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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다가 말다가

[독후감] 실망스러운 유일한 평전

by 무딘펜 bluntpen 2016. 4. 21.




  어린시절 시골에서는 만병통치약으로 불리는 안티푸라민이라는 약이 있었다. 간호사 그림이 그려져 있고, 브랜드 로고는 버드나무였는데, 겨울철 손이 트거나, 팔다리를 다치거나 편도선이 붓고 배가 아프고... 하여튼 어떤 병이나 다친 곳에도 냄새도 독특한 안티푸라민을 바르는 게 상식처럼 통했다.

  그 안티푸라민을 생산한 회사가 유한양행이고 그 창립자가 바로 우리나라의 가장 존경받는 CEO로 알려진 유일한 씨다. 평소 존경의 마음을 품고 있던 분에 대한 평전이라서 배울 점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책을 빌렸으나 서너시간 동안 책을 뒤적여 본 결과 완전 실망이다.

  앞부분부터 시대상황에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했고 유일한에 대해서도 매우 피상적인 행적을 나열하는데 그쳐서 인간 유일한을 이해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특히 몇몇 부분은 읽기가 거북할 정도였는데... 예를 들어 1907년 평양 장대현 교회에서 길선주 목사의 불같은 설교로 사람들이 울부짖으며 회계하는 역사가 일어났고 그것이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져서 학교에서 학생들이 부르짖으며 회개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수업을 할 수 없을 정도였으며 이것은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고 적고 있는데 객관성이 담보되어야할 평전에 담길 내용은 아니지 않나 싶었다.

  인상깊었던 것은 탈세 문제와 정치자금에 대하여 매우 엄격하였다는 부분과 그의 유언장 내용이다.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고 정치자금 제공을 거절하자 국세청에서 강도 높은 세무사찰이 들어와서 한 달 내내 서류를 뒤졌는데 호히려 세무서 직원들이 놀랄 정도로 깨끗했다고 한다. 대통령도 이에 감동하여 68년 세금의 날에는 오히려 동탑산업훈장을 수여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는 76세에 별세하였는데 유품은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 몇 가지와 구두 두 켤레, 양복 세벌 밖에 없었다고 하며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

1) 당시 7살인 손녀에게는 대학 졸업시까지 학자금으로 1만불을 준다. 
2) 딸에게는 유한공고 안에 있는 묘소와 주변 땅 5천평을 주니 이를 유한동산으로 가꾸고 그 주변에 울타리를 치지 말고 학생들이 마음대로 드나들게 하라.  
3) 자신의 소유주식 14만 941주는 전부 '한국 사회 및 교육 원조 신탁기금'에 기증한다. 4) 아내 호미리는 딸인 재라가 노후를 잘 돌보아 주기 바란다.  
5) 아들 유일선은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는 자립해서 살아가거라.' 
6) '아무에게 돈 얼마를 받을 것이 잇으니 얼마는 감해주고 나머지는 꼭 받아서 재단 기금에 보태라.

  당시 유언장이 공개되자 온 나라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는데 '자신의 모든 소유를 자식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고 사회에 고스란히 환원한 일한의 결단과 정신은 우리 사회에서 두고두고 귀감이 되고 있다.'(p.351)

  또 한가지 이승만대통령에 대해서는 매우 독선적인 지도자로 인식하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미국의 필라델피아 한인총회에서 이승만이 기안한 결의문에 대하여 토론하려 하자 이승만이 자기가 쓴 글에 대하여 토론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모습에서 그의 독불장군식 행동에 실망하고, 해방 후 처음에는 이승만계를 따랐으나 그의 정치적인 술수와 독단적인 모습을 접하고는 차츰 이승만과 거리를 두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와 유한양행의 이름에 대한 에피소드도 관심을 끌었다. 원래 이름을 유일형 이었는데 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워하여 '일향'으로 불렸고 영문으로는 New il-hang으로 적었는데, 어느날 누군가가 실수로 g를 빼먹어서 '일한'이 되었다는 얘기인데, 더 재미있는 것은 그 이후로 그의 동생들도 1, 3, 5, 7 ,9, 특을 붙여서 일한-삼한-오한--- 특한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얘기이다.

  미국에 있는 회사이름은 유일한컴퍼니였지만 한국에서는 '일'을 빼고 유한양행으로 지었는데, 양행은 중국식으로 잡화점을 뜻한다고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