 어찌하여 양쪽을 다 눌러서 에너지 낭비는 물론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느냔 말이다. 정말 왜 아래층에 사는 사람들은 윗층에 사는 사람들의 고충을 몰라줄까? 이런 사람들 때문에 사회가 제대로 안 흘러가는 거야... 등등

그런데 오늘 아침에 내가 엘레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는데 올라오던 엘레베이터가 우리 층에 서지 않고 23층까지 올라갔다가 한참만에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열차시간은 다가오고 엘레베이터는 위에서 꾸물거리고... 무척 짜증이 났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내가 아래층에 사는 누군가를 욕했을 때와 상황이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아랫층(예를 들어 5층)에 사는 사람이 한쪽 엘레베이터의 버튼만 눌러놓고 기다리는데 21층에 있는 내가 똑같은 버튼을 누르면 엘레베이터는 21층까지 올라오니 그런 경우 그 사람은 얼마나 불편할까?

오우! 나는 그동안 내 입장만 생각하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