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평론가 선동기 씨의 '그림으로 세상읽기'라는 칼럼을 읽으면서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는 눈을 기른다는 게 참 필요하면서도 어렵다는 생각을 해 본다.
■ 그림을 읽는 힘은 풍경을 읽는 힘과 다르지 않고, 풍경을 읽는 힘은 빛나는(솔직하고 꾸밈없는) 글 속에 드러나는 삶의 진실과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능력과도 닮았다.
■ 다음은 선동기 씨가 러시아 화가 레비탄의 그림에 대하여 쓴 칼럼 '봄날은 간다' 중 일부이다.
"화면 정면에 거대한 검은색 구름 덩어리가 솟아 있습니다. 화면의 오른쪽과 왼쪽에서 흘러온 강물이 언덕 위 성당 앞에서 하나로 모였습니다. 언덕 밑의 바다처럼 넓은 회색 강물을 보면 얼마 전까지 많은 비가 내린 듯 합니다. 세상은 회색이 절반을 차지하지만, 풍경은 갓 씻어낸 과일처럼 맑습니다. 검은 구름이 다가오는가 싶어 하늘을 봤더니 그 뒤의 높은 하늘이 곧 날이 갤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넓은 지평선과 구름 그리고 거대한 물줄기를 보며, 레비탄이 이 그림을 통해 혹시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왜소한지 알고 있니? 자연 앞에서 인간의 삶이 얼마나 무상한지 알고 있니?’ 레비탄의 작품 중에서 가장 철학적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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