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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생각 짧은 글/1. 유쾌한 백수생활

야후 블로그 - 16. 볼일 보러 간다.

by 무딘펜 bluntpen 2008. 9. 4.
16. 볼일 보러 간다
2007/01/28 오 전 9:16 | 스쳐가는 짧은 생각들 | [느티나무]


어린 시절에 농사를 지으시던 아버님께서 가끔 나들이 복장을 챙기시면 나는 이렇게 여쭤 보곤 했다.

"아부지 어디 가세요?'

그럴 때면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대답을 하신다.

"볼일 보러 가시지 어디 가시겠냐?"

볼일 보러? 볼일을 보다니?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 봐야될 일이나 보게 될 일은 어차피 보든가 보일텐데...

재미있는 일은 그 말을 나는 다소곳이 알아듣고 더 이상 질문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농사일이 본업인 농사꾼이 농사일 이외에 처리할 일은 그리 많지 않았으리라. 그러니 그 이외에 일들을 볼일이라고 불렀고 아이들에게까지 상세히 알려줄 필요가 없는 일을 그냥 볼일이라고 불렀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 샐러리맨이 된 나는 매일 볼 일을 본다. 어찌보면 내 가족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지만 생계를 위해서는 아니할 수 없는 일을 하러 다니고 있으니 애들이 나에게 아침마다 물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돈 벌러 나간다."