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읽다가 말다가

[독후감] 편견을 갖지 말고 읽어보자, 정주영 자서전

by 무딘펜 bluntpen 2016. 4. 18.
제   목 이땅에 태어나서(정주영 자서전)
책정보
정주영 지음
1998년, 솔출판사
독서이력

*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 2' 추천도서
ㅇ #1독 : 2016. 4. 20

독후감
★★★★
일 좀 할 줄 아는 사람. 도전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인물


[느낀 점]

[1915년 11월 25일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에서 출생. 송전소학교 졸업 후 몇 번의 가출 후 상경하여 오늘날의 현대그룹을 창업하였으며, 그룹명예회장으로 지내다 2001년 3월 21일 사망.]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 2'를 읽다가 읽어볼 만한 책으로 추천 받아서 온라인 서점을 뒤졌으나 찾지 못했다. 그런데 며칠 전 집안의 책장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고서 반드시 나에게 읽혀야할 책으로 생각하고 단숨에 독파했다.

정주영은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자서전 성격의 글이다 보니 본인 공치사 위주로 씌어질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그가 생전에 이룬 많은 일들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경제의 거목이고 나아가 개인적으로도 존경 받아 마땅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게 어필한 그의 훌륭한 점은 현대그룹을 창업자로서의 업적이 아니라 일에 대한 그의 생각이었다. 일이 신의 축복이라는 아래 글이 이를 잘 표현해 준다.

" 열 배 일하는 사람이 열 배 피곤해야 정한 이치인데, 피곤해하고 권태로워하는 것은 오히려 게으름으로 허송세월하는 이들인 것을 보면 인간은 일을 해야하고 일이야말로 신이 주신 축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p. 401)

물론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대한 그의 공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 그대로 '만약 우리 현대가 그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 경제는 최소한 10년에서 20년은 뒤떨어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동의한다.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새마을 운동의 열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내 머리 속에 현대와 정주영이라는 이름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대표주자로 각인되어 있다.


다만, 92년 대선에 통일국민당 대통령 후보로 정치판에 뛰어 든 건 5, 6공을 거치면서 정권에 대한 실망에서 직접 국가를 위해 뛰어보자는 생각에서 결단을 내렸다고는 하지만 정주영다운 판단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해보며, 또한 그룹 후계자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여 형제의 난 끝에 결국 큰 아들의 횡사를 가져오고, 현대그룹 또한 갈갈이 찢겨져서 오늘날 현대자동차그룹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음은 아쉬운 점이다.


책의 뒷부분에서는 주로 재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대하여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표현들이 많다. 그리고 현대는 정경유착이 아닌 자신과 기업 스스로의 노력에 의하여 발전하였음을 유달리 강조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에 대하여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것은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보며, 다만 다음 글에서는 어느 정도 그의 속마음이 엿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사회 전반이 다 같이 혼탁하고 무질서하며 비윤리적이었으면서 그 사회의 산물이었던 기업과 기업인에게만 독야청청하지 못했던 죄를 묻는 것은 역시 공정치 못하다. 모든 사람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우리가 살아 나가는 과정에는 공과가 함께 있기 마련이다. 공만 있는 인생도, 과만 있는 인생도 없다. 기업의 과정도 마찬가지이다."(pp.369-370)


과거 정권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자신과의 여러가지 공통점을 언급하면서 극찬에 가깝게 표현하고 있지만, 그 이후 5공, 6공 정권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국보위시절에 '현대양행'을 반강제로 빼앗긴 것에 대해서는 큰 아쉬움을 보이면서, 다가올 시대에는 정부주도 경제발전모델을 벗어나서 정부는 정부의 역할을 하고, 기업은 기업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민간주도경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론을 펼친다.

정주영과 관련한 에피소드로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두 가지 정도인데, 하나는 인천의 노동자 합숙소에서 빈대들과 머리싸움을 하는 이야기인데, 빈대가 못 덤비도록 침대다리 밑에 물이 담긴 대야를 받쳐놓고 잠이 들었는데 빈대들이 벽을 타고 올라가서 천장에서 공수낙하를 해서 온 몸을 물어 뜯는 것을 보고 하찮은 미물도 저리 생존을 위해 열심인데 만물의 영장인 우리도 머리를 쓰며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얘기가 하나이고,

두번째는 울산 조선소 건립 이전에 30만톤 짜리 대형 선박을 미리 수주받기 위해서 오백원짜리 동전을 외국 바이어에게 보여주며 우리는 500년 이전에 이미 철갑선을 만들 정도의 훌륭한 선박건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을 강조하여 결국 그를 설복시켰다는 유명한 일화이다. 이런 것을을 통하여 그의 세심한 관찰력과 깊은 생각, 그리고 끈질긴 근성을 엿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그의 표현대로 공과가 있는 인물이지만 내 개인 생각으로는 過를 묻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功이 클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그 성실성과 추진력 면에서 본받을 만한 점이 많은 사람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88올림픽 유치와 관련하여 전력투구하는 장면이었는데 당시 IOC위원이던 김택수씨의 무신경과 정부의 열의 부족에는 너무하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여튼 우리가 선진국 도약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기틀을 잡은 올림픽을 유치에 크게 기여한 점은 높이 평가 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재벌과 기업가들에 대한 알 수 없는 부정적 시각을 가진 것에 대하여 약간의 미안한 감정도 느꼈다. 뭐니뭐니 해도 국가경제는 기업이 일하기 좋은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전체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으며 정부는 기업들이 일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맡은 역할임을 망각해서는 아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지금 우리는 그러한가?


[기억할 만한 어구]

@ 정주영씨의 역대 대통령(정부)에 대한 평가


1. 박정희 : 박대통령도 나처럼 농사꾼의 아들이었다. 박정희 대통령과나는 우리 후손들에게는 절대로 가난을 불려주지 말자는 염원이 서로 같았고, 무슨 일이든 신념을 갖고 '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사고와 목적의식이 뚜렷했던 것이 서로 같았고, 그리고 소신을 갖고 결행하는 강력한 실천력이 또한 서로 같았다. 공통점이 많은 만큼 서로 인정하고 신뢰하면서 나라 발전에 대해서 같은 공감대로 함께 공유한 시간도 꽤 많았던, 사심이라고는 없었던 뛰어난 지도자였다. 개인적으로 특별한 혜택을 받은 것은 없었지만 '현대'의 성장 자체가 무엇보다 경제발전에 역점을 두고 경제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박대통령의 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pp. 249-250)


2. 전두환/노태우 : 5·6공을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지도자 복이 참 없는 나라라는 생각을 나는 많이 했다. --- 권력을 막강한 힘만으로 알고 막강한 책임에 대한 인식은 전혀 없는 집단의 정치 아래서 기업을 하면서 살아내기란 보통 괴로운 일이 아니었다. 갖가지 비리에 얼룩진 전두환 씨의 5공이 끝나고 6공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서는 더더구나 기업활동 하기가 힘들어졌다. 성금이라는 명목의 정치 자금은 정권이 바뀔수록 단위가 커져갔는데 큰 불편없이 기업을 꾸려가려면 정부의 미움을 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때마다 지도자한테 뭉터기 돈을 바쳐야 하는 이 나라가, 나라이기는 한 것이냐는 한심스러운 생각을 참 많이도 했다. --- 아무튼 6공에는 3백억의 돈을 바치고도 1990년도의 불공평한 세무조사 이후 나는 정부와 완전히 등을 돌리고 말았다.(pp. 418-419)


3. 김영삼 : 사실 김영삼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그 어느 군사 정권 때보다 깊고 거세다. '신한국'이니 '세계화'니 하며 빛 좋은 개살구 같은 허랑한 말로 피땀 흘려 벌어들인 달러를 마구 낭비하게끔 부추겼고 더욱이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달러를 빚으로 끌어다 썼다. 한마디로 국민경제를 망친 것이다.(p.426)



@ 일꾼으로서 지금의 나는 아직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에는 늙음이 없다. 최상의 노동자에게는 일감과 순수한 정열이 있을 뿐이다.(표지)



@ 나는 무슨 일이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 평생을 언제나 그 시절 자전거 쌀 배달꾼 연습 때처럼 최선의 노력을 쏟아 부으며 살아왔다. '요만큼'이나 '이만큼'이나 '요 정도', '이 정도'는 내게 있을 수 없었다. '더 할래야 더 할 게 없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다하는 최선.' 이것이 내 인생을 엮어온 나의 기본이다.(pp. 35-36)


@ "나는 이날까지 단 한 번도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 준 적이 없어. 신용만을 보고 빌려주지. 그런데 신용만을 보고 빌려준 돈을 떼인 기록도 없는 사람이야. 그게 내 자랑이지. 그래 좋아, 내 평생에 사람 잘못 봐서 돈 떼었다는 오점을 찍기는 나도 싫네." - 자동차 정비공자 화재로 채권자인 오윤근씨에게 다시 돈을 빌려달라는 요청을 하자 오윤근씨가 한 얘기(p 39)



@ 직원들은 모두 바쁘기 때문에 시간을 줘봤자 다른 일 하느라고 지시한 일은 하루 이틀 미룰 게 뻔하다. 그러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져 '아이구' 하면서 후다닥 콩 볶듯이 해 들고 들어오는 일이 제대로 됐을 리가 없다. 모든 일은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총력을 다한 집중력 속에서 처리하는 것이 그 결과도 좋다.(p.80)



@ 손실이 손실만으로 끝나 버리면 그것은 말 그대로 손실이다. 그러나 손실 대신 얻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손실이 아니라 번 것이라고 나는 항상 생각한다. 어느 때는 돈으로 본 손실보다 돈 아닌 것으로 얻은 것이 더 큰 벌이일 수 있다.(p.99)



@ '그래, 이익이냐 신용이냐 중에서 선택하라면 나는 언제나 신용이다.. 공기를 맞춰 신용을 지키고 현대건설의 명예를 보호하자.' - 경부고속도로 당제터널 공사에서 비싼 특수시멘트를 투입하면서(p.122)



@ 무모했지만 그 무모함이 부른 혹독한 시련을 견디고 뛰어넘고 쳐부수면서 우리는 산 공부를 해가며 그만큼 철저하게 강인해졌다. [대학]에 致知在格物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지식으로 올바른 앎에 이르자면, 사물에 직접 부딪혀 그 속에 있는 가치를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참다운 지식은 직접 부딪혀 체험으로 얻는 것이며, 그래야만 가치를 제대로 아는 법이다.(p.156)



@ 사업하는 사람은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밥풀 한 알만한 생각이 내 마음속에 씨앗으로 자리잡으면, 나는 거기서부터 출발해서 끊임없이 계속 그것을 키워서 머리 속의 생각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커다란 일거리로 확대시키는 것이 나의 특기 중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다.(p.159)



@ 나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자본을 꽤 잘 오래한 사람이라고 할 수가 있다. 언제나 남보다 빠른 시간에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뛰어들고, 마무리하고, 남이 우물쭈물하는 시간에 벌써 나는 돌진하면서, 그렇게 나는 대단히 바빴기 때문에, 나이 대신 '시간'만이 있었던 일생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p.197)



@ 싱가포르가 오늘날 우리보다 훨씬 질 좋은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정치와 사회가 깨끗함으로써 일의 효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깨끗한 정부와 부패를 모르는 국민, 이것이 싱가포르 발전의 저력이며 근본이다.(p.392)



@ 자유경제, 균형경제란 인간의 창의와 노력을 무한히 발휘하도록 만들어 한없이 발전, 성장하도록 하고, 그 이익을 세금으로 거두어 사회의 부족한 부분을 끌어올려 균형을 맞추어 가는 것이다.(p.395)



@ 내일은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있고 10년 후는 지난 10년을 어떻게 살았는가의 결과이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 열심히 일하면서 근검 절약만 해도 큰 부자는 못되어도 작은 부자는 될 수 있다.(p.400)


@ 일상생활에서부터,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바른 생각으로 성실하게 자신의 인생을 운영해 나가다 보면 신용은 저절로 싹이 터 자라기 시작해서 부쩍부쩍 크고 있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 날엔가 말하는 대로 의심 없이 믿어주는 커다란 신용을 갖게 될 것이다. 신용은 나무처럼 자라는 것이다. 신용이란 명예스러운 것이다.(p.402)



@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좋은 때'를 잘 알고 잡아서 성공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나쁜 때'는 또 그대로 최선을 다한 노력과 성실성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비켜나가거나 잘 수습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한테는 언제나 운이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다.(p.410)



@ 행복할 수 있는 네 가지 조건 : 1) 나는 우선 건강하기만 하면 행복할 수 있는 첫째 조건은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2) 두번째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게 가지고, 담백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살아보라는 권유를 하고 싶다.  3) 세번째로, 나는 보다 나은 사람, 보다 나은 인간, 보다 나은 직장인, 보다 나은 발전에 대해서 항상 향상심을 갖고 '공부'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4) 네번째로 말하고 싶은 것은 '有志者事竟成'이라는 말이다. '뜻이 강하고 굳은 사람은 어떤 난관에 봉착해도 기어코 자신이 마음 먹었던 일을 성취하고야 만다.'는 뜻이다.(p.410-411).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