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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생각 짧은 글/3. 나의 살던 고향은

국민학교 - 4. 몽당연필의 추억

by 무딘펜 bluntpen 2008. 9. 2.


  요즘 애들이나 샤프펜슬을 쓰지만 우리는 대부분 - 아니 100% 연필을 썼잖니? 그 중에서 고급은 향나무로 만들어서 깎이기도 잘 깎이고 냄새도 좋았는데 어떤 연필은 정말 박달나무로 만들었나 봐. 연필심도 잘 부러지고 왜 그리 깎기가 힘든지...
 
  그리고 쓰다가 쓰다가 짧아져서 몽당연필이 되면 볼펜 껍질(그것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에 끼워서 썼던 기억이 난다. 볼펜 껍질에 끼울 때 양쪽이 거의 굵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그냥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연필 대가리부분을 깎아서 끼워넣거나 아니면 볼펜껍질을 불에 데워서 노골노골해졌을 때 힘을 주어 끼워넣곤 했는데, 내가 이걸 기억하는 이유는 볼펜껍질을 불에 넣었을 때 그 매캐한 냄새 때문이다. 기억이 안나면 한번 시도해 보렴.

  그런데 그 때 연필 깎는 칼이 날을 끼웠다 뺐다 하는 10원짜리가 대종을 이루다가 그것보다 싼 통날로 된 5원짜리가 나왔단다.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그 것을 그곳에서 산 것만은 또렷이 기억을 하고 있으니 정말 신기해. 하여튼 그때는 연필깎는 칼은 도루코가 판을 치는 시절이었지. 면도기도 도루코, 칼도 도루코... 나는 처음에는 그게 무슨 코를 의미하는 것이었는지 정말 궁금했었는데...

  연필 깎는 일도 처음에는 쉬운 일이 아니지. 왼손에는 연필을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칼등을 살며시 밀면서 깎는 건데 잘못하다가는 손을 베기 십상이다. 나는 요즘도 정신이 산만하거나 하면 가끔 연필을 꺼내가지고 칼로 깎아보곤한다.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작업이라 잡념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같다. 참! 누군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칼이 없었는지, 아니면 연필을 잘 깎을 줄 몰랐는지 이빨로 물어뜯어서 사용하는 친구도 있었는데 이런 기억이 있는 친구는 즉시 자수하라.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흑연으로 만들어진 연필심 맛이 혓 끝에 기억이 나는 걸 보니 이빨로 물어뜯어본 기억이 있는 것 같다. 하긴 그 시절에는 연필의 질이 별로 좋지 않아서 침을 발라서 글씨를 쓰기도 하였었지.

  우리 국민학교 다닐 때는 가끔 필통검사도 했었지. 제대로 공부할 준비를 해 오는지 점검을 하는 목적으로 하는 검사였었지만 나도 가끔 연필 한 자루 없이 학교 와서는 다른 친구들한테 몽당연필을 빌려쓰곤 하던 기억이 있다.(검사, 검사, 검사... 우리 가끔 손톱검사도 했었다. 기억하지?)

  2학년 때 정도에는 조금 산다하는 애들은 뚜껑에 자석이 달려있고 겉에는 멋진 만화영화 주인공이 그려져 있는 필통을 가지고 다녔는데, 그 당시에는 왜 그것이 그리도 부러웠는지...

 학용품 얘기가 나오면 내가 언제가는 이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하려고 생각하고 있는 가슴 아픈 사실이 있다. 김진만이라고 기억하지? 장춘자, 김미향, 김영숙과 함께 현곡(거무실) 위에 있는 골안(맞나?)이라는 마을에서 학교를 다니던 촌님이었는데 얼굴 까무잡잡한 녀석(?).

  2학년 때로 기억이 나는데 어느 날 우리 외삼촌이 서울에 다녀 오시면서 멋진 필통과 연필, 지우개 등을 고급세트로 사주신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지우개가 정말 크고 멋있었단다. 얼마나 컸냐 하면 그 때 우리한테 나눠주던 건빵보다도 컸고 색깔도 너무 멋있어서 쓰지 않고 그냥 가지고만 다녔단다.

  그런데 어느 날엔가 이 녀석이 내가 없는 새에 그 지우개를 반을 싹뚝 잘라서 자기가 반을 가지면서 그게 공평하다는 거야. 도대체 내 거를 반으로 나눠서 자기가 반을 뺐어가면서 공평이니 뭐니 하는 얘기를 하다니... 그 때는 내가 덩치도 작고 힘에서 밀릴 것 같아 식식대며 참고 말았지만 김진만, 너 나중에 만나면 죽었어!!!

(흠... 사실은 며칠 후에 집에서 필통검사를 하다가 그 사실을 들켜서 그 당시에 6학년이던 둘째 누나가 진만이한테 돌려 주라고 해서 돌려 받은 것 같기는 한데...ㅋ-ㅋ-ㅋ)

  그 외에도 기억나는 것이 누런 공책과 프라스틱으로 만든 책받침인데, 공책은 뒷쪽에 시간표가 붙어 있거나 어떤 것은 북한의 항공기 식별 그림이 있기도 했다. 특히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있는 노트는 인형 옷 입히기 그림이 있어서 공책을 다 쓴 다음에 가위로 오려서 인형놀이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요즘 애들도 책받침을 사용하던가? 그 당시에는 공책의 질이 별로 좋지 않아서 글씨를 쓰면 다음 페이지까지 글씨자국이 남았기 때문에 공책 바로 뒷장에 책받침을 끼워서 글씨를 쓰곤 했는데 그 플라스틱 책받침에는 주로 구구단이 적혀 있었다.

 그 외의 학용품으로 지금은 쓰지 않는 것들이 대나무로 만든 30Cm짜리 자인데, 노란색을 띠는 대나무로 만들어져서 손바닥을 때리면 짝짝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지. 가난한 집에서는 자를 하나 사서 동생과 세로로 반쪽을 내어 사용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