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긴 생각 짧은 글204

♣ 센스있고 무난한 회식 건배사 하는 방법 I. 회식자리에서 은근히 고민되는 "숙제", 건배사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수없이 참석하는 술자리. 술마시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어쩔 수 없이 건배사를 해야할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분위기에 어울리는 멋진 한 마디는 건배자의 이미지를 높여주고 술자리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어 준다. 하지만 그 한마디를 고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누구나 고민을 하게 된다. 건배사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인터넷을 뒤져서 신선한 건배구호를 발굴하려고 한다. 그러나 건배구호에 앞서서 술자리의 의미와 참석자들에게 어필하는 건배사가 없다면 인터넷에서 애써 찾아낸 건배구호는 오히려 유행만 따르는 경박한 행동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짧고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건배사, 술자리를 갖기 전 조금만 고민을 하면 크게 두렵지 않다. (이와.. 2018. 7. 5.
♣ 나는 놀기 위해 일한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도입에 따라 워라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한 개념이 궁금하여 관련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국회가 2018년 2월 28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일주일은 7일’이라는 내용을 명시하면서 주 최대 근로시간이 현재 68시간(평일 40시간+평일 연장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에서 52시간(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16시간이 줄어들었다." 이를 두고 찬반이 엇갈리며 온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제도의 도입과 보완에 앞서서 휴식과 휴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하루.. 2018. 7. 3.
오늘의 한 줄 "단어 선택이 제한되고, 문장구성이 단순해지면 우리의 인식도 제한되기 마련이다." - 비트겐슈타인 우리는 언어의 범위 안에서 경험하고 사고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의미하는 바가 이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므로 내가 구사하는 어휘가 초라해질수록, 내 머릿속에 간직된 개념 간의 경계가 허술해지고, 그에 따른 나의 경험과 사고도 두루뭉실해지고 만다. 결국은 내가 사용하는 말이 단순할수록 삶이 예리함을 잃고 마는 것이다. // 2018. 7. 1.
말을 할 때는 소주잔 채우듯이 1.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는 남의 소주잔에 술을 따르듯 하는 것이 좋다. 넘치지도 않으면서 모자라지도 않게 하는 것이다. 2. 우리는 보통 소주잔의 70~80% 정도를 채운다. 그것보다 많이 따르면 마시는 사람이 부담스럽고, 적게 따르면 서운하다. 그러나 그 "적당한" 선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는 없다. 문화에 따라 다르고 개인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본인이 판단할 나름이다. 다만... 해서는 안될 일은 넘치게 따르면 안된다는 것이다. 말도 글도 마찬가지이다. 3. 생각은 이러하지만 한번 입을 열면 항상 그 적당한 선을 잊어버린다. 항상 넘치는 말로 남을 지루하게 하거나 말실수를 저지르는 게 나의 일상이다. 지난 다음에는 대부분 후회와 반성의 시간이 따라오지만, 결국 잘난 척 하.. 2018. 6. 30.
모란꽃에는 정말 향기가 없을까? 1. 우리가 별 의심없이 믿고 있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에도 꼼꼼히 따져보면 이상한 점들이 눈에 띕니다. 2. 요즘 교과서는 모르겠지만 제가 배우던 당시의 교과서 어디에선가 신라의 선덕여왕(아호는 덕만공주)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왕의 영특함을 드러내기 위한 일화의 한가지로 당나라에서 보내온 꽃그림이 등장합니다. 바로 모란꽃입니다. 어린 덕만공주는 그 그림을 보고 모란꽃은 향기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림에 벌과 나비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여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모란꽃에 향기가 없을까요? 아니, 모란꽃에는 향기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집 뒤뜰에 모란꽃이 많았기에 향기가 있다는 걸 잘 압니다. 더구나 화투 좀 만져보신 분들은 6월에 나오는 꽃이 모란이고, 그림 주변에 나비.. 2018. 6. 29.
내 남편은 왜 저럴까? [중앙일보에 연재 중인 강춘님의 중 한 컷이다. 이분의 다음 블로그에 방문하면 재밌는 글이 많다. ] 1.고규윤 시인의 "남편"이라는 시입니다. 고규윤 늦으면 궁금하고... 옆에 있으면 답답하고... 오자마자 자면 섭섭하고... 누워서 뒹굴거리면 짜증 나고... 말 걸면 귀찮고... 말 안 걸면 기분 나쁘고... 누워 있으면 나가라고 하고 싶고... 나가 있으면 신경 쓰이고... 늦게 들어오면 열받고... 일찍 오면 괜히 불편하고... 아주 이상하고 무척 미스터리 한 존재...남편 2. 우리 남편들은 아내들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아마 신혼일 때를 제외하고 대부분 '애인'수준은 아닐겁니다. '웬수 덩어리'라는 말만 피해가도 본전은 하는 셈이죠. ㅎㅎ... 사실 반대로 아내에 대한 남편의 평가도 큰 차이는 .. 2018. 6. 25.
독서론] 책을 읽다가 맘에 드는 구절이 나오면... 1.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들은 반드시 독서노트를 작성하라는 조언을 하십니다. 초보 독서가인 저도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다만 그 분들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노트 작성방법은 사람마다 다른데, 그래도 공통되는 점은 책을 읽다가 맘에 드는 구절을 반드시 적어두라는 것입니다. 저도 노트나 스마트폰 앱(저는 '책꽂이 +'라는 앱을 사용합니다.)에 맘에 드는 구절을 적어두곤 하는데, 문제는 단순히 책의 내용을 옮겨적을 경우 나중에 읽어보면 '내가 왜 이걸 적었지?'라고 생각되는 상황이 종종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가 노력하는 것은 책의 내용 이외에 몇가지 추가정보를 적는 것입니다. 먼저, 제 독서노트 표지를 살짝 공개합니다. 2. 독서하다가 맘에 드는 구절을 만나면 '원문 그대로'.. 2018. 6. 24.
독서는 거울을 들여다 보는 것과 같다. 나는 퇴직 전에 1,000권의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통하여 무엇을 이루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책을 몇 권이나 읽었는가는 사실 문제가 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내 생각을 키워가는 과정이 최종적인 목적이 되어야 한다. 1,000권이라는 목표는 그 과정을 흔들림없이 지켜 나가기 위한 수단적인 숫자에 불과하다. 어쩌면 내가 키워가고자 하는 내 생각은 나의 삶과 배움을 통하여 이미 내 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정리되어 있지 않을 뿐. 책을 읽으면서 정리된 다른 사람의 생각에 비추어서 내 생각을 돌아보고 가지런히 정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독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내.. 2018. 6. 23.
소통은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한 관용이다. 사회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소통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 직장도 예외는 아니다. 소통이 경쟁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소통의 소자는 한자로 '성길 소'이다.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보면 소홀, 소외, 소원, 생소하다고 할 때의 '소'자와 같은 한자를 사용한다. 의미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한 마디로 고르고 촘촘하게 짜여진 상태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를 사람에게 적용하여 보면 본인에 대해서건 남에 대해서건 완벽함을 내려 놓은 상태를 말한다. 한 마디로 좀 빈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저녁에는 윗분의 주관으로 소통을 위한 행사가 있었다. 그동안 고생을 위로할 겸 소통을 하기 위한 명목의 자리였다. 그런데 자리배치가 윗분의 마음에 안들었나보다. 비서를 부르더니 왜 자리를 이따위로 배치했느냐고 거의 20분 넘게 야.. 2018. 6. 22.
잔디밭 이론과 "풀꽃" 1. 제가 존경하는 직장 선배님 중에 '잔디밭 이론'을 주장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멀리 보이는 웅장한 건물 앞의 잔디는 녹색 물감을 고르게 칠해 놓은 듯이 한 결의 흠도 없이 자라고 있는데, 내 발 밑의 잔디는 군데 군데 패이고, 자갈도 보이고 심지어 누렇게 죽은 잔디도 보입니다. 어느날 고르게 잘 자란듯이 보이는 그 곳의 잔디를 우연히 둘러보게 되었는데 충격이었답니다. 거기도 가까이서 보니 내가 생활하던 곳의 잔디와 다를 바 없이 패이고, 자갈섞이고, 죽은 잔디가 있는 건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그 분이 말씀하시고자 하는 뜻은 남의 밥에 있는 콩이 커보이지만 결국은 내 것과 다를 바 없으니 내 것을 잘 지키며 충실히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이 또 말씀하시던 약간 변형된 버전은 '파도 이론'인데 .. 2018. 6. 18.
책과의 운명적 만남 1. 온라인 서점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바로 구매하였다. 독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지 3년째, 그런데 내가 구매한 400권 째 책이 "죽을 때까지 책읽기"라는 제목을 가졌다는 건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은 아닐까? 2. 3년 전 어느날, 마냥 젊은 줄 알았던 나는 갑자기(?) 쉰살이 되었다. 평생 내가 몸담고 일할 줄 알았던 직장 생활에 약간의 변화가 감지되었던 것도 이 때였다. 언제라도 직장을 떠나야 할 날이 찾아올 수 있으리라는 어렴풋한 예감같은 것이었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하여 며칠을 고민했다. 답은 보이지 않았다. 어느날 퇴근 길에 우연히 용산역에 있는 서점에 들렀다. 책들을 둘러보다가 갑자기 최선은 아닐지 몰라도 나름대로의 해결책이 머리에.. 2018. 6. 16.
왜 우리는 남의 말을 끝까지 들으려 하지 않을까? 1. 며칠 전에 읽은 《질문의 힘》이라는 책에서 본 가장 인상적인 글귀입니다. "사람들이 남의 말을 끝까지 들으려 하지 않는 문제는 우리가 자연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즉 패턴인지능력과 관련이 있다. 인간의 뇌는 적은 양의 정보를 익숙한 패턴과 비교하여 처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 덕분에 우리는 자잘한 세부사항에 매몰되지 않고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빨리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 덕분에 우리는 상대가 약간의 정보만 알려주었는데도 예전에 들었던 뻔한 얘기로 판단하고, 끝까지 들으려는 인내심을 발휘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 p.167 2. 다른 어떤 책에서 읽은 바로는 수렵생활을 하던 시절에 인류의 이런 능력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약하디 약한 인간은 호랑이나 사자와.. 2018. 6. 15.
독서는 두부 만들기다! 1. 휴일에는 두부 만들기를 시도했다. 콩을 불려 믹서기에 갈고 끓인 후 비지를 제거하고 간수대신 간장 희석시킨 걸 부으니 순두부 비슷한 게 생겼다. 그러나 아무래도 간수 없이 제대로 두부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아 인터넷을 통해 간수를 주문했다. 2. 책을 읽는 것은 두부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물리적 수고와 간수라는 화학적 반응, 그리고 긴 기다림의 시간이 가미되어야 한다. 3. 두부를 만드는 과정은 꼬박 반나절 이상을 콩을 불리는 일에서 시작된다. 불린 콩을 요즘이야 믹서기에 갈면 되지만 예전에는 맷돌에 갈았다. 한 손으로 맷돌을 돌리면서 한 손으로는 맷돌 주둥이에 타이밍 맞춰 수저로 콩을 떠넣는 일은 상당한 기술과 인내심을 요한다. 4. 다음은 불 앞에서의 사투다. 콩물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2018. 6. 11.
내 삶의 오래된 흔적 1. 집안 정리를 하다가 구석에서 발견한 진짜 오래된 자명종! 결혼하여 부천에서 첫 살림을 차렸던 1990년 즈음에 샀던 것이다. 내가 서울에 있는 직장까지 두 시간 가까이 출퇴근을 했어야 했기에 이 자명종의 역할은 우리 가족의 밥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었다.(너무 과장인가? ㅎㅎ) 뽀얗게 탄 먼지와 때를 물티슈로 한참을 문지르니 겨우 옛 모습을 되찾는다. 오랫만에 만났지만 하나도 안 변한 옛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2. 이 시계와 만났던 그 시절, 시골에서 올라와 막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나와 대학을 갓 졸업한 아내가 만나 낮에도 전등불을 켜야했던 지하 단칸방에서 겨우 신접 살림을 차렸다. 옷장 하나, 간이 화장대 하나, 냉장고와 가스렌지, 밥상과 이불이 살림의 전부였던 그 시절, 그래도 그곳에서 우리는.. 2018. 6. 10.
생각에도 매뉴얼이 필요하다. 1. 자기 나름대로 생각의 틀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갑자기 닥친 일을 처리할 때 우와좌왕하지 않고 정해진 '틀'에 따라서 차분히 하나씩 처리하는 것은 타인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믿음을 주게 된다. 이것은 어떤 일을 처리할 때 짚어봐야할 요소가 무엇인지, 어떤 프로세스로 처리하는지에 대한 일종의 생각의 매뉴얼이라고 불러도 된다. 문제는 반사적으로 튀어 나오도록 습성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익숙해진 틀은 일처리의 가장 유용한 도구이다. 2. 예를 들어 질문은 5W1H - 나는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유용한 사고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 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것에 맞추어 필요한 질문을 하면 궁금한 사항을 대부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 우리에게 닥치는 문제는 6가지를 일일히 다.. 2018. 6. 9.
재밌는 얘기도 내가 하면 김이 빠진다. 난 참말로 말솜씨가 없다. 금방 읽은 책에 대해서도, 내가 맛있게 먹은 냉면 이야기도 남들한테 실감나게 이야기해 주질 못한다. 오늘은 직원들 몇 명과 어울려 직장근처에 있는 봉피양이라는 음식점에서 평양냉면을 먹었다. 나는 음식을 가려먹는 편이 아니지만 또한 특별히 선호하는 음식도 없다. 그렇지만 내가 여름철이면 자주 찾는 음식이 이 집의 메밀로 만든 심심한 냉면이다.대부분의 평양냉면이 그렇듯이 봉피양의 냉면은 한 마디로 "맛이 없다." 맛이 나쁜 것이 아니라 별다른 맛이 없다는 것이다. 메밀의 심심한 맛에 육수의 약간 달착지근한 맛이 느껴질 뿐이다. 거기에 기호에 따라 식초와 겨자를 약간 첨가하여 먹는다. 그런데도 "맛있게 맛없다". 한 마디로 끌린다! 다른 냉면집들과는 달리 별도로 얼음을 넣는 것이 아.. 2018. 5. 25.
정 안되면 고양이 이야기를 써라.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국내도서저자 : 곽재식출판 : 위즈덤하우스 2018.05.09상세보기 며칠 전에 딸애가 책을 사달라는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곽재식이라는 작가가 쓴《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 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라는 책입니다.글쓰기를 직업으로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중도에 포기하지말고 어떻게든 꾸준히 글을 쓰라는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가 흥미있는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글을 쓰다가 쓸거리가 떨어졌을 때 사용하는 비상수단을 몇 가지 일러주고 있는데, 우선 꿈이야기를 써라, 확 건너 뛰어서 '5년 후...'라고 써라, 누군가를 죽여라, 비밀 이야기를 써라 등이 그것입니다. 제가 웃음이 빵 터진 것은 작가가 제시하는 최후의 비상수단인 아래 글.. 2018. 5. 24.
나눔과 차별, 그리고 불평등 우리는 무언가를 나누고, 차이점을 비교하고, 비슷한 점을 분석하면서 그 사물과 현상을 알아 나가게 된다. 동물을 인간과 그 이외의 동물로 나누고, 사람을 남자와 여자, 선한 자와 악한 자로 분류하고 그 단면들을 면밀히 살펴보고서야 비로서 우리는 '사람은 000다'라는 인식에 도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류하지 않고서는 무엇인가를 제대로 이해하기가 곤란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분류하지 않고서 사물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는 어쩌면 우리의 인식능력에 한계가 있고 또한 통째로 이해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분석하는 방향으로 문화가 발달되어 온 탓인지도 모른다. 다만 이렇게 분류한다는 것이 결국 차별과 불평등의 기원이 되고 만다는 슬픈 현실이다. 모든 세상만물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모.. 2018. 5. 20.
[한구절] 나무 식물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나무밑동에서 살아있는 부분은 지름의 10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바깥쪽이고, 그 안쪽은 대부분 생명의 기능이 소멸된 상태라고 한다. 동심원의 중심부는 물기가 닿지 않아서 무기물로 변해있고, 이 중심부는 나무가 사는 일에 간여하지 않는다. 이 중심부는 무위와 적막의 나라인데 이 무위의 중심이 나무의 전 존재를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버티어준다. 『책은 도끼다 (양장 특별판) p92.』 ********** 이 글을 보면서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쓸모없이 보여서 누가 베어가지도 않는 나무지만, 그래서 더욱 더 오랜 세월 선산을 지켜주는 나무. 평상시는 조직에 있는 듯 없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안보이면 그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는 사람. 자기 이익에는 큰.. 2018. 1. 10.
맛이 익어가는 장소, 장독대 장독대가 청결하고 반듯해 보이면 왠지 그 집의 살림살이와 음식맛에 신뢰가 가기 마련이다. 요즘은 고추장, 된장, 간장과 같은 우리 음식에 반드시 필요한 장류들을 집에는 담그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마트에서 구입한다. 우리집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 부모 세대만 하더라도 이런 "보물"들은 오랜동안 인내의 시간을을 거쳐야만 비로소 우리의 밥상머리에 오를 자격을 갖출 수 있었다. 그 양념들이 맛이 배어들기 위한 단련의 시간을 거치는 신성한 장소가 바로 장독대였다. 화학 조미료가 없던 시절에 집집마다의 음식맛을 결정하는 거의 유일한 바로미터는 바로 주부의 손맛과 장맛이었는데, 손맛은 노력과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변하지 않는 맛의 상수는 바로 장독대에서 결정되었다. 그만큼 장독대 관리는 그 집 안주.. 2017.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