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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생각 짧은 글/3. 나의 살던 고향은

국민학교 - 7. 학급회의와 임원활동

by 무딘펜 bluntpen 2008. 9. 3.


  휴가 중이라 여유가 있구만. 낮에는 처제가 지난 주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입원 중이라 옥천에 있는 처가에 다녀왔다. 기차를 타고 오가면서 잠을 많이 잤더니만 별로 피곤하지 않구만... 그래서 오늘은 한 편을 더 써 보고자 한다.

  정규 교과목 이외의 수업시간이 배정되는 경우는 HR과 CA시간이라는 것이 있었지.

  HR은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 찾아보니 아마 Home Rule, 즉 학급자치활동을 의미하는 것이었던가 보다. 즉 학급회의를 하는 시간이었지.

  그 시간이 되면 반장이 앞에 나와 사회를 보고 서기가 토론 내용을 칠판을 정리하였는데 나는 그 시간이 정말 싫더라. 왜냐하면 나도 누구 앞에 나서는 것을 무척 싫어 했었기 때문이야.

  1학년 때 반장이 누구였더라? 한희복이었나 아니면 이우기였었나?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만 아마 희복이였을 것이다. 홀어머니와 살고 있던 희복이는 귀공자처럼 잘 생기기도 했지만 항상 어머님이 깔끔하게 챙겨주셔서 남녀를 통틀어 가장 깔끔하게 하고 다녔고 성격도 좋아서 분명히 반장깜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2학년 1학기 때는 이우기(나와 6촌간이고 용진가는 길목에 살던, 그래서 그 형들과 합세하여 용진 애들 많이 괴롭히던 녀석 생각나지?)가 반장을 했다. 우기는 그 당시에 이름을 “이우욱”으로 썼는데, 집에서는 그냥 우기라고 불렀다. 2학기때 우기가 전학가고 나서부터는 내가 반장으로서 장기집권을 했었다.

  학급에는 남자, 여자 부반장이 있었는데 은순이가 주욱 이어서 부반장을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책상과 책상사이는 그 사이로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공간이 있었고, 그 공간을 기준으로 4개 정도 분단으로 나뉘었는데 분단을 대표하는 분단장이 한명씩 배치되어있고 부분단장도 있었던 것 같다. 분단은 교실 청소를 하거나 각종 체육활동 등을 할 때 편을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했으며, 음악시간에 돌림노래를 부를 때도 분단별로 하기도 했다.

  이 부분에서 생각나는 돌림노래 하나. 책에 나온 건지 그냥 구전인지 잘 모르겠다.

   꼬꼬댁 꼬꼬 먼동이 튼다.
   개똥이네 집에서 아침을 먹네.
   옹기종기 모여 앉아 꽁당 보리밥
   영양많고 맛도 좋은 꽁당 보리밥
   보리밥 먹는 사람 신체 건강해

  쿠ㅋㅋ~~~ 요런 노래를 분단별로 돌림노래로 부르는 모습... 상상만 해도 재미있다.
 

  하여튼 매주 토요일 마지막 시간쯤에는 학급회의가 있었다. 반장이 앞에 나와서 회의를 진행하고 서기가 토론된 내용을 칠판을 썼었지. 한 주일이 끝나는 토요일이라서 모두들 회의내용에는 관심도 없고 어떻게 하면 일찍 회의가 끝날까 하는 생각들이 얼굴에 훤히 써 있었더랬지. 

  회의내용은 지난 주의 주생활목표를 돌아보고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토론한 후 다음 주 주생활목표를 뭘로 정할 것인지를 토론했는데 산골 아이들답게 누가 손들고 발표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회의진행에 애를 먹고는 했던 기억이 있다.

  주생활목표의 단골메뉴는 청소를 잘하자, 아침자습을 잘하자, 공부를 잘하자와 같은 지금 생각하면 정말 유치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것을 칠판 오른쪽 위에다 적어놓고는 일주일 동안 실천목표로 삼곤 했었지.

  선생님께서 지켜보시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때는 모두들 입에다 자크를 채우고 벙어리 흉내... 아무도 발표하려는 사람이 없었지. 그래서 할 수 없이 나름대로 말잘하는 성열이를 콕 찍어서 발표를 시키곤 했어.

 하지만 선생님이 안 계시고 우리끼리 회의를 할 때는 온통 아수라장이었지. 말도 안되는 얘기를 주저리 주저리 하거나 아예 회의에는 관심이 없고 둘러앉아 잡담을 나누거나... 결국 이런 경우에는 서기와 내가 상의해서 예전에 썼던 내용을 참고해서 학급일지를 정리할 수 밖에 없었지.

  그 이외에도 6학년 때가 되어서는 어린이회장이라고 해서 전체학생을 대표하는 역할을 뽑았는데 선거방식은 아니고 그냥 선생님이 지명을 해서 내가 회장이 되었었지. 그런데 실상 내가 회장으로서 무슨 일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