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숟가락 하나
분류 : 소설>한국소설>가족/성장소설
지은이 : 현기영(실천문학사,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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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표라는 프로그램에서 이 책을 소개한 후에 이 책에 대한 진가가 재평가되었다고 생각되는데, 사실 나는 느낌표에서 그 책을 소개하기 이전에 이 책을 읽고 충격을 받은 후 다시 한번 읽어볼 책으로 마음 속에 찜을 해두고 있었다.
생각대로 몇 년 전인가 또 한번 이 책을 읽었다. 그러나 소 풀 뜯듯이 엉성엉성 책을 읽고 나서, 오히려 소와는 달리 되새김질은 좀처럼 하지 않는 나의 독서 습관상 두번째 읽는 책은 나에게 무언가 의미가 있다는 것이리라.
첫번째 독서를 하면서 이 책의 초반부를 읽을 때는 정말 나의 옛 유년시절을 생각하며 평화와 안식의 기분으로 읽었다. 제주의 풍습이나 생활이 내가 살던 육지와는 다소 다르기는 했지만 그것조차도 색다른 흥미였기에 단숨에 중간까지 읽어갔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나의 유년시절을 소재로 해서 이런 글을 쓰고야 말겠다는 생각도 한편으로 해 보았다.
그러나 중반을 넘기면서는 페이지가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그 아픔, 그 억울함, 그 가여움들이 가슴에서 목구멍까지 차올라서 몇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한 대씩 담배를 피워물어야했다.
그리곤 앞에서 생각했던 이런 책을 나도 써보겠다는 생각을 접었다. 더구나 이 무서운 역사적 사실과 내 자신이 별로 상관이 없을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 밀려드는 죄책감과 미안한 마음을 어쩔 수가 없었다.
두번째 읽을 때는 어느 정도 각오를 하면서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중반부 이후는 평탄한 길을 걷다가 갑자기 가파라진 경사를 맞닥트린 것처럼 온 몸이 퍽퍽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일부터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떠난다. 20년 전에 한번 다녀오고 지난해 업무차 다녀온 후로 이번에 세번째 방문이다.
여행계획을 위하여 낮동안 머리를 싸매고 있다가 준비물을 챙기면서 이번 여행 중에 읽을 책을 어떤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별 주저없이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가 살았던 '구름이 흰 명주필처럼 낮게 흐르고 질펀한 푸른 들판과 부드러운 능선의 오름들, 그리고 드넓은 하늘과 바다가 멀리 수평선에서 만나 서로 푸른 빛을 다투는 정경'도 한번 둘러보고, 한편으로는 그들의 아픔이 짙게 배어있는 하늘과 땅들도 보듬으며 틈틈이 책을 읽어보야야겠다.
이번에는 어떤 느낌일 지 중반부 이후가 얼마나 쉽게 읽혀질지 궁금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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