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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생각 짧은 글/1. 유쾌한 백수생활

야후 블로그 - 26. 나의 여름휴가계획

by 무딘펜 bluntpen 2008. 9. 4.
26. 나의 여름휴가계획
2008/07/18 오후 1:57 | 스쳐가는 짧은 생각들 | [느티나무]

가만히 앉아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주루룩...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여름휴가들을 떠나고 있다. 시원한 산과 들로... 심지어는 외국의 푸른 해변으로...

나는 사실 사람 많은 곳은 싫다. 내가 가장 바라는 휴가계획은? 아무 계획없이 고향으로 가보는 거다.

찌는 듯한 여름 한낮, 고향집 툇마루에서 삼베적삼을 걸치고 앉아 부채질을 하다가 샘물에 담가놨다가 갓 건져온 수박을 듬성듬성 잘라 한 입 가득 베어먹으며 '소나기'라던가 '별'이라던가... 하여튼 예전에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글들을 읽어보고 싶다.

그러다 따분해지면 마누라 무릎을 베고 매미소리 들으며 낮잠 한 판 때리고...

파리란 놈의 등살에 하는 수 없이 깨어서 맑은 여름하늘을 바라보면 어릴 적 친구들이 문득 그리워지겠지.

그 때는 예전에 쓰던 칸이 넓은 편지지를 찾아서 아직도 윤기가 흐르는 꿩깃이 꽂힌 펜으로 잉크를 듬뿍 찍어서는 지금은 어디 살고 있을지도 모를 친구에게 편지를 써보는 거야.

아마도 무슨 말을 써야할 지 생각이 나지 않을게다.

그래도 눈을 게슴츠레 뜨고 한참을 옛추억을 조금씩 핥아먹는 재미...

시간이 허락하면 내 어릴 적 뛰어놀던 골목과 개울가, 그리고 산골짝의 좁은 산길을 혼자서 허허로이 방황하며, 지금은 아무도 지키는 사람이 없을 친구네 복숭아도 서리를 해서 먹어보고 싶다.

밤이 되면 물가의 박하풀을 한아름 뜯어다가 모깃불을 피워놓고 마당에 멍석을 깔고 누워서 어린 시절 내가 점찍어 놨던 별이 얼마나 자랐는지 찾아봐야지.

나두 참 꿈이 야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