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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독서생활

서평]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수축사회> / 홍성국 저

by 무딘펜 2019. 5. 24.

1.
대우증권 CEO를 지내고 현재는 저술 및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는 홍성국씨가 쓴 책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저자를 모시고 직원들과의 첫 독서토론을 할 때 주제로 삼았던 책으로 알려져 있다.

수축사회

수축사회란 저성장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정치, 경제, 환경을 비롯한 사회 모든 영역의 기초 골격이 바뀌고 인간의 행동규범, 사고방식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내용을 요약하면 산업혁명 이후의 팽창사회가 끝나고 이제 파이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수축사회가 도래하면서 생존경쟁이 격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사회적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2.
먼저 저자는 수축사회의 원인을 인구감소, 과학기술의 발전, 개인주의로 분석한다. 거기에 사회양극화가 불을 붙이면서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 가속화된다.

이러한 수축사회의 특징은 다음 다섯 가지이다.(p.32)
1) 원칙이 없는 이기주의의 만연
2) 피아의 구분이 불분명한 입체적 투쟁
3) 사회적 가치와 규범이 부재한 무정부 상태
4) 극소수의 팽창사회로의 집중화
5) 위태로워지는 정신건강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 패권국인 미국을 포함하여 전세계적인 추세로서, 한때 싸우지 않고도 모든 적을 제압할 수 있었던 미국이 점차 체력이 약화되면서 자신의 약점을 가리기 위해 폭력을 쓰기 시작한 것을 예로 들고 있다.

양극화와 관련하여 음미해 볼 만한 부분이 있다. 저자는 서강대 전상진 교수의 <세대전쟁>을 인용하여 최근의 세대갈등은 양극화(계급갈등)을 덮고 세대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라는 의도라고 강조한다. 또한 세대갈등의 프레임에 갇혀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사람들은 '시간의 실향민'이거나 '인지부조화'나 과거에 대한 강력한 '향수'에 빠진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p.261)

3.
수축사회에 대한 대응책의 기본은 사회적 자본의 확충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프랜시스 후쿠야마에 따르면 사람들이 공통의 목적을 위해 조직 내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 사회적 자본이 충만한 사회는 사회적 신뢰가 높아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면서 권력과 부의 집중을 방지하는 공정한 열린 사회를 지향한다.(p.200)

한편으로 저자는 사회적 자본을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서구 특히 앵글로색슨 계열 국가에서 형성된 개인의 자유선택과 자기 책임 원리가 통용되는 사회적 특성을 일컬으며, 보통선거, 인권, 시장경제 등 현재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의 바탕에 해당하는 사회적 합의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가 현재 겪고 있는 정치적 극한 대결, 법치의 부재, 패거리 문화, 폐쇄적 개인주의 등은 모두 사회적 자본의 부족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본다.(p.119)

이러한 사회적 자본을 바탕으로 수축시대의 생존법을 다섯 가지 제시하고 있다.

1) 원칙을 세우고 지켜라. 2) 미래에 집중하라. 3) 창의성이 답이다. 4) 남다른 무기를 개발하라. 5) 사람을 조심하라.

다섯 가지는 다소 추상적인 방안이지만 원칙 준수와 관련된 다음 말은 우리사회의 흐름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수축사회가 진행될수록 전투의 패배자나 중상을 입은 계층이 늘어나면서 빈부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때 정치와 정책은 패배자 편에 설 것이다. 따라서 전투의 공정성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면서 게임의 룰을 어긴 측은 강한 제재를 받을 수 밖에 없다."(p.210)

특히 현재 진행 중인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김영란법, 미투운동을 같은 선상에서 파악하면서 이 4가지는 한국의 사회적 자본을 크게 향상시키겠지만, 향후 5년 정도는 오히려 혼란을 더 불러올 것이라는 예측은 흥미롭다.(p.239)

4.
저자는 적어도 5년 이내에 수축사회가 본격화되고 50년 이상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오랜 시간 '끔찍한' 수축사회를 경험한 후에나 비로소 새롭게 세상을 디자인하고 다시 만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자의 생각에 일부 공감하는 부분이 있지만 다소 논리 전개에 근거가 미약하거나 일관성이 부족한 면도 엿보인다.

특히 2부(전 세계가 수축하고 있다)와 4부(한국, 어디에 서 있는가)에서는 일방적 논리전개나 너무 미시적인 부분을 언급하여 흐름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오히려 어려움을 주는 면도 엿보인다.

400페이지에 가까운 이 책의 두께를 생각할 때 일부 내용을 줄여서 수축사회의 원인-특징-대응으로 간략히 정리하고, 정책적 제안에 대한 부분은 간단하게 언급했다면 훨씬 독자들의 이해에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사회적 자본을 서구의 사회문화와 제도와 거의 동일시함으로써 비서구사회가 수축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서구사회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어쩌면 오늘날 수축사회를 불러온 근본원인은 서구사회와 그 문화에 내재된 문제점 때문일 수가 있고, 어쩌면 비서구 사회, 특히 동양의 문화와 철학이 그 해결책일 수도 있지 않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